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 /심명수
가령 물방울을 여자라고 할 수 있을까? 물방울이 여자일리 없겠지만 정말 물방울이 여자라면 물방울은 증발하거나 매달려 애원하지 않겠지. 나는 잠시 형광색 연필을 꺼내든다.
창가에 여자가 맺혔다고 하자. 아니 물방울이 맺혔다. 나는 맺힌 물방울을 손가락 공식대로 물방울과 물방울을 이어 주었다. 그 공식은 거미집 형식으로 통했다. 물방울 집을 지었다. 나뭇잎 그늘이 그새 물방울 집에 찾아왔다. 여자가 흔들린다. 나는 다시 연필을 손등위에서 돌리다가 문득 너를 생각한다. 너는 나를 고루하다고 하겠지만, 빗나간 시위는 이미 다른 과녁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 다시 당겨지는 시위는 예사롭지 않다는 것. 사랑이라고, 찰나라고, 눈물이라고 쓰려다 잠시 멈추고 물방울 옷을 걸친 여자라고 가볍게 너를 매달아본다.
가령 여자가 맺혔다라고 써도 되겠지만 여자는 이것이 엉망진창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비는 더 이상 오질 않을 것이다. 여자가 그대로 맺혀 있으려면 물방울은 있는 힘껏 물방울이여야만 하기 때문이다. 잠시 쉬는 동안 물방울을 형광색으로 색칠을 해본다. 물방울은 어느새 충혈이 된다. 여자가 떨어지고 나면 그건 이미 물방울이 아니니까. 충혈 된 물방울은 유리 구두처럼 깨지기 쉽고 깨지면 결국 물방울은 모든 걸 끌어 않게 된다. 물방울 하고 부르자 여자는 방울방울 물방울을 또 다른 물방울 속에 감춘다. 여자는 결국 물방울이고 물방울이 아니다.
<<시사사>> 2014년 3,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