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흘러가고, 그에 따라 세상은 항상 바뀐다.
중국 초나라 사람이 배를 타고 가다 칼이 물에 빠지자 뱃전에 칼자국을 내어 표시해 두었다가 나중에 칼자국이 난 뱃전 부근에서 칼을 찾았다는 데서 유래한 각주구검(刻舟求劍)이라는 고사성어도 있듯이, 세상의 변화를 모르고 옛날의 정신적 세계에만 빠져 있는 태도는 어리석다.
불행히도 현실에서는 그런 경우가 적지 않은데, 한국의 정치인과 지식인들 중 상당수가 그렇다.
그들은 아직도 동북아에서 일본이 독주하고 한국이 일본이 아니면 갈 곳이 없는 1980년대로 착각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지금은 1980년대가 아닌 2010년대다.
1980년대의 한국은 중국, 소련과 국교 수립을 하지 않고 사실상 동북아에서 일본이 아니면 갈 곳이 없는 고립된 상태였다.
그러나 2010년대의 한국은 중국, 러시아와 국교 수립을 한 상태이며 일본과의 사이가 나빠지더라도 그들과 손을 잡으면 충분히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지녔다.
또한 현재 2018년 동북아에서 최대의 경제 대국은 중국이며, 이미 중국의 GDP는 일본의 2배가 훌쩍 넘은 상태다. 아울러 한국의 최대 무역국이자 최대 무역흑자를 안겨다주는 나라도 중국이다.
현실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한국의 정치인과 지식인 및 그들에게 교육을 받은 상당수의 사람들은 한국이 일본이 아니면 갈 곳이 없는 줄로 착각하는 잘못된 생각의 관성에 빠져 있다. 그들의 정신 세계는 아직도 1980년대에 머물러 있으며,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2018년의 세상을 못보고 있는 것이다.
이는 매우 잘못된 현상이다. 좀 심하게 말하면 정신적인 퇴보 현상이다.
박근혜가 왜 파멸했는가? 그것은 박근혜의 정신 세계가 자기 아버지가 총에 맞아죽은 1970년대에 멈춰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2010년대의 세상을 박근혜가 받아들이기 거부했고, 오직 1970년대에 계속 머물러 있으려 고집만 피우다가 결국 현실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멸해 버린 것이다.
그런데 2010년대인 지금의 현실과 세상을 보지 못하고, 자꾸 1980년대의 지나간 세월에만 집착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이는 한국의 앞날에 매우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조선의 사대주의자들이 농민반란과 기근으로 다 쓰러져가던 명나라를 200년 전 영락제 시절의 한참 잘나가던 때의 패권국인 것으로 계속 착각하다가, 결국 신흥 제국인 청나라의 말발굽 아래 무참히 짓밟혔던 어리석음을 또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