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새로이 육신의 허물을 벗고 매 주일마다 또 제 마음의 새 옷을 갈아 입히시며 살피시는 주님 감사합니다. 어느덧 사계절을 함께하는 동녘 안에서의 시간들이제 봄볕처럼 스며들고 따스합니다. 봄날이지만 그래도 눈은 내리고 가끔 바람이 차갑지만,곧 또 여름이 오고 계절이 가는 동안 더 편안해질 것을 믿으며,동녘에서 신앙인으로서 삶을 다시 이끌어주심에 감사합니다.
지난 한 주 동안에는, 물건을 사지 않고 생활하는 것이 미리 걱정했던 것만큼 힘들지 않아서 그간 습관처럼 소비했음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기를 금식한다는 것 한가지가 마치 세상먹을 것이 모두 사라진 듯 매일의 식단을 고민하고,이 또한 절제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던 자신을 살피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고난주일이 지나면 부활주일이라 표시된 달력의 글씨를 새삼 오래 들여다보며는 작은 깨달음의 시간에 감사합니다.
5년 전 4월 16일 이전에는, 어느 시의 한 귀절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말이 함께했었고,4월 3일 ,19일이라는 날짜들에는 헤아릴 수 없는 무고한 죽음들을 애도하며 다음 달의 5.18일처럼 듣고 배워서 알고 있는 죽음들을 그저 머리로만 이해하고 살았었습니다. 그러나 침몰하던 배, 그 안의 사람들은 그 날, 우리가 두 눈으로 보고 있는 중에 천천히 가라앉았고 충분히 살 수 있었던 시간을 빼앗긴 사람들의 고통은,그 날 이후 가슴으로 아는 슬픔이 되었습니다. 노란 리본이 점점 보이지 않고 매일의 사건 사고들 속에 잊혀져 가고,가끔 인터넷 기사들에 차마 읽을 수 없는 댓글들로 유가족들을 슬프게 하는 사람들도 있음이 안타까운 중에,사진을 수없이 보고 이름을 듣던 304명의 얼굴들을 어제 다시 마주했습니다. 교복을 입은 아이들의 모습은 가장 예쁘게 보이고싶던 그 날에 멈추어 있었고,동녘의 식구들이 함께‘천개의 바람’을 함께 부르고 들으면서 ‘잊지 않겠노라,’‘진실을 규명하겠노라’는 약속을 외치는 자리에 함께 했음을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오랜 시간동안 ‘치료사’라는 직업을 돈벌이,밥벌이,자아실현으로 생각하며 아픈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기보다는 그들 육신의 상태만을 다스리고자 했었습니다. 쉽게 가고자 하는 길이 막히고,쌓았던 것들이 무너지며 스스로 무릎을 꿇어 마음을 치유하는 공부를하고 교회에 다시 나와 기도하기까지, 언제나 꼭 필요한 만큼은 채워주시며 스스로 길을 찾도록 인도하신 주님 감사합니다.
뒤틀어지고 구부러진 몸이지만 새벽기도를 쉬지 않는 화전지역의 노인들과의 생활이 왜 하필 지금제게 주어졌는지,몇 달을 원망하고 짜증나던 중에 어느날 ‘사명’이라는 말을 떠올리고 스스로 위안을얻었습니다. 짜증을 내려놓고 허물없이 대하면서 이제는 제게 의지하고 오는 마음들에 감사합니다.
수없이 기도하고자 해도 ‘제게 평화를 주옵소서‘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다가, 기도문을 쓰며 3일 내내 이런저런 긴 기도를 할수있었던 시간들에 감사합니다.
매일 만나는 노인들이 받아들여야 하는 죽음을 미리 우울해하기보다 남은 날들 동안의 육신의 평안을 도와드리는 마음에 사랑과 겸손이 함께 하기를기도합니다. 사람들의 치유를 돕는 제 손길에 함께 하심을 믿습니다. 동녘의 사람들의 육신과 정신에 강건함이 늘 함께하기를 기도합니다. 예수의 마음을 닮은 사람으로 더불어 사는 삶에 서로의 치유의 손길과 마음에 주님께서 함께 하시기를 마음 모아 예수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