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3.1-2019.3.1 은빛순례 1년 매듭마당!
1년 동안 전국을 돌면서 5천여명을 만났고, 1500여 분이 한반도평화만들기 서약에 동참했다. 멀리 제주에서, 남도에서부터 강원도까지, 전국에서 오신 은빛순례 서약자님들이 조계사 마당에 모였다. 출발 때와 마찬가지로 광주은빛순례단, 실상사순례단이 많이 오셔서 더욱 감사한 마음.
딱 1년 전인 2018년 3월 1일, 승동교회 출발행사와 탑골공원에서 '대한평화만세'를 부를 때, 그 사나웠던 추위가 생각난다. 그런데 오늘은 너무 따뜻하다. 1년 동안의 뜨거운 기도에 하늘과 땅이 응답하시는가. 전국에서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가 있는데, 맑고 포근한 봄날씨가 너무 고맙다.
노랑과 초록의 은빛순례단 몸조끼가 봄을 부르는 전령사 같다. 조계사 마당이 봄빛으로 환하다. 평화로운 마음들이 가득하다.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타종식. 전국 각지 교회, 성당, 사찰, 교당에서 일제히 거행되는 의식이다. 은빛순례 1년을 마치는 날이어서 은빛들에게는 그 뜻이 더욱 더 크게 다가온다. 종각에서는 조계사 스님들과 신도님들이 먼저 타종 준비를 하고 있었다.
조계사 사부대중의 타종이 끝나고, 은빛순례자들도 올라가 타종을 했다.
댕~~~ 댕~~~ 댕~~~ 종소리가 멀리멀리 울려퍼졌다. 자주, 독립, 한반도 평화의 염원을 담고,
타종을 마치고, 한국불교역사기념관 대공연장으로 이동.
생명평화결사 백년순례위원장인 박소정 서약자님의 사회로 본격적인 은빛순례 매듭마당을 시작하였다.
첫순서는 경남 창원에서 오신 고승하 선생님과 은빛여성 노래단 <여고시절>.
은빛순례에서 얻은 가르침 <그대가 나임을>이라는 노래로 시작했다.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임을 /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임을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였음을 /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이제 알았네, 그대가 나임을 / 이제 알랐네, 그대가 나임을
이제 알았네, 그대가 나였음을 / 고마워, 고마워, 고마워
이어진 순서는 은빛 순례자들의 순례소감.
이부영 동아시아평화회의 운영위원장, 이삼열 대화문화아카데미 이사장, 도법스님, 그리고 광주순례단장으로 애쓰신 전 전남대 총장 강정채 은빛님의 말씀을 들었다.
이부영 은빛님은 "현대사에서 겪었던 너무 많은 사연들과 아픔들이 그냥 방치되어 있었다. 많은 피해자들은 그대로 움츠려 있고, 가해자들은 가해자들 대로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해 더 심한 말들을 하는 판국에, 그 사이에서 조정해주고 화해시켜줄 정치가 각 지역에 없었다."면서 "그동안 정부나 정치가 무엇을 했는가를 생각하면서 가슴이 답답하고 정치를 했던 사람으로서 죄스러움을 느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4.3사건이나 5.18 광주항쟁에 대해 국가 자신이 잘못했다고 인정한 것은 굉장히 대단한 사건이다. 정치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이제부터 무엇인가를 풀어내는 시대로 들어선 것이다."면서 "이제 선조들과 가족들이 겪은 고통과 억울함, 그리고 한을 품고만 있어서는 안 되고, 스스로 풀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여순사건 피해자들과 함께 그분들에게는 가해자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의 충혼탑에 갔던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관련소식 : [순천] 여순사건유족회와 함께 충혼탑에 가다 ▶▶▶)
이삼열 은빛님은 1년 순례를 되돌아보면서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를 심화시키고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노력했다. 전국 각지를 다니면서 국민들의 감정과 생각을 듣고 한반도 평화체제에 시민사회의 뜻과 방향을 논의해온 은빛순례단의 활동, 그 만남과 대화 자체가 뜻깊은 일이었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큰 과제를 부여받은 느낌이라고도 했다.
"전쟁을 막아보자고 나선 은빛순례였는데, 다행히도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국민들에게 전쟁이 없는 남북평화시대에 대한 희망을 갖게 했다. 한편으로 순례길에서 남남갈등으로 인한 아픔과 상처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를 다시 한 번 실감했다. 한반도 평화체제가 제대로 구축되려면, 남북간의 문제를 풀어감과 동시에 우리 안의 대립과 갈등, 그로 인한 아픔과 상처를 해소하는 문제를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함을 더 깊이 인식했다."면서 "어떤 형태로든지 은빛순례의 뜻이 시민사회에서, 각 지역에서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도법스님은 2004년 생명평화탁발순례부터 이번 은빛순례까지의 순례길을 되돌아보면서 "처음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과제는 과제로 남아있다."면서 "다만 은빛순례 과정에서 새로운 국면, 새로운 희망의 가능성에 맥락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고 했다.
도법스님은 걸으면서 성찰적 물음을 나누었다. '만약 우리가 극단적으로 분열하지 않았더라면, 우리 나라는 어떻게 되었을까'하고. 그랬다면 과연 식민지가 되었을까? 남북분단이 되고 남북전쟁을 했을까? 준 전시상황으로 70여년을 그렇게 과거에 사로잡혀 살아야 했을까?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서 생긴 아픔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등등.
그러던 중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그 지혜와 방도를 보았다고 한다. 도법스님은 "두 정상은 오직 '한반도 평화'를 화두로 남북간의 해묵은 갈등과 원한을 내려놓고 머리를 맞댔다. 그 결과 국민들은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 희망을 갖게 되었다."면서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우리 사회의 대립과 갈등을 풀어가는 데도 남북정상회담에서 보여준 지혜와 방도가 절실하다 .은빛세대들과 시민사회가 함께 '우리 안의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로 가는 문을 열자."고 호소했다.
강정채 은빛님은 광주 은빛순례단 단장으로 광주순례는 물론 다른 지역순례에도 종종 참여하셨다.
"은빛순례 1년 동안 '평화'라는 이야기를 가슴에 담을 수 있어서 고마웠다. 우리 지역에서 겪은 아픔이 워낙 커서 다른 지역은 우리보다 덜하겠거니 생각했는데, 이번 순례를 통해 지역마다 비슷한 아픔과 상처가 엄청나게 많고 크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문을 여셨다.
또한 여순사건이나 5.18을 직접 겪은 분으로서 화해와 용서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큰 울림이 있었다. 강정채 은빛님은 "우리 골골에 있는 아픔을 씻어내는 노력들을 전국민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 이 운동이 조용히 오랫 동안 자기 마을에서 시작되고 지속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그리고 박두규 시인의 시낭송이 이어졌다.
박두규 시인은 전남순례 13일에 이어 강원도 구간 순례에 동참하며 은빛순례의 마음을 새겼던 분이다.
3.1의 세상.
3 즉 1이고 1 즉 3이라 하니
우리는 태어날 적부터 한울님이며
이미 너와 나의 머릿골 속에는
청정의 고요 속에서 움트는
씨알 하나가 심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 신령스런 것들이 망령스런 짓을 일삼는 것은
제가 저를 알지 못하는 무지한 까닭이고
제가 얼마나 큰 사랑인지 몰라
스스로를 섬길 줄 모르는 까닭이다.
스스로를 모르는 것이 망령이고
스스로를 알아보는 것이 신령이니
이 세상은 숱한 망령들이 휘젓고 다니는 곳이라
언제나 3.1의 세상이 다시 올 것인가.
한때 모두가 한 마음으로 모여
세상을 뒤집는 촛불을 켜고 3.1을 이루었다하나
그것은 3.1의 시작이었을 뿐이다.
인간사 어두운 밤이야 언제나 오는 것이니
촛불 또한 늘 켜놓아야 하리.
그렇게 스스로를 환하게 밝히는 것이 3.1이다.
이런 신명神明이 3.1이고
그렇게 참된 스스로가 3.1이다.
바로 그런 당신이 3.1이고 그런 우리가 3.1이다.
좌우도 없고, 상하도 없고, 남북도 없는
오로지 순정한 마음 하나 지키며
단순 소박하게 사는 사람
그런 사람과 사람이 어우러진 세상
그것이 3.1의 세상이다.
그리고 치사가 이어졌다.
최상용 교수님은 본인의 말씀은 치사가 아니라 은빛순례 지지발언이라면서 말씀을 해주셨다.
최상용 교수님은 "오늘의 테마는 3.1운동 100주년, 한반도 평화만들기, 그리고 은빛순례단인데, 이 세 가지 테마를 꿰뚫는 최우선 순위의 문제가 무엇인가?라면서 "여러분이 이미 답을 내놓았더라. 바로 남남갈등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본인은 60년을 연구자로, 정치학도로 살았는데 사실 부끄럽다고 했다. 지구상에 우리 나라처럼 이렇게 양극화가 심한 나라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념의 양극화,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데올로기의 양극화, 지역간 세대간 양극화가 악순환으로 심화되고 있는 게 남남갈등의 내용이라고 했다.
"오늘 3.1운동 100주년이다. 1876년 운양호 사건부터 외세의 압도적인 힘에 대항했던 게 위정척사운동, 개화운동, 그리고 동학이었다. 이 세 가지의 물결이 하나로 터져나온 게 3.1운동이다. 3.1운동은 통합운동이다. 그전부터 양극화가 심한 나라였는데도 불구하고 계급과 이데올로기를 초월해서 통합과 화합의 메시지가 엄청 강하다. 3.1운동은 분명 특수한 한민족의 독립운동이었지만, 그 구장 속에는 정의와 평화, 자유와 평등이라는 세계의 보편적 주제가 담겨 있다. ...(중략) ... 한반도 평화만들기는 국민통합에 성공해야 가능하다. 그런데 이전의 보수정권도, 지금 촛불혁명으로 생긴 정권도 말이 통하는 상대세력을 끌어안는데 그걸 못했다."
"그런 과정에서 은빛순례단이 1년 동안 108개 지역을 다니면서 통합의 메시지를 전했다는 것은 정말 의미있는 일이다. 은빛순례의 정신은 3.1운동의 정신을 계승· 발전시킨 것이다. 우리 사회의 분열상을 치유하려는 은빛순례단의 노력을 지지한다."
박종화 목사님은 "아까 함께 불렀던 <그대가 나임을> 노래 속에 답이 다 들어있다. 그대가 죽고 내가 살면 가학적 평화, 그대가 살고 내가 죽으면 자학적 평화다. 그대가 나라면 그대도 살고 나도 사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대도 살고 나도 살아야 진정한 평화가 온다."고 했다.
"하늘은 평화세상이다. 우리에게 회개와 자책이 있고, 땅위에 평화를 만들면 그곳이 곧 하늘나라다."면서 "은빛순례단은 평화순례단, 땅위에 평화를 만드는 활동이 정말 고맙다"고 했다.
가수 김산 님의 노래와 양대관 님의 피아노 연주가 울려퍼졌다.
은빛들의 호소문 합송.
은빛순례자들과 지역에서 오신 운영위원들이 단상에 올라 함께 낭송했다.
♣ 한반도평화와 번영을 염원하는 은빛들의 호소문 ▶▶▶
그리고 단체기념촬영.
(미리 광화문광장으로 가셔서 함께 기념사진을 못남긴 분들이 계셔서 안타깝다.)
그리고 우정국 마당에서 박소산 춤꾼의 <평화의 날개짓>. 은빛순례의 든든한 동행. 1년 전 3월 1일, 은빛순례 출발과 함께 1000일 동안의 <평화의 날개짓>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매듭일에도 함께 하니 어찌 뜻깊지 않겠는가. 이후 1000일을 향한 평화의 날개짓이 잘 성취되기를 기도한다.
조계사에서의 행사를 마치고, 서약자님들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염원하는 은빛호소문>을 챙겨들고 삼삼오오 광화문광장으로 향했다.
100년 전 이 날, 목숨을 걸고 비밀리에 나서야 했던 길. 그리고 100년, 자주 독립을 위한 위험과 고난의 여정, 그리고 민주화를 이루어온 험난한 여정이 있었다. 바로 지금 우리에게 오는 길. 지금 이렇게 하하호호. 웃으며 새로운 100년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이 땅 위, 이 하늘 아래 가득한 그 은혜에 감사한 날. 진정한 자주·독립의 완성을 위해 "한반도 평화, 피어라!"
은빛순례 서약자님들께서 함께 해서 더욱 감사한 날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함께 보기 > 은빛순례 사진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