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6,13-19
13 예수님께서 카이사리아 필리피 지방에 다다르시자 제자들에게,
“사람의 아들을 누구라고들 하느냐?” 하고 물으셨다.
14 제자들이 대답하였다. “세례자 요한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엘리야라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예레미야나 예언자 가운데 한 분이라고 합니다.”
15 예수님께서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하고 물으시자,
16 시몬 베드로가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17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시몬 바르요나야, 너는 행복하다! 살과 피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그것을 너에게 알려 주셨기 때문이다.
18 나 또한 너에게 말한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19 또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그러니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오늘의 묵상
베드로는 예수님께서 가장 위로를 받으셔야 하는 순간 예수님을 버리고 도망간 사람입니다. 스승님께서 베풀어 주신 그 사랑을 배신한 것이니 그는 큰 죄인이었습니다. 바오로는 무고한 그리스도인들을 붙잡아 감옥에 넘겼고 스테파노를 죽이는 일에 찬동한 사람입니다. 하느님을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하느님께서 가장 사랑하시는 사람들을 박해하였으니, 바오로 역시 죄인 중에 죄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신약 성경의 저자들은 이 위대한 두 성인이 한때 큰 죄인이었다는 사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드러냅니다. 초대 교회에서 매우 비중 있는 이 두 사람의 치부를 드러내면 오히려 선교에 걸림돌이 될 법한데도 말입니다. 이들이 한때 하느님의 원수였고, 나약하였으며, 분별력이 부족하면서 때로는 폭력적이었다는 사실을 가감 없이 우리에게 전해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신약 성경의 저자들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베드로와 바오로가 위대한 이유는 그들의 생애에 아무런 결점이 없었기 때문이 아님을 말입니다. 예수님의 자비가 자신들이 지었던 죄보다도 더 크다는 것을 믿고 회개하였다는 사실, 그리고 이후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라 사랑의 삶을 살려고 애썼다는 사실 때문에 우리는 이들을 성인으로 공경합니다. 사람에게 거룩함은 죄를 전혀 짓지 않는 ‘완전무결한 순수 상태’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죄, 털면 언제든지 나오는 먼지 같은 그 죄를 솔직하게 주님과 다른 이에게 고백하고 회개하는 자세에서 거룩함은 시작됩니다. 베드로와 바오로의 치부를 드러내는 신약 성경의 당당함은 바로 이런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던 것입니다. (한재호 루카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