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산에 오르려고 산어귀 농장을 지나는데 밭에 고구마넝쿨이 무성히 덥혀있다. 넝쿨속에 예쁜 꽃 피어있다. 고구마도 꽃이 피나? 밭에 들어가 고구마넝쿨을 들추며 확인해보니 분명 고구마 줄기에서 핀 꽃이다. 내가 태어나 고등학교 때까지 농사짓는 것을 보며 농사일을 돕기도하며 자랐지만 고구마꽃을 본 기억이 없다. 봤지만 기억이 없는건지. 무관심하게 봐서 기억에 남지 않은건지. 설마 옛날엔 피지 않았는데 요즘에야 피는 것은 아닐테지?
내 어릴적 고구마 줄기 짤라 밭에다 심고 물을 주고 풀뽑고 넝쿨 무성하게 키워 가을에 캐 겨울 내내 웃목에 보관하며 점심 주식으로도 먹고 간식으로도 먹었다. 저녘 쇠죽 끓이고 짚불속에 묻어 구워먹기도했지. 묻어둔걸 깜빡 잊고 그냥 자면 새벽에 아버지께서 쇠죽끓일려고 재치다가 발견하시고 부뚜막에 올려 놓으셨다가 주시던 아버지가 그립다.
고구마 먹을 줄만 알았지 너에게도 이렇게 예쁘고 아름다운 꽃이 핀다는걸 이제야 알았구나. 내 주위에 고구마꽃과 같은 아름다운 꽃들을 발견하지 못하고 그냥 인생을 흘려 보내지 않을까 싶어 이제부터 내 주위를 찬찬히 살펴보며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