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02. 14.
지난해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뒤 벌써 1년여 시간이 지났다. 14일 현재 코로나19 국내 누적 확진자는 8만 3252명으로 전 세계 220개국 중 86번째 순위다. 초기 방역논란과 뒤이은 마스크 대란, 종교시설의 집단감염, 백신의 뒤늦은 확보 등에서 아쉬움도 크지만 그래도 방역과 보건에서 나름 잘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코로나 19로 인해 심화되는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은 문재인 정부의 잇따른 정책 실패와 맞물려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14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1000명 중 827명은 코로나19 이후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고 대답했다.
지난 1년여 계속된 코로나 19의 직격탄은 600만명에 달하는 자영업자들이 맞고 있다. 시민들이 외출을 꺼리는 데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조치가 더해져 매출이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월 임대료를 내지 못하고 폐업하는 자영업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한때 밤샘 영업으로 불야성을 이뤘던 서울 이태원과 홍대 앞 골목도 많이 한산해졌다. 연말연시, 설 대목도 사라졌다. 국내 자영업의 비중은 25.1%로 미국의 6.3%, 일본의 10.3%, 영국의 15.1% 등에 비해 매우 높다. 자영업자의 폐업증가는 자칫 중산층 붕괴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스럽다.
교육영역에서는 부모소득격차가 자녀학력격차를 초래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학교가 문을 닫는 대신 온라인 수업이 확대되었다. 경제적 여유 있는 집에서는 학원수업과 소규모 과외 등을 통해서 자녀들의 학업을 돕고 있다. 반면, 상당수 가정의 아이들은 자율적 온라인 교육 속에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상위권 학생들은 그나마 학업 성취도가 높지만 중하위권 학생들의 학력붕괴도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이는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과 유럽의 국가들도 코로나 19로 인한 재택학습이 늘어나면서 학생들의 기초학력저하라는 현상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비대면 교육확대로 지적 성장은 물론 교우관계를 비롯한 사회성에서도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정부 리스크까지 더해졌다. 문재인 정부의 잇따른 정책 실패로 인해 체감되는 불평등은 더 나빠지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는 불평등의 심화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명중 1명(34.1%)이 양극화 원인으로 '부동산 가격 급등'을 꼽았다. '벼락거지'라는 말처럼 지난 4년간 부동산 가치의 폭등으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사람들도 늘어났다. 더구나 정부가 부동산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를 올리며 다주택자 잡기에 나서자, 증여를 통한 부의 대물림도 노골화되었다. 기획재정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 증여 건수가 15만 건을 넘어서고, 이에 따른 상속·증여 세금수입도 전년도보다 24.6% 증가한 10조 3750억 원에 달했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능력주의를 지향해왔다. 능력주의(meritocracy)는 개인의 역량과 노력, 성취 여부에 따라 경제적 보수와 사회적 지위가 결정되는 사회 체제를 말한다. 문재인 정부가 내걸었던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역시 능력주의를 표방한다. 개인 능력을 평가하는 중요 잣대는 바로 학력이다. 열심히 공부하면 누구나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는 믿음,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 그것이 한국을 6·25 전쟁의 폐허에서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만든 힘이었다.
하지만 부모의 경제, 사회적 지위가 대물림되면 능력주의는 무너지게 된다. 지난해 조국 사태는 자녀 대학 및 대학원 선발 과정에서 능력주의의 허점을 활용한 '아빠 찬스', '엄마 찬스'가 드러나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것이다. "돈도 실력이다"라는 한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투박했다면 조국은 조금 정교하게 능력주의를 허물었다. 물론 능력주의 자체에도 문제가 많다. 명문대학 졸업이 능력의 상징으로 여겨지면서 대학 서열화를 초래하고, 로스쿨, 의학전문대학원 등의 특수계급 통로를 만들어냈다. 그럼에도 현재 한국사회에서 수긍할 수 있는 보상체제로서 능력주의는 여전히 유효하다. 조지 오웰은 소설 '동물 농장'에서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고 지적한다. 불평등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면, 그 어떤 동물은 부모의 사회적 지위나 재력이 아니라 개인의 노력으로 되는 사회가 바람직하다. 그것이 그나마 공정한 사회다.
홍성철 /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디지털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