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5 부산' 이 남자는 20년이 흐른 지금도 뚜렷이 내 기억 속에 각인되어 있다. 내가 근무하던 출판사 사무실이 중앙동 산업은행 옆이었고 그 건너편이 제작처가 밀집해 있던 인쇄골목이었다. 그 길을 사무실 앞의 육교로 하루 서너 번씩 건너 다녔는데 그를 처음 본 것이 그 육교 위에서였다. 외다리 외팔이었다. 사진 속의 모습 그대로 오른팔에 신문을 들고 오른 다리로 펄쩍펄쩍 뛰어 육교를 건너고 있었다. 교정지 곳곳에 도사린 오탈자와 씨름하느라 아직 덜 깬 술기운과 씨름하느라 혼미한 기운이었던 나는, 육교 난간에 의지해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가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데 그는 잠시의 주저도 없이 펄쩍펄쩍 뛰어 육교를 건너갔다. 나는 한참 그 자리에 얼어붙어 길 건너편으로 멀어져 가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전력투구의 문제였다. 발이 열이라도 전력으로 가지 않는다면 전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하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나의 게으른 걸음이 부끄러웠다. 20년 전 그를 사진으로 다시 확인하며 지금 나는 또 한 번의 낭패감을 느낀다. 그때는 미처 보지 못하였지만 사진 속의 표정은 여유 있는 엷은 미소까지 지어 보이고 있지 않은가. 나는 이미 그때 그에게 완전히 케이오 패 당했던 것이다. [닉네임 푸른들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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