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도장 - 정지원
얼굴 빨개진 햇님
아직도 잔설이 분분한 겨울이다
나목으로 만났던 너와 나 사이에
얼마큼 붉은빛으로
화인되어 있을까
자 유- 신미균
먹을 것 없고
쉴 곳 마땅치 않아
바람 따라 떠돌아도
지금이
좋다
늦가을 - 신혜진
어디 먼 곳이라도 다녀오는 길이실까
금박 저고리 고운 할머니 한 분
오래 앉아 쉬신다
햇살이 향기롭다고
햇살 같은 잠이 자꾸 깊어진다고
미몽(迷夢) - 양향숙
금 간 세월 앞에
흔들리는 그림자
눈을 떠도 눈을 감아도
산다는 건
짧은 봄날의 꿈속이어라
낮에 핀 등불 - 김성진
파랑으로 닮은 하늘과 바다,
그 경계를 밝히기 위해 등불을 켰다
먼 여로 속, 무조건적인 사랑의 메신저 되어
떠남의 아쉬움까지 환하게 밝혀준다
고 독 - 강미옥
내가 외로운 건
온전히 혼자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달란트의 속도 -조영래
내가 세 줄의 문장으로 낑낑거리는 사이
그는 순식간에 세 마리의 큰 고기를 잡는다
그가 거친 물결을 넘나들 때
나는 아득한 사막을 걷는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윤진화
그곳을 통과하면 잃어버린 시간
나이 많은 내가 나이 어린 나를 만나죠
비로소 천국이 감은 눈을 떠요
이상한 나라의 봄이에요
개똥철학 - 윤시목
오나 가나 손가락질이다
나 살아있는가
돌 던지지 마라
존재는 끝없이 괴로운 것이다
더 이상의 철학은 사양합니다
달팽이 연인 - 박해경
미안, 서둘러 나오느라
옷도 걸치지 못하고 나왔어
괜찮아
집을 가지고 왔는데
들어오라고 못해서 나도 미안
천국의 계단 - 한성운
천국의 입구엔
구름의 계단이 놓여 있네
그 계단은 무너지기 쉬워
육체를 허락하지 않는다네
지금 한 사람이 천국으로 들어가고 있네
카페 게시글
테마 디카詩
극 순간의 예술을 잘 살린 디카시
청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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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88
22.08.0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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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디카시는 5행 이내의 짧은 언술로
현장성을 유지한다.
디카시는 고정된 구조물보다는 그 순간이 아니면
재현할 수 없는 장면을 찍고
쓰는 날시의 개념에 충실한 작법이다.
널리 알려진 작품이나 어떤 구조물을 찍은 것 등은
디카시의 순간성을 살리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디카시를 가리켜 ' 극 순간의 예술'
이라고 한다
[이어산 시인]
순간의 포착을 영원한 시적 진실로 형상화하는 작업이 디카시가 아닌가 한다
사진만 좋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시만 좋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그 둘이 만나 그 둘을 뛰어넘는 변증법적인 미학을 찾아내야 한다.
[복효근 시인]
가르침, 명심할께요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