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눌프 – 헤르만 헤세 – 이노은 - 민음사
1. 크눌프, 그 삶의 세 이야기(초봄, 크눌프에 대한 나의 회상, 종말)를 읽고 나에게 성큼 다가온 느낌이나 내용이 있으면 함께 나누어요.
2. 소원이란 건 재미있는 면이 있어.
내가 만일 지금 이 순간 고개 한번 끄덕이는 걸로 멋지고 조그마한 소년이 될 수 있고, 자네는 고개 한번 끄덕이는 걸로 섬세하고 온화한 노인이 될 수 있다면, 우리들 중 누구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걸. 그러고는 지금 이 모습 그대로 남아 있기를 원할 거야(P67)
소원이란 쉽게 이룰 수 없기 때문에 더욱 아름답고 우리는 그 현실화되지 않은 것을 더욱 갈망한다. 혹시 나에게도 이런 이루어야 하는 소망이 있다면 소개해 보자.
3. 아름다운 소녀가 하나 있다고 해봐.
만일 지금이 그녀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고, 이 순간이 지나고 나면 그녀가 늙을 것이고 죽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모른다면, 아마도 그녀의 아름다움이 그렇게 두드러지지는 않을 거야(P68). 언약해서 오래 머무를 수 없는 것이 있으면 난 그것을 바라보게 뵈지. 그러면서 난 기쁨만 느끼는 게 아니라 동정심도 함께 느낀다네(P68)
영원히 지속되지 않아서 우리가 더욱 아름답게 느끼는 것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4. 계획하고 생각한다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이야.
사실 사람들도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거든. 실제로는 바로 자신의 마음이 원하는 대로 매 순간 아무 무분별하게 행동한다구(P71).
나에게도 이런 모습이 있을까? 실제 어떤 일을 할 때 그냥 마음이 가는 대로 하는 경우가 있을까? 언제 일까?
5. 모든 사람은 영혼을 가지고 있는데, 자신의 영혼을 다른 사람의 것과 섞을 수는 없어.
두 사람이 서로 다가갈 수도 있고, 함께 이야기할 수도 있고 가까이 함께 서 있을 수도 있지. 하지만 그들의 영혼은 각자 자기 자리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는 꽃과 같아서 다른 영혼에게 갈 수가 없어. 만일 가고자 한다면 자신의 뿌리를 떠나야 하는데 그것 역시 불가능하지. 꽃들은 다른 꽃들에게 가고 싶은 마음에 자신의 향기와 씨앗을 보내지. 하지만 씨앗이 적당한 자리에 떨어지도록 꽃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그것은 바람이 하는 일이야. 바람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이곳 저곳으로 불어댈 뿐이지(P79)
우리는 타인에게서 분리된 존재인데 왜 서로에게 다가가려고 할까? 타인은 나에게 어떤 존재일까?
6. 크눌프는 자신의 천성이 요구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었고 다른 사람들이 그의 행동을 따라하기는 어려웠다.
그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모든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그들을 자신의 친구로 삼았으며, 모든 소녀들과 여인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매일매일을 일요일처럼 살았다(P31)
크눌프는 성실히 살아가는 무두장이 친구 에밀 프트푸스 집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간다. 내가 크눌프였다면 무엇이 부러웠고, 내가 에밀이었다는 크눌프에게 느끼는 감정은 어떻할까?
7. 한 시간쯤 후에 크눌프는 집으로 갔다. 그는 위층의 거실에서 아직도 불빛이 빛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러니까 주인 여자가 앉아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신경질적으로 침을 내뱉었다. 그 순간에 바로 그 자리를 떠나 어둠속으로 도망쳐 버릴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피곤했고 곧 비가 올 것 같기도 했다. 또한 무두장이 친구에게 그런 식으로 행동하고 싶지도 않았다. 게다가 그는 이 날 저녁 조금은 장난기를 느끼고 있었다.
크눌프는 술집에서 젊은 베르벨레와는 춤을 추며 즐거운 저녁을 보낸다. 그리고 내일 떠날 것이라고 말하며 이별의 키스를 한다. 하지만 무두장이 부인은 속으로 경멸하고 있다.
무엇이 우리에게 사랑과 존경의 감정을 일으키고 무엇이 우리에게 역겨움을 일으킬까?
8. 프란치스카의 배신으로 이후로 난 더 이상 사람의 약속을 믿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지.
난 약속을 가지고 자신을 구속하는 일도 하지 않았네. 전혀 안했지. 난 내게 맞는 삶을 살아왔네. 그래서 자유와 아름다음을 실컷 맛보았지만 그러면서도 난 언제나 혼자였네(P106)
크눌프에게는 사랑하던 프란치스카의 배신이 그를 방랑의 길로 접어들게 했을지도 모른다. 혹시 우리에게도 어떤 사건이 계기가 되어 나를 내향적인 사람으로 만들었거나 현재의 직업을 선택했거나 나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이 있을 것 같다.
그 이야기를 한번 소개해 보자.
9. 귀향자는 고향의 빛과 향기, 소음과 냄새를 다시 한번 만끽하였고, 고향에 와 있음으로 해서 느끼게 되는 아주 흥분되고 만족스러운 친밀감을 즐기고 있었다(P117). 이곳에서는 모든 관목과 모든 정원이 중요한 의미와 가치를 지녔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품고 있었으며, 내리는 빛줄기와 눈송이도 그에게 말을 걸었었다(P119)
여행이 즐겁지만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해서 짐을 던지고 따스한 방에 누울 때의 편안함은 우리에게 최고의 편안함과 쉼을 준다. 왜 그런 것일까?
10. <난 오직 네 모습 그대로의 널 필요로 했었다. 나를 대신하여 넌 방랑하였고, 안주하여 사는 자들에게 늘 자유에 대한 그리움을 조금씩 일깨워주어야만 했다. 나를 대신하여 너는 어리석을 일을 하였고 조롱받았다. 네 안에서 바로 내가 조롱을 받았고 또 네 안에서 내가 사랑을 받은 것이다. 그러므로 너는 나의 자녀요, 형제요, 나의 일부이다. 네가 어떤 것을 누리든, 어떤 일로 고통받든 내가 항상 너와 함께 했었다.>
<그래요> 크눌프가 말하며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사실은 저도 항상 그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눈속에 편안하게 누웠다. 그의 지친 사지는 아주 가벼워졌고 열에 들뜬 그의 두눈은 미소 짓고 있었다.
아마 헤르만 헤세가 크눌프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 부분일 것 같다. 무엇일까?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