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39-45
39 그 무렵 마리아는 길을 떠나, 서둘러 유다 산악 지방에 있는 한 고을로 갔다.
40 그리고 즈카르야의 집에 들어가 엘리사벳에게 인사하였다.
41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인사말을 들을 때 그의 태 안에서 아기가 뛰놀았다.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가득 차 42 큰 소리로 외쳤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43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44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
45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의 묵상
늙은 나이에 아들을 잉태한 엘리사벳, 그리고 처녀의 몸으로 아들을 잉태한 마리아. 오늘 복음은 하느님의 기적을 체험한 두 여인의 아름다운 만남을 그리고 있습니다. 마리아는 ‘서둘러’ 엘리사벳을 찾아갑니다. 그도 하느님의 권능으로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하는 친척이 있다는 것이 마리아에게 얼마나 큰 위로였을까요? 한시라도 빨리 엘리사벳을 만나 서로 체험을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싶었을 것입니다.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에서 유다 산악 지방까지 가야 하는 험난한 여정이었지만, 마리아는 주저하지 않고 잉태한 몸으로 여행길에 오릅니다.
그렇게 먼 길을 달려와 준 마리아를 본 엘리사벳은 또 얼마나 기뻤을까요? 그는 임신하고 무려 다섯 달이나 숨어 지냈습니다. 그동안 자신에게 일어난 기적적인 사건을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상대가 없었는데, 처음으로 그 상대를 만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 만남은 비슷한 처지에 놓인 두 여인의 만남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그들이 잉태한 아기들, 곧 예수님과 세례자 요한의 첫 대면이기도 한 것입니다. 메시아와 그의 선구자, 그들은 아주 오래전에 이미 만났고 서로를 알아보았습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 엘리사벳은 주님의 어머니를 마주한 사실에 기뻐하고, 태중의 아기 요한도 태중의 아기 예수님의 방문에 기뻐 뛰놉니다.
엘리사벳과 요한처럼, 이제 곧 예수님을 만나게 될 우리도 기뻐합시다. 아가서에서 자기 연인을 애타게 기다리는 여인처럼 말입니다. “내 연인의 소리! 보셔요, 그이가 오잖아요. 산을 뛰어오르고, 언덕을 뛰어넘어 오잖아요.” 우리를 보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뛰어오시는 그 ‘연인’을 기쁘게 맞이할 채비를 서두릅시다.
(정천 사도 요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