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초기불교 연구는 각묵스님과 대림스님에 의해 판도가 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스님의 노고에 의해서 빠알리 삼장 가운데 『맛지마니까야』를 제외한 4부니까야, 『청정도론』, 『아비담맛타 상가하』가 번역되었다.
최초의 빠알리경전 번역은 전재성박사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디가니까야』를 제외한 4부니까야, 소부니까야 가운데 『숫타니파타』, 『법구경』, 『우다나』를 번역하였다.
각묵 스님과 대림 스님, 전재성 박사 모두 빠진 니까야를 번역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우리는 두 종류의 4부 니까야 번역을 가지는 복을 누리게 될 것이다.
각묵 스님은 『상윳따니까야』를 번역하면서, 각 100페이지 이내의 해제를 붙인 바 있다. 이 해제는 각묵스님의 빠알리 경전의 대한 이해가 깊음을 보여주었다. 이 해제 자체로도 상윳따니까야에 대한 각묵스님의 견해를 볼 수 있는 하나의 책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완결적이었다.
그런데 최근 각묵 스님이 펴낸 『초기불교 이해』는 이러한 기대 이상을 채워주고 있다. 각묵 스님이 니까야 해제에서 보여준 초기불교와 상좌부불교에 대한 철학적 이해와 깊은 통찰이 이 책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나고 있다.
『초기불교이해』는 『상윳따니까야』의 해제에 기초하고 있지만, 단순히 초기불교의 이해에 머물지 않는다. 초기불교의 교학과 수행이라는 두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이 책의 전체가 엮어지고 있고, 그 앞뒤로 1편과 4편에서 초기불교의 기본주제와 주요술어가 추가되고 있다.
스님은 이 책에서 초기불교의 교학을 『상윳따니까』의 분류에 따라서 온ㆍ처ㆍ계ㆍ근ㆍ제ㆍ연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오온은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부처님의 대답이고, 22근은 인간의 기능적 측면을 볼 수 있다. 온ㆍ근을 통해서 우리는 부처님의 인간론을 볼 수 있다.
12처와 18계를 통해서는 존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부처님을 대답을 볼 수 있다. 처ㆍ계에서 이야기하는 존재 일반에 대한 논의도, 12처와 18계가 안이비설신의에 근거하므로, 또한 인간의 기능과 동 떨어져서 정의되지 않고 있다.
온ㆍ처ㆍ계에 대한 탐구가 존재론적인 탐구라고, 37보리분법은 수행과 관련된 실천론적 탐구이다. 온ㆍ처ㆍ계는 인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존재론이므로 인식존재론이라고 명명할 수 있다면, 37보리분법은 수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실천론이므로 수행실천론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인식존재론과 수행실천론의 연결고리는 4성제와 12연기에서 볼 수 있다. 제ㆍ연이 『초기불교이해』에서는 교학부분에 포함되어 있지만, 온ㆍ처ㆍ계와 37보리분법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넓은 개념이다. 즉 존재론적인 부분과 실천론적인 부분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4성제는 부처님 말씀 가운데 코끼리 발자국에 비유되고, 12연기는 부처님의 트레이드마크처럼 사용되고 있다.
4성제에서 고성제와 멸성제는 현실인식, 이상인식을 말하고, 집성제와 도성제는 원인과 방법을 말한다. 12연기 자체는 현실세가 생기하는 과정을 보여주지만, 이를 역관하는 과정은 이상세계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4성제와 12연기는 현실과 이상의 인식을 보여주고, 도성제와 역관은 수행의 실천을 보여준다.
그리고 37보리분법은 8정도로 귀결되고, 7각지는 깨달음의 구성요소를 보여주고, 5근ㆍ5력은 깨달음을 성취하는 기능과 힘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고, 4여의족은 깨달음을 성취하는 수단을 보여준다. 37보리분법은 깨달음에 어떻게 접근해야 될 지를 5가지 측면에서 보여주고 있다.
『초기불교이해』는 한국에서의 초기불교 연구가 단순한 이해의 차원을 넘어서고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지금까지 나온 초기불교에 다양한 서적과는 차원을 달리한다고 할 수 있다. 빠알리니까야를 번역하면서 다져진 탄탄한 문헌학적인 실력과 이제까지 번역한 책의 해제에서도 볼 수 있듯이, 각묵 스님의 번득이는 철학적 통찰이 결합된 수작이라고 할 수 있다.
부처님의 原音, 나아가 불교 전반을 알고 싶은 독자들께선, 주저없이 이 책을 가장 먼저 선택하시기를!
네티즌이 만드는 정토
첫댓글 소장도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