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사회정의, 교회 개혁, 역사적 예수 따르기, 생태신학의 탐구와 실천, 자유, 평화, 사랑, 정의, 생명을 말하거나 한 편의 시 같은 아름다운 기도를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오늘 딱 한 가지만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모태신앙으로 태어나 여러 교회를 다녔지만 단 한 번도 싸워서 갈라지지 않는 교회를 본 적이 없습니다. 소위 진보라고 자처하며 끝없이 정의를 추구한다는 사람들이 서로 잘났다고 목소리 높이다가 분열되지 않는 꼴을 본 적이 없습니다.
사랑의 하나님, 제 마음의 소원은 딱 한 가지입니다. 우리 교회가 싸우지 않고, 나눠지지 않고 사이좋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어떤 이념이나, 가치관이나, 신학적 주장이나, 방법론보다도, 양보와 배려와 사랑과 우정이 먼저임을 잊지 않게 해주십시오. 우리가 이 교회의 일원이 된 그 순간부터 이미 우리는 영생을 함께 살아갈 피붙이 같은 벗이 되었음을 기억하게 해 주십시오. 주님, 저는 순박하게도 우리가 다 같이 착하게 늙어가고, 같이 자식들 시집 장가보내고, 그 자식들이 또 이 교회를 지키며 자식을 낳고, 서로 착하고 사이좋게 살아가는 꿈을 꿔봅니다.
신경림은 “못난 놈들은 얼굴만 봐도 즐겁다”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그와 같이 만날 때마다 즐겁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평생 따르고자 하는 예수는 세리와 죄인의 친구요 먹고 마시기를 탐하는 자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사람들과 정겹게 어울려 살았는데, 우리가 그 길을 따르길 바랍니다. 안 그래도 세상 살아가기 각박하고 불안한데 교회가 있어 마음 든든하고, 언제든 격 없이 어울릴 벗이 있어 외롭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언제든지 큰 팔을 벌려 우리에게로 오는 모든 사람들을 환대하고 어울려 살고 마음을 나누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교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예수께서는 “하나님 나라는 너희 가운데 있느니라” 하셨는데, 우리 가운데서 하나님 나라가 계속 실현되는 행복하고 평화로운 교회가 될 수 있기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