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순례. 충주 관아공원에 도착했다. 어제까지 날씨도 우울하고 추웠는데, 오늘은 날이 무척 화창했다. 더운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늦은 오후가 되자 바람이 꽤 많이 불었다. 충주순례를 준비하느라 애써주신 신건준 선생님, 오늘 안내를 맡아주실 3.1운동기념사업회 회장인 전홍식 박사님, 한살림 조합원님들, 소설가 최용탁님을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관아공원은 조선시대부터 충주의 중심이었던 곳으로 강원도와 경기도 남부, 경상도 북부를 아우르던 명실상부한 생활권의 중심이었다고 한다. 또한 임진왜란이나 의병전쟁 때는 큰 희생이 있었던 곳이고 근대문물이 들어온 곳이기도 했다. 또한 공원 내에 작은 탑이 있었는데, 충주에 성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축성의 기록이란다(충주축성사적비). 또한 주변에 1.2km 정도 길이의 성벽이 있고 4대문이 있었다는데, 주변의 성내동, 성서동 등의 지명들이 그러한 역사를 대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적 의미를 떠올리기에 현재의 관아공원은 뭔가 휑하기만 한 느낌이 들었다. 도시 중심에 있기 때문에 어르신들의 나들이가 좀 있나보다 할 정도로 어른들이 오가는 모습이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공원 내에는 청녕헌, 단청이 있는 제금당, 산고수청각 등 몇 개의 건물이 있고, 입구에 충청감영문이 있었다.(이 충청감영문은 후에 충청감영이 공주로 이전을 했기 때문에 역사해석을 다시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비롯하여 전홍식 박사님께서 많은 설명을 해주셨지만 여기에서 다 담지 못하여 아쉽다.)
전홍식 박사님의 설명에 따르면, 일제 강점기에 충주읍성이 파괴, 왜곡, 변형되었고, 후손들도 역사에 대한 고려 없이 주변을 개발했기 때문에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린 까닭이라고 했다. 따라서 충주읍성의 공간구조에 대한 연구가 지금도 진행중이라고 했다. 실제로 관아공원 담장 너머에 자리잡고 있는 KT건물은 예전에는 객사자리였고, 우체국 자리는 천주교도들이 순교한 자리로 알려져 있다. 순교자들을 위한 현양비는 공원내에 새로 세워졌다. 한편, 이곳에는 서회보의 애민선정비가 있는데, 친일파로 분류되는 사람으로 이 애민선정비를 철거해야 한다, 아니다로 의견이 분분하다고 했다.
500년이 넘었다는 큰 느티나무가 관아의 역사를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그 느티나무에 합장인사를 올리고 관아공원을 나와 식산은행을 향해 걸었다.
일제 강점기 식산은행 자리에 들려 설명을 듣고, 충주천 복개후 공사현장을 따라 걸었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하천은 아직 정비중이었지만 낮인데도 불구하고 하천길을 따라 산책하는 주민들이 간간히 보였다. 점차 주민들에게 쉼터로 자리잡아가겠지. 충주천을 걸어 쉼터거쳐 대원사에 도착했다. 주지스님께서 다과와 함께 따뜻하게 맞아주셨다. 대원사는 1929년에 창건한 사찰로 고색창연한 고찰은 아니었지만, 보물 98호인 철불좌상이 안치되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다른 곳에 있는 것을 옮겨왔다고 한다.)
드디어 호암지에 도착했다. 온갖 꽃들이 앞다투어 피어나고 있었다. 잘 다듬어진 수변정원을 따라 삼삼오오 시민들이 꽤 많이 나와 봄을 즐기고 있었다.
일제 강점기 주민들의 강제부역 등 호암지 조성과 관련된 역사, 호암지 아래 논에서 생산된 쌀이 조치원역을 통해 군산으로 가고, 군산항을 통해 일본으로 넘어갔다는 이야기 등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전홍식 박사님은 어느 호수보다도 정비가 잘 되어 있어 시민들의 쉼터로 역할을 잘 하고 있지만, 호암지의 역사는 아직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포현했다.
관아공원에서와 마찬가지로 여기에서도 역시 일제강점기 친일파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이 오갔다. 관아공원에 있는 선정비와 아울러 이곳에 호암지 조성 당시 친일행위를 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의 공덕비와 관련하여 친일청산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과연 친일청산의 일환으로 친일파와 관련된 이런 유산들은 철거해야 한다는 의견, 철거라는 것은 또 한 번의 역사왜곡이 될 수 있으니 유산에 대한 설명에 친일행위를 명시하여 국민들이 당시 상황을 올바로 이해하고 교훈으로 삼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 그러했을 때 친일행위자의 자손들을 비롯하여 관계된 사람들의 저항이 있을 것이고 그것이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을 것이니 그에 대한 합의가 우선되었으면 좋겠다는 의견 등등.
호암지 주변을 따라 걸어 반공투사위령탑 등을 더 둘러보고 설명을 듣고 걷기순례를 마쳤다.
어떻든 오늘 순례에 함께 한 충주지역 참가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우리 주변에 있는 이런 역사적 유물들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면서 “시민들이 지역의 역사에 대해 좀더 많이 공부할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끝으로, 순례를 하는 동안 조금이라도 더 충주의 역사와 삶의 공간에 알려주고자 애쓰신 전홍식 박사님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여기에 충분히 소개하지 못한 내용은 충주신문에 실린 전홍식 박사님의 기고문을 참고하면 좋겠습니다. http://www.cjwn.com/2987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