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에는 비가 내렸습니다.
아카시 향기 가득한 시절에 이어
지금은 찔레꽃이 향수를 자극하네요.
여린 풀보다 늦게 잎을 낸 나무들이 어느새 제 모양
제 크기대로 키워 숲과 하늘을 꽉 메우고 가렸습니다.
작은 것이 가득 찬다는 소만절기를 지나
5월 꽃들이 여기저기서 떼 창이나 하듯 저마다의 고운 빛으로
때론 향기로 벌과 나비를 부르며 신나게 노래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간 세상은 코로나바이러스에 점령당해
아직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하루도 수천 명씩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꽃 지고 난 벚나무 아래엔 벌들의 도움으로 겨우 만들어진
수 없는 아기 열매들이 떨어져 오가는 사람들에게 밟힙니다.
올해는 꽃필 때 춥거나 비바람불어
여느 해보다 열매가 적어 보입니다.
한생명이 태어나 온전하게 사는 것은
실로 엄청난 기적이요 행운이지요.
5월은 만상의 꽃들로 시작하지만
40년 전 광주 민중의 뜨겁고 붉었던
차마 대하기 서러운 이름도 남기지 않은 님들을 다시 세워봅니다
나무들은 열매를 키울 생명에너지 햇볕을 제대로 받기 위해
빈틈없이 제 잎을 활짝 키워내지요.
이 계절에 우리의 생들도
찢기어진 역사를 회복할 수 있는 푸른 가지로 뻗어
따뜻한 생명사랑 품고 담는 잎들로 무럭무럭 자라나는 5월이기를
누구에게나 햇볕 같은 존재이기를 동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