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1-18
1 한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는데 말씀은 하느님이셨다.
2 그분께서는 한처음에 하느님과 함께 계셨다.
3 모든 것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고 그분 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다.
4 그분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
5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지만 어둠은 그를 깨닫지 못하였다.
6 하느님께서 보내신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요한이었다.
7 그는 증언하러 왔다.
빛을 증언하여 자기를 통해 모든 사람이 믿게 하려는 것이었다.
8 그 사람은 빛이 아니었다. 빛을 증언하러 왔을 따름이다.
9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이 세상에 왔다.
10 그분께서 세상에 계셨고 세상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지만
세상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11 그분께서 당신 땅에 오셨지만
그분의 백성은 그분을 맞아들이지 않았다.
12 그분께서는 당신을 받아들이는 이들,
당신의 이름을 믿는 모든 이에게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권한을 주셨다.
13 이들은 혈통이나 육욕이나 남자의 욕망에서 난 것이 아니라
하느님에게서 난 사람들이다.
14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아버지의 외아드님으로서 지니신 영광을 보았다.
15 요한은 그분을 증언하여 외쳤다.
“그분은 내가 이렇게 말한 분이시다.
‘내 뒤에 오시는 분은 내가 나기 전부터 계셨기에 나보다 앞서신 분이시다.’”
16 그분의 충만함에서 우리 모두 은총에 은총을 받았다.
17 율법은 모세를 통하여 주어졌지만
은총과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왔다.
18 아무도 하느님을 본 적이 없다.
아버지와 가장 가까우신 외아드님, 하느님이신 그분께서 알려 주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의 묵상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루카 2,11). ‘구원자’이시고 ‘주님’이시며 ‘그리스도’이신 분께서 탄생하셨다는 천사의 기쁜 소식이 온 세상에 울려 퍼지는 날입니다. 주님의 성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위의 호칭들보다 심오한 예수님의 정체를 계시하며, 성자 강생의 신비를 한층 더 깊이 묵상하도록 우리를 이끕니다. “한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여기서 말하는 ‘한처음’은 세상이 창조되던 ‘한처음’(창세 1,1)을 훨씬 앞서는 시기, 곧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의 범주를 뛰어넘는 ‘한처음’입니다.
말씀이신 분께서는 그러한 ‘한처음’의 순간에 생겨나신 것이 아니라, 그 순간에도 이미 존재하고 계셨던 분으로 드러납니다. 말씀은 하느님과 늘 함께 계셨으며, 그분도 하느님이셨습니다. 곧 아버지 하느님과 가장 가까우신 외아드님이신 성자 하느님이셨습니다.
성부의 창조 사업에 동참하시어 모든 것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그분께서는 생명을 지니신 분으로 사람들을 비추는 빛이셨습니다. 곧 말씀은 당신을 통하여 창조된 사람들이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모든 은총의 원천이셨던 것입니다.
말씀이시고 하느님이시며 빛으로 정의되시는 분께서 오늘 이 세상에 몸소 내려오셨습니다.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이 세상에 왔다.” 그런데 그분께서는 당신의 본모습대로 내려오신 것이 아니라, 사람이 되시어, 곧 인간의 육을 취하시어 우리 가운데 오셨습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사람이 되신 당신을 믿고 받아들이는 모든 이에게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권한, 곧 영원한 생명을 주시려고 그리하셨습니다. 구유에 누워 곤히 잠든 이 아기는 이처럼 놀라운 신비로 가득하신 분이십니다.
초라한 마구간에 가려져 잘 드러나지 않는 영광이지만, 우리의 영적인 눈은 이미 그것을 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아버지의 외아드님으로서 지니신, 영광을 보았다.”
(정천 사도 요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