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연수 첫째 날, 이가영 과장님께서 발표 때 말씀하신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라는 책을 보고 인상 깊은 구절,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말, 호리목 토요학교 봉사 경험을 바탕으로 놀이에 대한 필자의 생각 등을 기록했습니다.
<놀아야 아이다>
“놀이의 반대는 일이 아니고 불안이다. 우리가 놀지 못하는 까닭은 세상이 퍼뜨린 불안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놀이를 제대로 살피려면 불안을 파고들어야 한다.”-<놀아야 아이다.>기록 가운데
대부분 사람은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 두 가지 반응을 합니다.
“활기차게 노는 모습이 보기 좋구먼. 이래야 아이답지!”라는 긍정적인 반응과 “저래 놀기만 하면 공부는 언제 하는지”라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이 두 가지 반응은 ‘놀이’라는 두 글자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대변한다고 감히 생각합니다. 이번 단기사회사업에서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을 만납니다. 1박 2일 동안 신나게 웃고 떠들고 재밌게 놉니다. 생각만 해도 벌써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보고 우려하시는 몇몇 어른들의 대화를 아이들이 들을까 걱정입니다. “우리 애가 놀다가 다치면 어떡하지?”,“놀기만 해서 애가 부모 말을 듣겠어?”라는 어른들의 불안을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달하는 건 아닐까? 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이 걱정이 쓸데없는 걱정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놀이는 가르칠 수 없다>
“슈타이너는 아이들에 대해서 공부할 수 있는 책은 없다고 했다. 아이들을 책으로 삼아 배워야 한다는 말이다.”-<놀이는 가르칠 수 없다.>기록 가운데
호리목 토요학교에서 아이들은 팽이치기, 비석 치기, 땅따먹기 등 다양한 전래 놀이를 해왔습니다. 아이들에게 오늘은 어떤 놀이를 해볼까? 라고 질문을 하면 38선 놀이, 콩주머니 피구,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 다양한 놀이가 막힘없이 술술 나옵니다. 20대인 저보다 10살 이상 어린아이들이 놀이에 대한 지식이 해박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아이들은 놀이할 때 창조자가 됩니다. 시간이 흘러가는 줄 모르고 땀을 뻘뻘 흘리며 승부가 날 때까지 놀이를 끝내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놀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변환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예로 들면, 술래가“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고 말하면 아이들은 동작을 멈추어야 합니다, 여기까지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 과정입니다. 여기서 아이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술래가“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고 말하면 아이들은 동작을 중단합니다. 술래가 “파란색”,“5명”,“코끼리” 등 색깔이나 인원수, 동물 등을 말하면 아이들은 제한시간 안에 술래가 말을 한 대로 동작을 해야 합니다. 색깔을 말하는 경우 해당 색깔의 물건을 잡아야 합니다.
인원수를 말하는 경우 인원수에 맞게 모여 있어야 합니다. 인원수에 맞게 모이지 못한 아이들은 포로가 됩니다. 동물을 말하는 경우 해당 동물의 특징을 몸으로 표현해야 합니다. 표현하지 못하면 역시 포로가 됩니다.
이렇게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본 저로서는 큰 충격이었습니다. “기존에 알고 있던 놀이를 다른 방법으로도 즐길 수 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놀이는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같이 만들고 즐기는 과정과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놀다가 숱하게 져도 보고 죽어도 보고>
“놀이는 패배와 좌절을 넘어서는 수많은 상황과 만나게 해주고 그것들을 넘어설 수 있는 긍정의 힘을 길러준다.”-<놀다가 숱하게 져도 보고 죽어도 보고> 기록 가운데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마음속에 와닿았습니다. 사람은 사는 데 있어 나이와 무관하게 패배와 좌절을 맞서는 순간이 오기 마련입니다. 이를 극복할 방법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패배와 좌절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경우 패배와 좌절을 극복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는 놀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38선 놀이를 하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술래에게 잡혀 아웃이 되는 아이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초반에는 술래에게 반복적으로 잡혀 화를 내고 짜증을 내는 행동을 합니다. 이는 아이가 패배와 좌절을 맞서는 일련의 과정 중 하나입니다. 이렇게 반복적으로 경험을 하면 아이는 어떻게 하면 술래에게 잡히지 않을까? 어느 순간에 달려가야 할까? 술래의 움직임 등 해결 방법을 스스로 탐구합니다. 그리고 실행합니다. 성공하면 아이는 “내가 악당을 무찔렸다!”라는 느낌으로 성취감을 얻고 자신감이 생깁니다. 실패 시에는 다시 성공 방법을 모색합니다. 이는 사실 실제 호리목 토요학교 놀이 시간에 있었던 사례입니다.
아이들은 어른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도전 정신이 강합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도전할 기회를 제공해 주거나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아이에게 신체적·정신적 상처가 생기는 것을 우려해 도전 기회를 박탈하거나 과잉보호를 하는 행위는 아이에게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어른들께서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은(C) 놀아야(P) 밥이다(R)>
“오늘 당신 아이는 마음껏 뛰어놀았나요?”-<머리말>
저자가 이 책을 보는 독자들에게 묻는 한 마디인 것 같습니다. 자녀를 둔 부모의 경우에는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이 있었는지 상기할 수 있으며, 자녀가 없는 청년 독자에게는 어릴 때 친구들과 신나게 놀았던 어린 시절을 회상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책이라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아이들에게 놀이가 밥이라면 교사는 아이들 놀이에 있어 반찬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랑 놀면서 열정적인 맛(승부)을 제공하는 김치가 되기도 하고, 아이들과의 공정한 승부를 위해 적절한 제약을 받는 깍두기가 되기도 하고, 놀이에 이겨 시원함(성취감)을 맛보는 동치미가 되기도 하는 등 말이죠. 이렇게 교사는 아이들의 놀이를 관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이들과 하나가 되어 놀이에 참여하고, 참여하는 아이들을 한명 한명 주도면밀하게 살펴보는 안목이 있어야 합니다.
이번 단기사회사업(골목야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안전하게 잘 먹고 잘 노는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놀이가 잘 먹고 잘 노는 것이라면, 아이들이 안전하고 신나게 뛰놀 수 있는 CPR(심폐소생술)을 해주는 존재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