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난주의 [그리운 꽃편지] 산수유 피는 아침
그대, 산수유가 드디어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날 매섭게 흔들어대던 바람이 가시고 따사로운 햇빛이 내린 때문입니다.
마침내 긴 겨울 잠에서 깨어 바지런을 떨며 꽃잎을 피우는 산수유꽃
늘어선 길에서 잠시 차를 세웠습니다.
연노랑빛이 주는 반가움이 어쩜 그리 내마음을 반갑게 해주던지
앙증맞게 입술을 내밀고 있는 모습
부푼 꽃망울은 또 얼마나 사랑 스러웠는지 모름니다.
차를 세우고 사진기를 꺼내 순간을 포착하며
몇 장의 사진을 남기고 흐뭇한 마음에 사진기를 살펴보니
웬걸 필림이 들어 않지 뭡니까.
푸후훗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는 것 있지요
꽃가지 꺽어 꽃병에 꽂아 둘까 생각하다
이내 마음을 고쳐 먹었습니다
봄한철 꽃 피우려고 매서운 겨울 추위를 견더 온
나무의 생명을 한 순간 욕심으로 부러떠 버리고 싶지않았습니다.
그대 사는 곳에도 산수유가 피었겠지요
지금 이곳 남쪽 마을에는 매화 산수유꽃 축제가 한창이라고 들었습니다
시간이 여유롭다면 그대와 함께 섬진강 강가에서 아침을 맞고 싶습니다.
꽃그늘 아래 봄꽃보다 더 가슴설레는 당신의 향기에 까치발로 서선
당신의 맑은 눈에서 피어나는 꽃잎
가만 가만 들여다 보고 싶습니다.
ㅡ 글 : 시인 김난주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