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9 산황산 평화기도회 마태복음 5장 3-10절
경인년 새해 첫 기도회입니다.
오늘 여러분과 함께 읽은 말씀은 예수님의 산상설교 중 8복의 말씀입니다. 조용기 목사가 말하는 복과 전혀 다릅니다. 한국교회의 대부분의 신자들은 조용기 목사의 복을 신봉하지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복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조용기 목사가 이야기하는 3박자 축복은 예수 잘 믿으면 영혼도 구원받고 현세에서는 물질 축복에 건강축복까지 받는 다는 것입니다. 그럼 건강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 어느날 갑자기 사고당한 사람, 돈 없는 사람은 저주를 받은 사람들인가요? 70년대 80년대 수없이 많은 크리스챤들은 이런 사상을 숭배하는 걸 예수 잘 믿는 거로 생각하고는 열심히 교회에 갖다가 바쳤습니다.
그런데 옛날 평창 근처로 남선교회 MT를 가서 만난 어떤 분의 말이 갑자기 생각납니다. 많은 교회에서 목사님들이 그렇게 가르친다는 거예요. 교회 열심히 다니고 신앙생활 열심히 하면 구원받는다고. 그러니 열심히 교회 다니고 열심히 헌금하고 열심히 목사말 잘들으라고 그런데 그 이야기만을 액면 그대로 놓고 생각해보니 무슨 이런 놈의 종교를 거룩하다고 하면서 죽어라 충성하냐는 겁니다. 친구를 구원하는 것도 아니고 남에게 선을 베푸는 것도 아니고 자기 하나 살겠다고, 자기 자식만 잘키우겠다고, 자기 가정만 축복받겠다고 혈안이 들어서 이런 것에 시간받치고 돈받치고 인생의 모든 것을 올인하는 그런 종교가 과연 이 사회에서 좋은 종교냐는 거지요. 그래서 자기는 교회 안다닌데요.
귀담아 들어볼 이야깁니다.
기독교의 이런 교리들은 인간의 삶을 / 생명체의 유기성을 매우 개별화시킵니다. 그래서 구원과 행복 이런 개념을 매우 개인적인 것으로 치부해 버립니다. 나 하나 잘 살면 행복해지나요?
내가 열심히 살아서 돈도 벌고 직위도 올라가고 뭔가 삶이조건이 많이 좋아졌어요. 그런데 그 사이에 아이가 아파서 자살했어요. 그 사람의 인생이 행복할까요? 교회 열심히 다녀서 판검사 되고 젊은 나이에 영감이 됐어요. 그래서 돈도 많이 벌고 앞길이 탄탄대로예요. 나이든 사람들이 영감님 영감님 하면서 떠 받들구요. 현직에 있을 때 대충 정치권이나 권력가들 뒤좀 봐주면 로펌 변호사에 연봉이 몇십억씩 보장된 삶을 살아요. 축복받은 사람일까요? 구원받은 백성일까요? 그런 사람들에 의해 죄없는 사람이 누명을 쓰고 / 죄값을 치러야하는 사람들이 세상에 더 떵떵거리며 살아가요. 축복받은 사람일까요? 구원받은 백성일까요? 트럼프 보십시오. 자기는 저렇게 전쟁분위기 만들어서 재선이 되면 자기는 천국에서 살지 모르지만 더많은 IS만들어내고 더 많은 피의 복수를 만들어내는 세상이라면 그게 천국일까요?
오늘 예수님이 가르쳐주시는 복된 인생은 이런 개별적 차원의 복이 아닙니다. 오늘 팔복에서 말씀하시는 모든 용어들은 모두 관계적인 용어들입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질투하지 않는 사람이예요. 더 욕심내지 않는 사람이예요. 경쟁하지 않는 사람이예요. 그래서 함부로 남을 짓밟지 않고 큰 기대나 지나친 실망없이 늘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관계입니다.
애통하는 자는 누구가의 고통 앞에 함부로 말하지 않고 우는 자 옆에서 함께 비를 맞으며 그통을 나누는 사람이예요. 온유한 자는 햇살처럼 부드럽고 따뜻해서 모든 강함과 모난 것들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사람이예요. 나머지도 마찬가지예요. 의에 굶주리고 목마른 사람은 정의롭고 공평해서 차별과 무시와 거짓과 속임수로 신의를 저버리지 않는 관계입니다. 자비로운 마음, 순수한 마음, 서로 존중하는 평화로운 삶은 모두 관계안에서 이루어지는 공존, 배려와 사랑의 세상입니다.
구원은 관계안에 있습니다. 행복과 복된 삶의 실체는 관계안에 있습니다. 구원은 나 혼자 티켓받아 열차타고 어딘가로 가는 게 아니라 우리 안에 이루어지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관계입니다. 그래서 하나님 나라는 여기있다 저기있다 할게 아니라 하느님 나라는 우리 가운데 있다 말씀하셨습니다. 새해에도 우리는 수없이 많은 관계안에서 살아갑니다. 가정에도 자식과 부모와 남편과 아내와의 관계가 있고 일터와 삶터에도 일상 한가운데 수없이 많은 관계안에서 살아갑니다. 그리고 사람뿐만아니라 산과 나무와 산황산과 자연과 공기와 물과 햇살과 바람과 이것들과의 관계안에서 살아갑니다. 모든 것들은 여전히 연결되어 있고 모든 것들은 상호간에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경진년 새해에도 우리 모두 팔복의 사람들이 되셔서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관계안에서 하나님 나라의 복을 풍성히 누리며 살아가시는 우리 모두가 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들을 살리는 생명의 모체 자연과 식물과 동물들, 숨쉬게 하고 공존하게 하고 수없이 많은 먹거리가 되어 우리를 살리는 이 생명들과 함께 공존하고 공생하며 평화의 세상을 이루어가는 귀한 한해가 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