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 미현 | 인터뷰어: 미나
미나: 주차극장, 이름만 들어도 뭔가 느낌이 오는데요, 주차장 극장? 제 짐작이 맞을까요?
미현: 직관적인 이름이죠! 주차장에서 영화 보는 활동이라 <주차극장>이라 지었어요. 변주는 두 호스트가 번갈아가면서 진행하는데요. 진행하는 호스트가 해보고 싶었던 놀이를 만들어보는 식으로 진행해요. 야외에서 영화를 보고 노는 건 제가 해보고 싶었던 활동이에요. 변주 팀의 첫 프로젝트가 <골목 영화관>이었는데요. 그때는 골목길에서 영화를 봤었어요. 이웃집에 양해를 구하고 이웃집 담벼락에 빔을 쏘아 영화를 상영했죠. 7월의 끝자락이라 더웠던 기억이 나요. 그런대도 참여자분들이 늦은 시각까지 자기 이야기를 나눠주고 가셨어요. 영화를 보고 영화를 매개 삼아 나의 이야기를 나누고. 그때 기억이 좋기도 했고 다시 한번 야외에서 영화 보는 놀이를 해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번엔 주차장에서 진행했죠. 다행히 저와 함께 하는 미나님이 주택에 살고 있어요. 주택에 사용하지 않는 빈 주차장이 있어서 주인댁에 허락을 구하고 사용할 수 있었어요. 지난번 골목길 영화관도 미나님의 주택 앞 골목길에서 진행했었고요. 어떤 공간도 우리의 놀이터로 활용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기도 했어요. 놀이 자체는 단순해도 생각지도 못했던 장소에서 진행하면 그것 자체가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미나: 어떤 영화를 보았나요? 영화 선택이유가 궁금해요.
미현: 지난해 개봉했던 <코다>라는 영화를 봤어요. 영화 선택이 가장 어려웠는데요. 단순히 영화만 보는 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감상을 나누는 활동을 하려고 했어요. 영화를 보고 대화를 나누던, 춤을 추던, 글을 쓰던 다양한 감상을 나눌 수 있는 소스가 풍부한 영화를 선택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작년에 봤던 <코다>가 떠올랐어요. <코다>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농인 가족 사이에서 태어난 청인 '루비'의 이야기인데요. 어떤 영화는 인물이 모두 살아 있어서 모든 인물에게 시선이 가기도 하더라고요. <코다>가 그랬어요.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다 싶었죠. 가장 이입된 인물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있겠고, 농인과 청인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도 있었어요. 가족에 대한 이야기나 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좋았고요. 보기에 따라, 주목하는 것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더라고요.
미나: 영화 상영 후 흥미로운 활동을 했더라고요. 수어배우기. 어떻게 진행된건가요?
미현: <코다>는 수어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영화에요. 영화가 끝나고 계속 저의 머리에 남았던 대사가 있는데요. 주인공 루비의 오빠로 나오는 레오의 대사에요. “그 사람들이 농인 상대하는 법을 배워야지.”라고 외치는 대사였는데요. 오래 머리에 남더라고요. 생각해 보면 해외여행을 가면 꼭 그 나라 언어를 몇 개 익히잖아요.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뭐 그런 간단한 인사말이요. 적어도 5개국의 ‘안녕하세요'는 알고 있을 거예요. 그런데 수어로 ‘안녕하세요’는 어떻게 하는지 모르더라고요.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 자리를 빌려 간단한 인사말이라도 익히고 싶었어요.
저희가 수어를 익혀서 갈 수도 있었지만, 정말 익숙하게 수어를 사용하는 선생님이 함께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간단한 수어뿐만 아니라 농인과 청인이 더 잘 소통할 수 있도록 배워가는 시간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수어통역사인 진성님을 모셨어요. 원래 알고 있던 수어 동아리 리더분에게 소개받아 요청을 드렸는데요. 흔쾌히 함께해 주셔서 감사했죠! 이렇게 콜라보로 함께 제대로 활동을 만들어본 건 처음이었어요.
미나: 주차장에서 영화를 보고 수어도 배운다니 획기적이예요! 그 후 이야기도 궁금해요.
미현: 앞에서 말했듯 영화 <코다>는 다양하게 감상을 나눌 소스가 풍부한 영화였어요. 수어로 소통하는 법을 한 시간 정도 배운 다음 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는데요. 모든 인물이 살아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서 각자 이입한 인물도 다를 것 같았어요. 어떤 사람은 루비에게, 어떤 사람은 루비의 아빠나 엄마, 오빠에게 집중해서 영화를 봤을 것 같았죠. 그래서 참여자들에게 ‘가장 이입한 인물’의 이름과 그 이유에 대해 적어달라고 했어요. 포스트잇을 주면서요. 다 적은 다음 미니 칠판에 붙이게 했죠. 예상대로 각자 이입한 인물도, 이유도 제각각이었어요. 이입한 인물과 그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나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내가 가장 주목한 인물과 그 이유에 대해 살피다 보면 자연스레 나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미나: 참여자분들은 참여 후 어떤 이야기를 남겨주셨나요? 진행자는 어떤 마음이셨나요?
미현: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좋아하셨지만 영화 후 활동에 대해 특별히 좋아하셨던 것 같아요. 주차장에서 영화만 보는 줄 알고 오셨다가 수어도 배우고 대화도 나눠서 예상치 못하게 좋았다고 하신 분도 계셨고요. 수어를 배웠던 시간에 대해 다들 좋았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수어통역사인 진성님이 너무 잘 준비해 주셔서 감사하기도 했고요. 쉽고 재밌게 가르쳐주신 덕분에 지금도 자다가 일어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인사말 정도는 이렇게 쉽게 익힐 수 있는데 그동안 왜 안 보고 안 듣고 살았나 싶기도 했고요. 동네 놀이를 하면서 평소에 안 보고 안 듣던 것들을 재밌게 접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돗자리에 둘러앉아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좋아하기도 하셨어요. 4시간이나 활동했지만 대화 시간을 더 가졌어도 좋았을 것 같다고 말해주신 분도 계세요. 밤 11시 30분이 되어서야 마쳤는데 저도 대화 시간을 조금 더 가지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아마 저는 사석이었다면 새벽이 되도록 이야기했을 거예요. 영화 감상을 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감상을 나누다 보면 발견하는 재미가 있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내가 왜 이 인물에 이입했지를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레 내가 보이더라고요. 이야기하면서 발견하는 시간이 개인적으로도 신기했던 것 같아요.
미나: 골목길영화관, 주차극장. 이런 걸 동네에서 할 수 있다는 게 참 좋은 것 같아요. 이런 놀이를 해보고 싶은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을 조언 해주실 건가요?
미현: 빔프로젝터만 있다면 골목길이나 주차장 등 어디든 영화관으로 만들 수 있는 것 같아요. 요즘은 캠핑하면서도 영화를 많이 보잖아요. 빔을 쏠 수 있는 곳만 있다면 어디든 영화관으로 만들 수 있죠. 단 저희 같은 경우에는 주택가에서 진행하다 보니 이웃들의 양해를 구해야 했어요. 다른 기획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영화관 같은 기획은 특히 사전 준비 과정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장소를 선택하는 것부터 주변에 양해를 구하는 것, 그날 날씨를 체크하고 비나 눈이 올 경우 어떻게 진행할지 와 같은 것도 준비해두어야 해요. 사전에 미리 영화 상영을 해보는 것도 중요하고요. 당일에 문제가 생기면 안 되니까 같은 환경에서 한 번 이상은 체크해 봐야 해요. 저희 같은 경우에도 사전에 주차장에서 영화를 틀어보고 확인했어요.
참! 동네 주민분들이 지나다니며 관심 있게 보시더라고요. 동네 어르신들이 시작 전부터 관심을 주시기도 했어요. 아무래도 야외이고 동네 주차장이다 보니 자연스레 홍보가 될 거라고 생각하긴 했었어요. 지나가다가 보고 싶은 분들이 볼 수 있도록 좌석을 좀 더 준비해두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저희도 뒤늦게 구경꾼 좌석을 만들어뒀었어요. 게릴라 콘서트 하듯이 몇 시간 전에 홍보 전단지를 돌리면서 시간 괜찮으면 구경 오시라고 홍보해두어도 좋을 것 같고요. 어쨌든 저희는 동네 문화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고 동네분들이 즐겁게 많이 참여하면 좋으니까요! “동네에서 이런 것도 할 수 있네?” 이런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게 저희가 해야 할 일 같아요.
**변주에서 진행하는 셀프 인터뷰 코너 입니다. 앞으로 매회차 셀터뷰가 진행되어요. 변주는 동네에서 즐겁게 노는 문화가 확산되기를 기대하며 매회차 활동과정을 공유합니다! 즐거운 놀이 문화를 같이 만들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