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연구의 깊이를 기록하는 학회지
이 기 성 한국편집학회 회장
회원들의 뜻을 모아 취지문을 작성하고 한국편집학회를 창립하고 학술세미나를 하다 보니 벌써 2년이 지나고 있다.
한국에서 1964년부터 구체적으로 시작된 인쇄출판학 연구는 컴퓨터의 등장 이후 전자출판학 연구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 인쇄출판계는 콘텐츠산업계에게 원래의 출판영역을 빼앗기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출판과와 콘텐츠과가 서로 영역 다툼을 하고 있다. 진흥원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과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 분리되어 있다. ‘퍼블리싱(publishing)’이란 용어를 ‘출판’으로 번역하여 사용한 이래, 한국에서는 현재 출판과 편집이 다른 뜻으로 분화하고 있다. 유럽에서 15세기 중반에 인쇄술이 개발되었을 당시는 인쇄소가 출판·인쇄·유통을 모두 맡아 하고 있었다가 18세기에 들어서서 출판, 인쇄, 판매(유통)가 분화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목판인쇄, 금속활자, 도활자 인쇄가 유럽보다 훨씬 전부터 실용화되고 있었다. 그러나 발행이 정부와 사찰에서만 가능하였기 때문에, 개인도 사업이 가능했던 유럽식 출판 시스템과는 다른 형태로 발달하였다.
‘퍼블리시(publish)’에 해당하는 용어가 존재하지 않던 조선 중기까지도 편집은 ‘출판과 편집’의 뜻으로 사용되어 대장경 발간 작업도 기획, 편집, 제작, 유통으로 분리하여 진행되지 않고서도 대장경 출간을 완료할 수 있었다. 당시의 편집은 지금의 출판과 같은 넓은 의미로 사용되었다. 현재도 영화편집, 필름편집, 영상편집, 드라마 제작할 때도 방송편집, 책을 만들 때도 편집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편집이 종이책을 만드는 출판편집이라는 좁은 의미가 아니라 한국의 전통적 의미의 출판(지금의 publishing이 아닌)으로 사용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지금까지도 중국은 편집을 출판의 뜻으로 사용하여 퍼블리싱을 연구하는 학회에 ‘중국 편집학회’와 ‘중국 출판학회’의 2개가 있다. 또한 출판 통계에 종이책, 전자책, 영화, 만화, 디지털 콘텐츠가 포함되어 중국 정부의 공식 통계도 디지털 콘텐츠까지 합하여 집계된다.
오늘날 편집환경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결합된 ‘아나털(Anatal)’ 시대,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를 지나 인공지능(AI) 통신망이나 사물인터넷(IoT),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빅데이터 등의 첨단기술이 결합된 ‘Mixed Media’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미디어와 콘텐츠가 평면 공간을 탈피하여 입체 공간에서 펼쳐지는 시대이다. 여기에다 지금 사용 중인 이동통신 LTE 기술보다 속도가 더 빠르고, 100만 개가 넘는 디바이스가 동시에 접속이 가능해지는 5G 기술이 보편화되면 컴퓨터를 사용하는 출판(Computer Aided Publishing)인 ‘전자출판’은 또 한 번 비약적인 발전을 할 것이다.
우리 학회의 설립취지문에 있는 것처럼 우리는 ‘문화산업의 현황을 조사·분석하고 다양한 연구를 거듭하여 학술이론으로 편집학을 정립하고, 나날이 융합하고 있는 문화산업의 편집방안을 제시하며, 전 세계 편집 연구진과 학문적·인간적으로 교류하며 편집연구의 깊이를 더해야 한다’.
단기 4352년(서기 2019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