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사진은 말이라고 한다.
그렇다.
사진가는 오직 사진으로 말한다.
그런데 나는 그 사진에 또 얘기를 덧붙인다.
사진과 글이 만나 어우러진다.
어쭙잖게 글쟁이를 흉내 내며 40년 넘게
내 사진에 글 붙이는 일을 즐기며 살아왔다.
송나라 화가 곽희(郭熙)는
“화시무성시 시시무형화(畵是無聲詩 詩是無形畵)”
-그림은 소리 없는 시이고
시는 형상 없는 그림이라고 했다.
고대 그리스의 시인 시모니데스(Simonides)도
“Painting is a mute poetry and poetry is a speaking picture”
-그림은 말없는 시고 시는 말하는 그림이라고 했다.
동서고금을 통해 그림(사진)과 글의 상호관계에 대한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엿볼 수 있다.
또한 당나라 왕유(王維)의 그림과 시에 대해
“시중유화 화중유시(詩中有畵 畵中有詩)”
-시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안에 시가 있다는 소동파(蘇東坡)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사진과 글의 어우러짐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여겨진다.
내 사진에 곁들여진 짧은 글들이 굳이
시의 경지에 이르지 못해도 괜찮다.
글의 좋고 나쁨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은
[생산자로서의 작가]에서
우리가 사진가로부터 요구해야만 하는 것은
사진에 글을 붙일 줄 아는 능력이라고 했고
이를 통해 사진가는 사진을 유행적 소비품으로부터 건져내
사진에 획기적인 사용가치를 부여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글이 곁들여진 내 사진이 대단하게
그 가치가 상승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사진 속에 담겨 있는 내 속내를 풀어 놓은 것일 뿐이다.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는
“언어는 그림(사진)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의미를
일정한 하나의 의미로 방향 지우게 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고 했다.
사진에 글을 붙이는 것이
자칫 관찰자의 시선과 사고를
일정한 방향으로 고정시키는
정박 기능을 갖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사진과 글의 결합으로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창출하고
사진을 [바라보는 것]에서
[읽어내는 것]으로 전환 해준다면
사진에 글을 곁들이는 것이
결코 무의미한 일은 아닐 것이다.
또 관람자가 내 느낌과 의도에 친밀하게 반응하고
편하게 다가올 수 있기를 내심 기대한다
사진은 어차피 보이는 것의 재현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떠올리게 하고
이야기 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나는 굳게 믿는다.
말로는 쉽지만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내 사진의 대부분은 내 삶의 주변에서 얻어진 것들이다.
그래서 나는 곧잘 이를 [일상의 변주]라고 말한다.
내가 고집스럽게 주장하며 작업하고 있는
[생활사진]은 현대사진의 큰 줄기이기도 하다.
사진으로 말해야 할 것들이 결코 멀리 있지 않고
삶의 주변에 있다는 말이다.
따뜻한 가슴으로 애정을 갖고 세상을 바라보면
얘깃거리가 무궁무진하다.
따라서 사진이 굳이 어렵고 난해할 이유도 없다.
그저 누구라도 쉽고 편하게 이해하고
공감하면 그걸로 족하다.
그렇다고 사진이 가벼워지는 것도 아니고
가벼워져서도 안 된다
[유병용 작가노트]
유병용 / 사진가, 수필가
디지털사진연구소 사진티나 대표
재능대학교 평생교육원 초빙교수
(재)마포문화재단 이사
호남대학교 예술대학 겸임교수 (2009년~2016년)
재능대학교 출강 (2007년~2014년)
외환은행 재직 (1971년~2010년)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
한국사진학회 회원
한국해양관광학회 회원
인천시사진대전 초대작가
전국제물포사진대전 초대작가
KTX Magazine 사진자문
TS Magazine (교통안전공단)사진자문
서울시립 목동청소년수련관 운영위원
재능대학교 사진과 졸업
상명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원 졸업
(비주얼저널리즘 전공)
학위논문 : 1960년대 한국 사진의 '리얼리즘'에 관한 연구
아무리 무거워도
내려놓을 수 없는
짐이 있다
끝까지 지고 가야 할
사진에서 틀을 짜는 것은
은닉과 누설의 선택이고
좋은사진은 늘 뺄셈을 강조한다
내 삶도 이제 많은 것을 버려야 한다
사람 사이 잔머리 굴리면
위태롭고 상처 받는다
효용가치만 따지는 인간관계
정나미 떨어지는 일이다
당신이 매기는 내 효용가치는?
누구나 사는 게 좀 힘들어 많이 버겁겠지만
절대 낙오하지 마렴 넌 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