41. 인애(仁愛)의 길은 최고 석존께서 사위국의 기원정사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설법을 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어떤 곳에 아내를 가진 세 사람의 형제가 있었다. 그들은 아내들을 데리고 기근이 든 나라를 피하여 살기 위해 먹을 것을 찾아 긴 나 그네 길을 더듬어 어떤 험한 산길에 이르렀다. 그때에는 이미 며칠 동안을 굶주렸기 때문에 한 발자국도 옮겨 놓을 수가 없었다. 위의 두 형들은 아내들을 죽여 굶주림을 채우자고 말했다. 장형(長兄) : 큰형은 마침내 그 아내를 죽여 나누어 주었다. 그러나 막내 동생은 너무나 참혹하여 그 살을 입에 댈 수가 없었다. 가운데 형도 또 그 아내를 죽였다. 막내동생은 이것을 보고 더 견딜 수가 없었다. 형들은 마지막으로 동생의 아내도 죽이려고 하였으므로, “사람을 죽여서 나의 배를 채우고자 하는 것은 부처님이 가르치신 인도(仁道)에 배반되는 것이다. 나로서는 그런 무도(無道)한 짓은 할 수 없다.”라고 말하고 아내를 산으로 피해서 나무열매 등을 따서 목숨을 이어가며 수년 동안을 산속에서 살았다. 그때, 그 산에 절름발이 한 사람이 살고 있었다. 한 번은 절름발이가 동생의 아내와 눈이 맞아, 방해가 되는 동생을 죽이자고 그녀와 계략을 꾸몄다. 그래서 어느 날, 아내는 남편에게 말했다. “나는 요즈음 몹시 기분이 언짢군요. 산놀이라도 가서 기분을 돌이키고 싶어요. 부디 내일 저 산으로 데리고 가 주셔요.” 남편은, 저 산은 몹시 험해서 위험하다고 설명하며 거듭 말렸으나, 아내는 아무래도 듣지 않았다. 그리하여 하는 수 없이 떠났다. 미리 흉계(凶計)를 꾸미고 있는 아내는 산이 높고 골이 깊은 곳으로 와, 경치를 보는 척하고는 틈을 타서 남편을 낭떠러지로 떠밀어 버렸다. 그리고는 시치미를 떼고 절름발이 사나이와 같이 살았다. 한편, 벼랑에서 떨어진 남편은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져 골짜기의 물을 찾아 그 흐름을 따라서 내려갔다. 그 도중에 한 장사꾼을 만나,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그러자 장사꾼은 깊이 동정을 하여 자기의 수레에 태워 풍요(豐饒)한 나라로 데려다주었다. 마침 그 나라의 국왕이 붕어(崩御) : 세상을 떠남하였으나 그뒤를 이을 태자(太子)가 없어 군신들 중에서 왕을 선출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아무도 왕위(王位)에 오를 사람이 없었다. 하루라도 국왕이 없어서는 안 된다 하여 도사(道士)에게 점을 친즉 길 가는 사람 가운데 왕이 될 사람이 있다는 괘(卦)가 나왔다. 그런데, 우연히 그곳을 지나가는 동생을 본 도사는, “고마운지고, 이 사람이야말로 유명(有名)의 군주(君主), 천하의 왕, 억조(億兆)의 주인될 상(相)을 지니고 있으시다.”라고 외쳤으므로 강제로 궁전(宮殿)에 이끌고 갔다. 그리하여 군신도 만민(萬民)도 기뻐 날뛰며 만세를 불러 그를 왕위에 오르게 했다. 이 동생인 신왕(新王)은 사민을 평등히 애무(愛撫)를 없애고, 오계십선(五戒十善)의 부처님의 도를 가르쳤으므로, 하늘은 이 나라를 지키고, 땅은 이 백성을 축복하여, 여러 나라들에서 흠모(欽慕)하며 따라오는 자들이 이루 헤아릴 수가 없었다. 그의 아내도 절름발이 사나이를 데리고 이 나라에 와서 구걸을 하였다. “나는 이 남편을 업고 기근에서 피해 왔습니다. 불구의 남편을 가진 나의 기나긴 고생을 가엾게 여겨 주십시오.” 참으로 얌전하게 얘기하였으므로, 사람들은 그 정숙함에 감동하여, “현부인(賢婦人)으로서 기록에 올리지 않으면 안 되겠다.”라고 지껄여대었다. 왕비(王妃)는 친히 불러들여 그 부인을 보고, 중한 은상(恩賞)을 내리도록 왕에게 말했다. 상벌(賞罰)을 분명히 하는 국왕은, 곧 그 부인을 불러 본즉, 단번에 그 여인이 자기의 전처임을 알았다. 그래서 국왕은, “나를 알고 있느냐?” 라고 물었다. 그 아내는 너무나 엄청난 사실에 놀라고 두려워 입을 열어 대답할 길이 없었다. 국왕은 일체를 측근자들에게 말했으므로 판관(判官)들은, “사형에 처할 것이다.” 라고 말했으나, 국왕은, “제불(諸佛)은 불쌍히 여겨 자비를 베풂을 최상의 보배라고 가르치고 계시다. 나는 비록 자신의 목숨을 잃을지언정, 인자(仁慈)의 길에 어긋나기는 싫다. 국왕은 이러한 생각으로 그녀를 용서했지만, 그러나 왕비는 부정(不貞)의 아내를 좋게 생각하지 않았으므로, 사람에게 명령하여 그 나라에서 내쫓게 하여 그 뒤를 깨끗이 하였다. 국왕은 지금의 석존, 절름발이 사나이는 데바닷다, 아내는 칸슈이다. 〈육도집경 제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