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dica詩)란 무엇인가 ?
1
문득, 한 편의 시를 만나는 경우가 있다
자연이나 사물에서 문자로 기록되어 있지 않을 뿐인
완벽한 시적 형상을 발견하고
저건 바로 시인데 하고 놀랄 경우가 있다.
그걸 디카로 찍어서 문자로 재현하는 것
그게 디카시다.
디카시는 자연이나 사물에서 포착한
순간의 시적 형상을 디지털카메라나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 문자로 재현하는
멀티 언어(영상+문자) 예술이다.
2
포토 포엠이 이미지와 활자의 단순한 형태적
결합이라면 디카시는 활자와 이미지라는 두 개의
대상을 하나의 의미적 텍스트로 완성하는
표현 양식이다.
찰나적으로 스치는 의미망의 포착을 위해
시인은 늘 예민한 감각으로 깨어있어야 한다.
디카시는 일반 문자시처럼 머리 싸매고
상상해서 쓰는 게 아니라 자연이, 사물이
던지는 말을 순간적으로 받아 적듯 쓰는 것이다.
이미 사진(이미지)으로 말하고 있으므로
문장은 5행 이내가 바람직하다.
3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학 장르로 떠오른 '디카시'가
2018년 중·고등 국어 교과서에 실려 눈길을 끈다.
디카시는 자연이나 사물에서 포착한 시적 형상을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영상에다 5행 이내의 문자를 섞어
표현한 멀티 언어 예술로, 누구나 쉽게 창작할 수 있는
문학 장르라는 장점이 있다.
문자로만 꾸몄던 기존 시의 범주에서 벗어나
영상과 문자를 한 덩어리의 시로 빚어내 보는 즐거움과
읽는 즐거움, 생각하는 즐거움을 동시에 준다
이런 장점과 특징 덕분에 온·오프라인을 통해 빠르게
창작 인구를 확산하는 데 성공했다.
[디카시]
천국의 계단 - 한성운
천국의 입구엔
구름의 계단이 놓여 있네
그 계단은 무너지기 쉬워
육체를 허락하지 않는다네
지금 한 사람이 천국으로 들어가고 있네
달팽이 연인 - 박해경
미안, 서둘러 나오느라
옷도 걸치지 못하고 나왔어
괜찮아
집을 가지고 왔는데
들어오라고 못해서 나도 미안
초록 물고기 - 김영빈
앞 못 보던 내게도
세상을 다 담을 수 있는
눈동자가 생겼다
오래된 꿈 -김상미
이런 창을 가진 남자와 사귀고 싶다
푸른 바다와 하늘이 끝없이 입 맞추며 질주하는
그 무한에 건배하며 나를 던지고 싶다
내가 사는 이 도시는 너무나 비좁고
숨이 막혀!
시계꽃 - 강영식
바람소리가 들린다
꽃은 시간을 돌리는 프로펠러다
그 진격의 힘으로 봄이 가고 여름이 오고
끝없이, 세월이 가는 것이다
넥타이 -복효근
올가미를 닮았으나
죽음보다는 죽임의 혐의가 농후하다
죽이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검투사의 검 같은
섬 -강미옥
창 밖에
붉은 구름쪽으로 바람이 분다
문득 그곳에 가고 싶다
눈 감고 바라보면
수평선 위의 이니스프리
첫댓글 순간의 포착을 영원한 시적 진실로 형상화하는 작업이 디카시가 아닌가 한다
사진만 좋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시만 좋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그 둘이 만나 그 둘을 뛰어넘는 변증법적인 미학을 찾아내야 한다.
[복효근 시인]
디카시는
자연이, 사물이 던지는 말을 순간적으로 받아 적는 것이다
디카시는 사진을 찍으며 자연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좋은 디카시를 쓸 가능성이 높다
스마트 폰 보급으로 전 국민이 사진을 찍는 시대가 되었다
일반인, 문인 구분 없이
우리의 삶을 윤택하고 즐겁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배우고 같이 공유하며 즐기는 시대에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즐겁게 소통 가능하다
사진은 사진작가만 찍는 것이 아니다.
미술관, 갤러리 전시와 사진전문지를 통한 전문 사진가의 활동이 있고
어느 누구나 인터넷, sns, 모바일 등 삶의 주변에 사진을 활용할 수도 있다.
사진시, 디카시도 그렇다
어려운 현대시와 난해한 현대사진 속에서
불통을 넘어 자유로운 소통의 장점이 있다.
전문 시인이 써도 좋고 일반인이 써도 좋다.
그래서 사진시, 디카시는 친근하면서도 쉽지만
마냥 쉽지만은 않다는 특성도 있다.
극 순간성, 극 현장성을 중요시하며
한 장의 사진에 5행 이내의 시적 문장으로 이루어진다.
디카시는 사진과 시의 비중이 5대 5 정도가 적당하며
사진과 문장이 한 몸이 되어 완성된다
디카시는
사진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사진 너머에 있는 이야기를 진술해주는 것이다
디카시는 5행 이내의 짧은 언술로 현장성을
유지한다.
디카시는 고정된 구조물보다는 그 순간이 아니면
재현할 수 없는 장면을 찍고
쓰는 날시의 개념에 충실한 작법이다.
널리 알려진 작품이나 어떤 구조물을 찍은 것 등은
디카시의 순간성을 살리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디카시를 가리켜 ' 극 순간의 예술'
이라고 한다
[이어산 시인]
영상과 시적 언술이 1:1로 합해졌을 때 작품성이 더 살아나는 작품이 좋은 디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