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숨 날숨에 피어난 생명
황 현 숙 (중기단법 전편 승단대상자) - 서귀포수련원
새 생명들이 꿈틀거리는 삼월의 마지막 자락을 잡고 “국선도”의 문을 두드렸다. 호기심이나, 누구의 손에 이끌려서가 아닌 너무나 절실한 오직 한가지, 숨 한번 시원하게 쉬고 싶어서….
약 7 년 전 뜻하지 않는 사고로 두 다리를 많이 다쳐 치료를 하였 지만 완치란 될 리 없었고, 후유증과 재발, 여러 해의 기간동안 마음까지 병들어 있었다. 한쪽 다리가 본인도 모르게 짧아져 있었고 발목도 약해져 있었다. 다리의 길이가 다르니 자연히 허리는 비틀어 져 통증이 왔으며 흐린 날씨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날이었다.
나날이 더해져만 가는 병들. 신경성 위장병, 고혈압, 어깨와 목의 뻐근함, 조금 피곤하면 편도선이 붓고 방광염, 생리불순 등.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건 심장이 멎는 듯한 아픔과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작은 소리에도 민감한 가슴 두근거림에는 이겨낼 힘이 없었다.
그냥 가슴으로 시원하게 숨을 쉬어봤으면! 하는 생각뿐이었지 다른
욕심은 아무 것도 없었던 것 같다.
하루하루 시원해지는 가슴에 만족하며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어느 듯 5개월이라는 수련기간을 맞이했다.
♥ 수련 1개월째 ♥
심한 몸살로 꼼짝할 수 없을 정도였다. 평상시 상태보다 몸이 더 나빠졌으며, 온 몸은 젖은 솜처럼 무거웠고 바늘로 찌르는듯이 아 팠다. 거의 준비운동 정도만 했지만 몸은 녹초가 되었다. 이 주일 정도 지나니 무릎안쪽에 끈끈한 무언가가 뭉쳐져 있는 듯하며 혈관이 터져 버릴 듯이 아팠다. 평소에 아팠던 부분들이 많이 아팠다. 발목, 허리, 어깨 등.
그때마다 지원장님으로부터 세밀한 지도를 받으며 부분운동을 해주면 말끔히 나아졌다. 수련 1개월의 기간은 눈물로 보낸 시간들이었다. 호흡에만 임하면 육체적 아픔보다 잡념이나 과거 사고로 인하여 불행해진 나의 인생에 대한 연민들이 줄줄이 줄줄이 눈물로 눈물로 쏟아졌다.
희망스러운 몸의 변화가 있었다. 수련 후 처음 생리를 할 때, 너무나 검고 탁한 덩어리가 많이 나왔던 것이다. 내 몸 속에 이렇게 많은 나쁜 덩어리가 있었다니? 나흘간의 기간이 지나니 몸이 한결 가벼워지며, 파랗게 차갑던 두 발이 따뜻해졌다.
♥ 수련 2개월 째 ♥
보는이 마다 얼굴이 맑아지고, 밝아졌다고 했다. 하루 하루 수련후의 가슴 후련함에 만족하며 열심히 호흡했다. 검붉던 두 발이 살색에 가까워지며, 실핏줄이 돋아나며 보이기 시작했다.
자고나면 많이 붓던 얼굴이 부기가 없어지고,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준비운동 시에는 다리에 계속 무언가 기어다니는 느낌과 진동을 느꼈다. 잠을 자다 갑자기 두발이 뜨거워져 당황하기도 하고, 점점 두 다리에 힘이 가기 시작했다.
“자신감”
자신감이 생겼다. 무리인줄 알았지만 국선도를 믿고 한라산 백록담
을 오르기로 했다. 상상만 해도 가슴 설레이던 그때 그 순간! 남들 보다 두 배의 시간이 걸렸지만, 허리돌리기를 해 가며 반쯤은 엉금 엉금 기면서 해 내고야 말았다.
두 아이들과 남편의 기뻐하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그때부터 “희망”이라는 새싹도 내 가슴에 자라고 있었다.
♥ 수련 3개월 째 ♥
몸과 마음이 아주 편안하고 즐거웠다. 무엇보다 내 몸 속이 텅 빈 듯이 시원하고 가벼웠다. 수련 중에 땀이 많이나고, 호흡에 들어가 면 화장실을 다녀와야 했다. 설사는 아닌데 단전으로 호흡하면 장에 있던 찌꺼기가 나오는 기분이었다.
하루하루의 수련 시간이 짧다는 느낌을 가지며 모든 일을 잊고서 깊은 호흡에 빠지곤 했다.
♥ 수련 4개월 째 ♥
땀이 많아져서 수련 후 샤워를 한 듯 했다. 얼굴에 화장을 하면 답답해서 지워 버리는 버릇이 생겼다. 손톱의 메니큐어도 답답해서 지워 버렸다. 마음이 점차 열려감을 느꼈다.
항상 나름대로의 잣대로 틀을 만들어 완벽하게 정확하게 빈틈없이
라는 식의 올가미가 부질없음을 알았다.
“꼭 해야만 하는”
사고방식이 나를 많이 힘들게 했음과 자신이 만들어 놓은 단단한 틀을 허물어 버리고,
“ ~ 할 수도 있는”
라는 여유있는 생각이 마음을 편하게 하였다.
♥ 수련 5개월째 ♥
수련에 시련이 왔다. 아이들의 방학으로 인해 리듬이 깨졌다. 육지
에 다녀오고, 휴가를 즐기고... 아이들의 방학은 왠지 엄마가 바빠 진다. 수련을 며칠 간 하지 못했다.
깊었던 호흡이 얕아지고 호흡이 잘 안되었다. 집중, 집중을 하려해 도 예전처럼 되지 않고 마음은 떠있었다. 반성을 해 본다. 절대적으로 꾸준하게 지켜나가는 수련만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너무나 먼길을 돌아 인연을 맺게된 국선도! 우리들은 어쩌면 보이지 않는 부분보다 보이는 부분을 중요시 여기며 생활하는 어리석음을 범한다.
처음에는 국선도의 단전호흡으로 어떻게 몸이 좋아질까? 조급함으 로 가득찬 마음에는 우스운 소리 같았다. 치료를 하는 것이 아니고 호흡이라니?
이제는 어렴풋이 알겠다.
보이지는 않겠지만 느껴지는 몸 안에서 스 스로 정화하는 자정 능력과 치유력, 면역력과 복원력이 단전호흡의 원리인 것을.
한 호흡 한 호흡 들숨과 날숨에서 살아 있음을 느끼고,
생명을 피우 며, 생명의 신비함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며
가슴속에 “국선도”를 영원히 간직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