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얼레지
2019년
4월 7일 화야산 야생화 탐방
혼자서
자동차 이용
주차장
– 화야산장 왕복
봄꽃
양산박
화야산 계곡에 얼음 녹으면
개울가 기슭에 봄꽃이
핀다
노루귀 바람꽃 얼레지꽃이
경쟁이라도 하는 듯 앞다퉈
핀다
화야산 계곡에 봄꽃이
피면
카메라 둘러메고 봄을
찾는다
남녀노소 무리지어 재잘거리며
구석구석 살펴가며 꽃을
찾는다
그들이 찾는 것은 꽃이
아니다
덧없이 흘려버린 세월에
묻혀
잃어버린 마음의 좌표를
찾아
봄만 되면 화야산 계곡엘
온다
화야산 계곡
어제 주작산 산행으로 몸이 묵직하다. 그냥 집에서 쉬는 것도 좋으련만 또 다시
화야산 계곡을 찾았다. 계곡에 가득 피어 하늘거리는 얼레지 꽃무리가 눈에 선하다. 멀지 않은 거리를 단숨에 달려 주차장에 당도하니 이미 꽉 찼다. 들어가는
입구 좁은 길가에 작은 빈틈 있으면 차가 서 있다. 지난 주와는 완전 딴 판이다.
정오 무렵 도착하니 어떤 이들은 이미 꽃사냥을 마무리하고 얼굴가득 웃음먹고 하산중이다. 좋은
거 많이 찍으셨나요? 묻는 말에 싱글 벙글 웃음꽃 핀다. 하얀거
하나 만나 봤네요. 하얀거는 다름 아닌 흰얼레지다. 그게
어디에 피었던가요? 그는 마치 귀중한 꽃을 한아름 선물하는 것처럼 길을 자세히 가르쳐 준다.
꽃이야 발이 없어 달아날 일 없으니 그의 말씀 가슴속에 접어 두고서 느긋하게 올라가며 꽃을 찾는다. 양지쪽에 노랗게 핀 양지꽃에다 하얀 제피꽃은 남산제비다. 생강나무
노란 꽃은 이미 시들고 산기슭엔 얼레지가 천지삐까리다. 일주일 전만해도 입을 앙 다문채 도저히 상종조차
하기 싫은 듯 도도한 모습을 서 있더니 이제는 서로 서로 경쟁하듯이 ‘바람난 여인’들이 아우성이다.
혹시 노루귀는 못보셨나요? 하산하는 꽃쟁이 뒤돌아 보며 화야산장 화장실 뒷편에
가 보란다. 꽃이야 발이 없어 달아날 일 없으니 그의 말씀 또 가슴켠에 접어 두고서 계곡 따라 올라가며
꽃을 찾는다. 삼삼오오 무리지어 서 있는 곳엔 늘 귀한 자태 꽃피어 있다.
얼레지꽃 - 꽃말이 '바람난 여인'이라고 한다. 화야산 계곡엔 바람난 여인들이 가득하다.
미치광이풀 - 눈을 뚫고 올라 온 새싹이 금방 꽃을 피운다.
꿩의바람꽃
꿩의바람꽃
이미 져버린줄 알았던 <꿩의바람꽃>이
여기 저기 활짝 피어 바람에 하늘거린다. 연세 드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허리를 깊이 숙이고 정성 들여
이제 며칠 후면 져버릴 꽃을 사진기에 담는다. 손이 흔들리는 것을 잡아 보려고 스티로폼 조각을 들고
다니며 팔을 그 위에 걸쳐 놓고 심혈을 기울인다. 같은 꽃이면서 다른 모습을 한 바람꽃을 하나 하나 마주하며 사진을 찍는다. 이미 퇴직을 한 지도 꽤 많은 세월을 살으셨을 것 같다. 그가 저렇게
정성을 쏱아가며 꽃을 찾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어쩌면 내가 아름다운 꽃을 보면 그 신비한 모습에 마음을
뺏앗기는 것과 같은 사연일까. 주변에 수 많은 사람들이 또 숱하게 피어 있는 꽃을 모델삼아 작품을 찍는데
그 중 어떤 이들은 직업적인 활동을 하는 것일 수도 있으나 대부분은 그저 취미활동으로 꽃탐방 나온 것 같다.
나는 언뜻 취미로 꽃을 탐방하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꽃 속에서 무엇을 찾는 것일까 생각해 본다. 가난한 시절 짧은 학업기간을 마친 후부터 줄곧 정신없이 살다가 생업에서 한 발 물러나 한 숨 돌릴 여유가 생기고
나니 비로소 꽃이 보인다. 그들은 꽃 속에서 자신들의 인생을 만난다.
이미 절정기를 지나 막 지고 있는 꽃조차 정성들여 사진을 찍는 것은 그 꽃속에 숨어 있는 진정한 생명의 모습을 찾으려는 구도자(求道者)의 모습이다. 그들은
꽃속에서 자신들의 모습을 들여다 보며 예쁘다 예쁘다 탄성을 연발한다.
화야산 계곡에는 이제 계절이 한 숨 돌리고 봄의 문턱을 완전히 넘어 섰다. 그늘진
구석에는 아직도 녹지 않은 얼음이 남아 있으나 이미 나뭇가지에는 초록빛 새싹이 돋아 나고 길 가에는 <양지꽃>과 각 종 <제비꽃>이
활짝 피었다. <현호색>은 서서이 퇴장하는 중이고
새로이 <산괴불주머니>가 화려하게 등장할 차례다.
내려오는 길에 마침내 <흰얼레지>꽃을
만났다. 커다란 나무 둥치 아래 핑크빛 꽃무리에 섞인 채 혼자 꼿꼿이 고개를 쳐들고 유아독존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흰얼레지는 잎모양도 다르다. 얼레지라는 꽃
이름이 생겨난 것이 잎에 나타나는 얼룩무늬라는데 흰얼레지에는 그 얼룩무늬가 없다. 개체수가 극히 적은
것을 보면 흰얼레지가 변종(變種)임에 틀림없는데 귀해서
그런건지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만일 그와 반대로 하얀색 얼레지 무리에 핑크빛 꽃이 하나 피어 있다면
사람들은 또 그 핑크빛 꽃에 주목할 것이다.
꿩의바람꽃
만주바람꽃
청노루귀
청노루귀
얼레지꽃 안쪽의 무늬가 독특하다
흰얼레지꽃
산괴불주머니
현호색
돌단풍
양지꽃
알록제비꽃
제비꽃
흰얼레지를 만나고 조금 내려오는데 위에서 보았던 할아버지를 또 만났다. 길 가에
보이는 모든 꽃들이 다 귀하고 아름다운지 정성껏 사진을 찍고 있다. 흰얼레지 보셨어요? 하고 물으니 눈을 둥그렇게 뜨며 그게 어이에 있던가요? 하며 반문한다. ‘여기서 조금만 올라가면 돼요’ 하고 위치를 가르쳐 드리니 그 할아버지
잠시 머뭇거리며 머뭇거린다. 함께 오신 할머니에게 연락해서 같이 가보고 싶어하는 마음이 간절해 보이는데
계곡에서는 전화가 안터진다. 할 수 없이 혼자서라도 보고 오겠다며 서둘러 되돌아 올라 간다. 거기서 얼마쯤 내려오자 길가에 배낭과
방석 등을 내려놓고 쉬고 있는 할머니를 만났다. 할아버지가 흰얼레지를 보려고 되돌아 올라가셨다고 얘기해주니
얼마나 머냐고 묻는다. 하지만 몸이 힘들어 자기는 못간다며 길가에 앉아 쉬겠노라 하신다.
주차장이 가까워지자 계곡 입구 금식기도원에 입원해 있는 사람들인 듯 여럿이 산책삼아 걸어 올라온다. 그들은 카메라를 메지 않고 평상복 차림으로 핸드폰을 들고 사진을 찍는다. 나이에
상관없이 남자든 여자든 꽃을 보면 기분이 좋은가 보다.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이제 막 피어나는 <돌단풍>을 보며 감탄을 연발한다.
짧은 한나절 꽃구경을 하고 속세로 돌아왔다. 일요일 오후 고속도로가 조금 밀린다. 5시 조금 넘어 서울에 도착해 세차장을
찾으니 업무 마감이란다. 겨우 멀리 떨어진 주유소 세차장을 찾아 세차하고 집에 돌아와 하루를 마감했다.
첫댓글 ㅎ화야산 자주 가십니다~^^
꽃을 보려면 화야산에 가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