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축하드립니다. 그 옛날 로마 군대에 의해 민족이 짓밟히면서 남자들은 교회와 로마와 나라의 이중삼중적인 세금착취로 인해 이중 삼중고에 시달리고 여인네들은 점령군 로마군대에 의해 온몸이 짓밟히고 소위 힘없고 가난한 이들은 권력자들에 의해 존재가 유린당하던 시절 초기 크리스챤들은 만약에 이 시대 예수님이 오신다면 어디에 오실까를 생각하면서 가난한 농부의 마굿간, 역사의 반전과 혁명을 꿈꾸는 힘없는 여인네들, 가난하지만 빈들에서 천체의 움직임을 보면서 세상의 이치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목자들, 평생을 새로운 시대를 꿈꾸며 끝없는 실패와 좌절속에서도 그 꿈을 잃지 않고 기다리고 포기하지 않고 살아왔던 노인네들을 등장시킵니다. 그럼 2천년이 지난 이 시대 예수님이 오신다면 어디로 오실까를 생각해 봤습니다.
지난 7월 양천구 서울남부출입국외국인사무소 앞에서는 서울의 한 중학교 학생들이 이란 국적의 친구 난민 신청을 요구하는 시위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8월에는 이 학생에 대한 청와대 국민청원이 있었고 급기야 10월 즈음 법무부에서 난민신청이 받아들여지게 되었습니다. 난민신청을 한지 2년 6개월만의 일입니다. 단지 안타까운 이야기는 이 친구가 자의로 그랬는지 강요에 의한 것이었는지 모르지만 종교를 개종했다는 점입니다. 이슬람교에서 기독교로 말입니다. 자의적이라면 다행한 일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제주 예멘 난민 문제로 나라가 들썩 들썩 하고 있었던 지난 8월 이 땅 어딘가에서는 친구의 인권과 권리를 찾아주기 위해 노력하던 이 땅의 작은 예수님들이 있었습니다.
지난 주일 강릉 한 펜션에서 10명의 고등학생들이 놀러갔다가 일산화탄소에 중독이 되어 3명의 학생이 목숨을 잃고 몇명의 학생들은 아직도 의식불명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저희 교회에도 비슷한 구조를 지닌 온풍기가 있습니다. 저 온풍기와 같은 구조에서 배기 시스템에서 문제가 생긴 겁니다. 이 공간을 인테리어 하는 과정에서 도시가스 점검하시는 분이 세번이나 나와서 저 부분을 점검했습니다. 처음에 제대로 안되 있어서 보완을 요청했고 또 왔는데 시정이 안되어 있어서 결국 세번째 와서 보완이 된 것을 확인하고 온풍기를 틀기 시작했습니다. 여자분이 점검을 오셨는데 몇번을 그러시는 거예요. 목사님! 이거 세면 사람이 죽어요. 일산화탄소가 새면 냄새도 안나고 색깔도 없고 그냥 서서히 잠들듯이 죽어요. 몇번을 말씀하시더라구요.
한달에 한번씩 정기 점검이 나온다는데요. 이런 분들이 오셔서 꼼꼼히 점검하셨더라면 저런 사고가 안났겠지요. 저희가 미국에 있을때는 화재, 소방 시스템은 제날짜에 와서 배터리 다 갈고 제대로 기능이 작동하는지 다 확인하고, 소방소에서 왔을때 어디든 신속히 들어갈 수 있도록 마스터 키를 놓아두는 곳, 그리고 그 키가 실제 그곳에 있는지 매달 정확하게 체크합니다. 그래서 문을 못 열어서 기계가 고장이 나서 점검을 안해서 절대 사고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온 사회가 안전 안전 안전 이야기 하지만 실제 안전한 시스템, 매뉴얼이 전혀 없는 거죠. 어떤 경우는 지극히 당연한 일을 꼼꼼히 하면 되려 융통성 없다고 핀잔 받는 세상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맡은 일을 정확하게 정직하게 남 눈치 보지 않고 화려하거나 커다란 승진도 바라지 않고 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목사님 이거 제대로 안해놓으면 사람이 죽어요. 마치 하늘의 별을 보면서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목자들처럼 큰 욕심없이 우직하게 삶의 근본들을 지켜가면서 살아가는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시대의 작은 예수님들입니다.
"어제 아이가 일하던 곳에 갔었습니다. 갔는데 너무 많은 작업량과 너무 열악한 환경이 얼마나 저를 힘들게 ...말문이 막혔습니다. 내가 이런 곳에 우리 아들을 맡기다니. 아무리 일자리 없어도 놀고 먹는 한이 있어도 이런데 안 보낼거라 생각했습니다.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을 살인병기에 내몰겠습니까
아들이 사고난 장소에 동그랗게 말려있었습니다. 그게 위력도 세고 빠른 속도로 이동한다고 들었습니다. 그 위험한 곳에 머리를 집어 넣었다니 저는 기가 막혔습니다. 동료들 말이 아들 현장에서 봤을 때 현장에서 모습이 어땠냐고 머리는 이쪽에 몸체는 저쪽에 등은 갈라져서 타버리고 타버린 채 벨트에 끼어있었다고 합니다.
옛날에 우리 지하탄광보다 더 열악한 게 지금 시대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아들이 억울하게 당해야 하는 이유도 모르겠고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이걸 알리고 싶어 나왔습니다. 지금도 일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빨리 나오라 하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이 대체한다 해도 같은 상황일겁니다. 일하는 아이들에게 빨리 나가라고 더 죽는 거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아들 하나면 됐지. 아들같은 아이들이 죽는 걸 더 보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 나라를 바꾸고 싶습니다. 우리 나라를 저주합니다. "
컨베이어벨트에서 목숨을 잃은 고 김용군 어머니의 기자회견문입니다. 아들의 주검을 안고 처절하게 울부짖는 어머니 마리아를 담은 피에타상이 떠올랐습니다.
컨베이어 벨트가 어디 그곳뿐이겠습니까? 이 한파에 75미터 굴뚝위에서 고용승계를 외치며 1년이 넘도록 농성을 해도 소위 정치권에서 선거때마다 표를 구하고 무릎을 꿇고 목숨이라도 내 놓을 것 같이 행동하던 이들은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새 정부 들어서도 로마제국의 학살처럼 힘없는 이들의 죽음의 행열은 여전히 삶의 곳곳에서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도대체 하느님은 어디에 계시고 성탄의 예수는 어디서 무엇을 하시는가 한탄하고 좌절합니다.
그러나 성탄의 무대를 보십시요. 주님의 팔로 권능을 행하시고 마음이 교만한 사람들을 흩으시고 제왕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사람들을 높이는 변혁의 세상을 꿈꾸던 어머니 마리아가 있었습니다. 춥고 배고프고 험난해도 별을 보며 자연의 이치를 거스리지 않으며 살아가던 목자들이 있었습니다. 한 평생 / 억눌리고 짓밟히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자기 백성들이 받을 위로를 기다리며 살아가던 예언자들도 있었습니다. 평생을 금식과 기도를 하며 자신을 성찰하고 신을 섬겨왔던 할머니들도 있었습니다. 자신의 인생을 지탱해오던 모든 것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자신이 딛고 선 삶의 믿음들이 발밑에서부터 바닥까지 허물어지는 경험을 하면서도 그 차디찬 바닥에서도 삶의 진실을 지켜내기 위해 버티며 살아가는 작은 예수님들이 있었습니다. 그 작은 예수님들이 리얼 예수님을 낳아가고 그 리얼 예수님이 지금까지도 저마다의 가슴속에 살아 역사의 희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모두가 메시야를 기다리던 시대 예수님은 메시야를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은 그 땅의 작은 예수님들과 함께 스스로 그 길을 걸어가셨습니다.
참고 견디는 가운데 여러분의 생명을 지키십시오. 죽임과 파멸과 폐허속에서도 생명을 노래하십시오. 시린 겨울의 바람속에서도 두 손을 맞잡고 삶의 온기를 노래하십시오. 역사의 가장 시린 겨울날에도 여전히 생명의 가치를 노래하고 세상을 따뜻한 온기로 채워갔던 성탄의 주인공들처럼 성탄의 평화와 사랑을 우리 삶의 곳곳에서 노래하는 그래서 이땅의 작은 예수가 되어 더 큰 예수를 키워가는 우리 모두가 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