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씨, 장애인시설이 혐오시설인가? 웬 보완책?

[성우제]

답답해서 또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장애인 딸 때문에 법과 제도의 중요성을 느껴 정치를 하겠다고 결심"했다는 나경원 의원이 강서구 특수학교 사태에 대해 언급한 글을 보았다.

장애인 딸 때문에 정치를 했다면 조금 더 깊이 들여다 보시라고. 강서구 특수학교 사태는 그냥 님비 문제가 아니라고. 님비 문제라면 강서구 주민들이 강서구에 8개나 되는 장애인 시설이 그냥 들어오게 했겠냐고. 이 문제의 핵심은, 김성태 의원이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했던 잘못된 약속이라는 걸 몇번이나 말해야 알아 듣겠냐고.

또. 

문제 해결을 언급하면서 왜 조희연 교육감의 접근을 이야기하나? 조 교육감은 문제를 만든 사람도 아니고 해결할 사람도 아니다. 그는 서울시교육청이 예정했던 대로 특수학교를 짓는 사람일 뿐이다. 그가 법을 어겼나, 절차를 어겼나? 왜 그가 해결, 접근해야 하는데? 또 박원순 시장은 왜 호출하시나? 박 시장이 이 사태와 무슨 관련이 있다고?

나 의원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가장 먼저 언급하고 촉구해야 할 인사는 다름아닌 김성태 의원이다. 그가 특수학교 부지에 국립한방병원을 설립하겠다고 약속해서 벌어진 문제이기 때문이다. 결자해지 모르셔?

박원순 시장이 수수방관? 진짜 어이가 없네. 수수방관하는 사람, 서울시교육청과 장애인 학부모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사람, 주민과 장애인학부모 싸움을 붙인 사람이 누군가? 김성태 의원에게 먼저 약속 지키고 책임을 지라 하고, 그 다음에 조희연 교육감, 박원순 시장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순서 아닌가?  김성태가 수수방관중인데, 누구한테 나서라는건가?  어째서, 딸 때문에 정치에 입문했다는 사람이, 아들 때문에 멀리 캐나다로 튕겨져 나간 나보다 몰라? 짧지 않는 저 글에서 김성태라는 이름 세 자가 보이지 않는 것이 불가사의할 지경이다.

또. 

왜 "특수학교를 건립하는 동시에 시 예산 투입 및 지역주민들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바탕으로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보완책을 제시"해야 하는 건데? 일견 장애인시설 설립에 도움을 주는 듯한 이 언설이야말로 장애인시설을 차별하는 발언이다. 나경원 의원, 답해보시라. 왜 "특수학교를 건립하는 동시에"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는 보완책을 제시"해야 하는가? 장애인특수학교는, 보완책과 함께 들어가야 하는 기피시설, 혐오시설인가? 이런 요청을 하는 당신이야말로 특수학교를 혐오시설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특수목적고가 들어설 때도 보완책 운운할 것인가? 특수목적고는 '과학' '외국어' 교육이라는 특수 목적을 가진 특수학교이다. 장애인특수학교는 몸과 정신이 불편한 장애인 교육이라는 특수 목적을 가진 특수학교이다. 뛰어난 아이들 선발해서 공부시키는 곳이 특목고라면, 불편한 아이들 모아서 공부시키는 곳이 특수학교이다. 뛰어난 아이들 재능 활짝 피도록 도와주는 곳이 특목고라면, 불편한 아이들 열심히 가르쳐서 사회에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곳이 특수학교이다. 특수목적고와 장애인 특수학교 무엇이 다른가? 똑같이 '특수' 교육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데, 왜 유독 장애인 특수학교 건립에만 '보완책' 운운하는 건데? 아무리 현실이 그렇다 해도, 다른 이들이 그리 주장하면 장애인 딸을 둔 나 의원 당신은 발끈해야 하는 게 정상 아닌가. 

내가 보기에, 나경원의 발언은 강서구 주민들을 욕되게 하는 것이다. 강서구에는 이미 8개 장애인시설이 있다고 했다. 서울시에서 장애인 시설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이 강서구다. 나 의원은 님비를 이야기하지만 이번 문제는 단순한 님미가 아니다. 8개 시설을 이미 보유하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강서구 주민들이 장애인 시설이 싫어서 장애인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들은 바로 그 자리에 국립한방병원이 들어서기를 원하는 것이고, 그리 주장하고 원하는 것은 바로 김성태 의원이 그들에게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특수학교가 아니라, 그와 비슷한 다른 어떤 시설이 들어서더라도 그들은 실망하고 반대할 것이다.

나경원 의원, 미안하지만 이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신, 정말 나이브하기 짝이 없다. 제발 좀 강서구 특수학교 사태를 진지하게 들여다 보시라. 이렇게 생색내기용 발언이나 할 거라면, 아예 입을 열지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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