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처경(sattipatthana sutta)이 가을학기 교재였습니다. 염처(sattipatthana)라는 용어는 “알아차림” 또는 “자각”을 뜻하는 sati, 그리고 upatthana는 문자 그대로는 “가까이 놓는 것”을 뜻하며, 이 문맥에서는 “현존하는” 그리고 알아차림을 통해 어떤 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특정한 방식을 가리킵니다. 따라서 염처(sattipatthana)의 뜻은 “알아차림의 현존”, “알아차리며 주의를 기울임”으로 번역될수 있다고 합니다. 알아차림이 깊어지면 사마디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교재 겉표지에 깨달음에 이르는 알아차림 명상수행이라고 적혀있는, 아날리요 스님의 박사 논문입니다.
수행자의 길을 선택한 도반따라 아쉬람에 온 저는 염처경 교재를 받고 책의 두께와 디자인에 아차 싶었습니다. 미리 알았다면 이번 생엔 경험하지 않았을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러나 아쉬람 스승님과 교수님 그리고 도반의 영향을 받으며, 나름 부지런함을 유지했습니다. 교재에서, 고행과 게으름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헌신적인 지속성을 가지고 관찰을 유지하는 것이 부지런함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매주는 아니지만, 직장생활과 마음의 파도타기로 방전된 나를 달래며 3시간이 넘는 운전길을 헌신적 지속성이라고 우기며 한 학기를 원주와 창원으로 다녔습니다. 감사한 건 내려올 때 저와 올라갈 때 제가 매번 달라졌습니다.
일상생활도 조금씩 변해갔습니다. 제 방은 침대와 책상으로 단순하게 정돈되고, 요가원 갈 때도 “나는 걷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속으로 말하며 걸었습니다. 이를 통해 점점 걱정들이 멈추고 걷고 있는 나를 관찰하는 또 다른 안정된 존재를 만나는 경험도 했고, “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를 컴퓨터 모니터 앞에 붙여 놓고 일을 하니 인간관계가 정돈 되어 일에만 좀더 집중하는 경험도 했습니다. 파도에 이리저리 떠밀리던 생활 속에서 다른 사람을 비난,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관찰하는 순간이 많아졌습니다.
몸, 느낌, 마음, 법(DHAMMAS)를 모두 사티해야하는데 아직도 모르는 것 투성입니다. 더하기를 갓 배운 초등학생이 미적분 책을 들고 있는 기분이 들지만, 다행히 봄 학기에도 이 교재로 학습이 이어지고 교수님과 도반들이 있으니 감사하게 또 한걸음 걸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