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시장이 성추행 가해자라는 소식과 그의 자살은
우리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성추행과 성폭행 피해자를 도와주고
젠더특보를 새로 도입한 사람이 가해자로 나타난 것에 놀라기는 했지만
딜레마에 빠질 정도는 아닙니다.
인간이 원래 그리 대단하지도 않고
저를 보더라도 겉 다르고 속 다른 게 어디 한두 가지 겠습니까.
그렇지만 소녀상 앞에 몰려가서
성노예 피해자들을 모욕하던 입으로
갑자기 성추행 피해자를 대변하고
가해자를 비난하는 것을 보는 게 힘이 듭니다.
제일 곤혹스러운 일은 안으로 굽은 제 팔을 보는 것입니다.
제가 얼마나 깊은 딜레마의 수렁에 빠져있는지 실감이 납니다.
제 주위에는 한나라당 지지자들도 많이 있습니다.
지난 정부의 끝자락 무렵부터
제가 권력에 대해 비판하던 말과 똑같은 말을
그들이 저에게 하는 말을 듣습니다.
그들의 눈빛에서 미워하는 마음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것을 봅니다.
그들의 모습에서 저의 옛 모습이 보입니다.
나는 또 얼마나 박근혜를 이명박을 미워했었나!
진실은 온데간데 없고
그들은 단지 제가 그들에게 보낸 미움에
또다른 미움으로 대답할 뿐입니다.
대접 받고자 하는대로 대접하라. 황금률입니다.
한 입으로 두 말을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하느님, 미워하는 마음을 용서하여 주십시요.
미움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를 불쌍히 여겨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빛이 어둠을 이기듯이 진실이 거짓을 이기듯이
오직 빛과 진실을 바라보게 하여 주시기 기도합니다.
하느님, 비에 대해 기도하지 않을 수 없네요.
고추가루를 만들기 위해 고추를 여럿 심었습니다.
주렁주렁 달린 고추가 비에 녹아 내리고 있습니다.
물난리를 겪고 있는 이들의 고통이 이에 견줄 수 있겠습니까.
위로하여 주시고 도움의 손길을 구합니다.
병고와 씨름하고 있는 우리 교우들 주연집사님, 은정집사님,
경기집사님, 제 친구 성배집사 모두에게 뒤집기 한판을 할 수 있는
불뚝불뚝 근력을 더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