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좋은 의견 잘 보았습니다.
요점은 결국 열악한 인프라 속에서도 최대한의 운용효율을 뽑아내자 는 내용이지요.
하드웨어의 단점을 소프트웨어의 최적화로 극복하자.
좋은내용입니다.
청량리역 구내의 2중 평면교차 구조에 경춘 분당 경의중앙 모든 전동차를 다 쑤셔넣더라도
그런것에 지장 안받도록 다이아를 잘 짜면 그만이겠지요.
그런데 말씀대로 운용효율 극대화를 통해 그런 다양한 운용의 묘를 살리려면
절대적으로 중요한 전제가 필요합니다.
바로 '모든 열차가 단 1초의 오차도 없이 정시에 다닐 것' 이라는 전제입니다.
운전못하는 기관사, 출입문 빨리 못닫는 차장 등등..
운영기관 종사자의 장인정신이 부족해서 열차가 정시운행을 못하는 것은 그냥 연병장에 죄다 모아놓고
두들겨패고 영창 보내서 바로잡으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철도 외적인 요인은 도저히 그럴 수가 없습니다.
천재지변으로 인한 신호장애나 공전 등 동력차의 성능저하 외에도
승객폭주로 인한 승하차 지연, 휠체어 탑승 등 도저히 어쩔수 없는 불가항력 외에도
출발시각=탑승시각 으로 착각하는 사람, 무리한 승차시도를 하는 사람 등등 벼라별 사람들이 다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도대체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까요?
실제 계획대로 열차가 움직이는 비율을 열차운행계획의 실행율이라고 해야할까요?
제 나름대로 정의를 내려봅니다만, 지금 이정도 실행율을 가지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경부선 기존선과 같은 전통적인 ATS복선구간의 경우 이론적으로 역에서 앞차가 출발하고
동일 선로로 후속열차가 아무런 신호제약 없이 도착할 수 있는 최소시격이 3분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정말 1초의 오차도 없어야 가능한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위에 제가 소개해드린대로 3분시격으로 열차가 다닌다
그러면 한시간에 20개의 열차를 넣을 수 있습니다.
00 03 06 09 12 15 18 21 24 27
30 33 36 39 42 45 48 51 54 57
00분 열차가 1초 늦는바람에 03분 열차는 정지신호를 보고 속도를 3/4까지 감속했다가 진입해서 30초를 늦었습니다
03분 열차가 30초 늦는바람에 06분 열차는 정지신호를 보고 속도를 1/2까지 감속했다가 진입해서 1분을 늦었습니다
06분 열차가 1분 늦는바람에 09분 열차는 정지신호를 보고 속도를 1/4까지 감속했다가 진입해서 1분30초를 늦었습니다
09분 열차가 1분 30초 늦는바람에 12분 열차는 정지신호를 보고 아예 서버렸다가 진입해서 2분늦었습니다.
(열차가 운행중 정지했다가 출발하면 무조건 2분지연임)
12분열차가 역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어정거리는 사이 뒤에는 15분 열차는 가다서다를 반복하느라 4분 늦었습니다
-> 이미 여기서 57분 열차는 제시했던 '한 시간'이라는 조건에서 튕겨져 나가버렸고,
한시간에 20개 열차가 운행가능하다는 팩트는 허망한 거짓말이 되어버렸습니다
결국 모든 열차가 역 진입 전 정지신호 앞에서 신호대기했다가 진입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겁니다.
하드웨어의 열세를 소프트웨어로 극복할수 있을만큼 고도로 정교하고 세밀한 열차운행계획은
반드시 높은 실행율이 전제되어야 가능합니다.
실행율은 주로 국민성이나 질서의식 등 철도 외적인 것에서 많이 연관되어 있고요
그래서 안타깝지만 일본에서는 되는데 왜 우리나라는 안되냐... 라고 하는 것에 나름대로 설명과 납득이 되는 이유입니다.
우리나라의 실행율은 한 60% 정도밖에 안되는데 실행율 95% 정도인 국가에서나 가능한 계획을 들이밀었다가는
1초의 어긋남이 10분 20분의 지연을 불러오는 등 진짜 말그대로 엄청난 대란이 일어나는겁니다.
그래서 가장 확실한 방법인 설비확충을 통해 보완을 하려는 것이지요..
의견과 생각은 자유롭게 펼치고 또 그중 실제로 반영되어 보완과 개선에 큰 도움이 되면 좋겠지만
그런것들이 실현되지 못하고 있음을 그저 정책자와 실무자들이 의지가 없고 돌대가리라고만 매도하지말고
왜 그런것들이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찰이 뒷받침된다면 더더욱 실현될 확률이 높아질 것입니다.
책임을 지는 자와 책임지지 않는 자의 사고와 발언의 자유로움과 유연성은 천지차이입니다.
나는 이렇게 돌아갈 것을 예측하고 계획을 짰는데 실제로 돌아가는거보니 완전 딴판이더라
그에 따른 막대한 혼란과 피해, 그리고 국민들의 불편... 이런것들을 누가 책임지고 감수할수 있을까요?
첫댓글 공감합니다.
좋은글입니다. 좋은 시스템이 있어도 지탱해주는 요소들이 부족하면 어려운 일이죠.
아주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시원하게 적은 대목이 있네요. 질서의식 국민성으로 인해 실행률이 내려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솔직히 한국 사람들 국민성 미개한 거 팩트 아닙니까? 자기 때문에 열차가 늦은 것에 대해서 아무런 생각도 없고 그러니까 안되는 거 아닙니까? 늦었으면 시간약속 안 지킨 승객이 잘못이지 정시에 출발하는 열차는 아무 죄 없는데 말이지요.
선로용량과는 다르게 "실행율" 이라는 단어가 적절할 것 같네요.
그런 점에서 확실히 ATS와는 다르게 자동운전을 채용한 노선은 실행율 하나는 기가 막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들어주신 예시가 제가 얘기하고 싶은 부분과는 조금 다르긴 한데요.. 말씀 주신 부분도 충분히 공감합니다.
빡빡하게 다이아를 짜서 정시율도 낮고 실행율도 낮아지느니, 차라리 다이아를 여유있게 짜서 "고객들에게 보기엔" 정시율도 좋고 실행율도 좋게 보이는게 더 나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KTX 다이아가 그런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소프트웨어적으로 노력에서 10이 해결된다면 설비확충 하나로 해결되는 요소는 100 ~ 250 아니 그 이상인것은 당연합니다.
돌려돌려 얘기했지만 실제로 이야기 하고 싶었던 관점은 "최적화" 입니다. 다이아를 빡빡하게 짜자는 것이 아니라 다이아가 과연 최적화가 되어있는지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싶었던 것입니다.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일반열차 쪽에서 다이아를 먼저 채우고 그 남는 공간에 광역 다이아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여부는 확실하진 않지만 위 내용이 사실이라면 광역철도 다이아가 언제까지 일반열차 남는 공간에 어거지로 껴 맞춰져야하는 것이냐. 그것이 과연 최선이냐? 는 생각도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자잘한 이야기 이지만, 일전에 중앙선에서 광역철도 시각표 xls 파일을 보니 대피선이 전혀 없는 역에서 대피를 하는 시각표가 업로드 되었다가 수정되어 재등록 된 일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이아를 짜는데 있어 과연 "협력"해서 짜여지는 것이 맞는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 것이지요. 물론, 다이아를 최적화 시키는 만큼 그만큼의 실행율이 담보되어야지만 조금 더 업그레이드 된 운송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말씀주신 부분도 다이아 최적화와 더불어 함께 가야하는 관점이라 생각이 들고, 그런 부분을 고민하는 관리자가 더 많아졌으면 하는 것이 바램입니다. :)
우선 현재 다이아를 여유있게 짜지 않습니다. KTX의 경우 정시율을 좋기 위해 다이아를 여유있게 짜는게 아니라 선로유지보수기간이 워낙 중구난방이라 일일이 그 시기에 맞춰 시각을 작성할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꾸 차가 늦는다고 다이아를 여유있게 짜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면 그렇게 하겠지만 이는 또다른 많은 문제점을 유발하기 마련입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고요, 무엇을 염두에 두고 쓰셨건 제가 그점을 정확히 짚지는 못했더라도 결국 어쨌거나 결론은 똑같은 것 같고 이 글을 통해 충분히 전달되었다고 봅니다
요즈음 같이 대량 정보가 넘치고 AI까지 있는 시대에서는 이러한 실행률도 감안하여서 시각표를 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일본만 해도 당연 출퇴근시간대에는 역에서 내리고 타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선행 열차와의 간격 유지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을 감안해서 좀 더 여유 있게 시각표가 작성되어 있어서 시간이 좀 더 많이 걸립니다. 설에 일본에 가 보니 국내 철도팬들도 잘 아는 케이큐전철 역에는 평일 출근 시간 열차의 혼잡 정도까지 게시하여 놓았더군요(승객들이 보고 편하게 출근하시려면 잘 피해서 타시라는 뜻이겠죠).
물론 철도회사에서 이러한 것까지 한다고 해서 국토부에서 포상금을 준다던지 직원이 성과급을 받는다던지 제대로 안하면 벌금과 민원이 오는 게 아니라면 굳이 힘들게 안하겠죠. 일 많이 한다고 연봉이 오르는 것도 아니고 몸만 고장나니 누가 하겠습니까? 철도회사의 운영에 대한 성과를 철저히 분석하여 그에 따른 제재 또는 포상 등을 하는 제도가 더 절실합니다.
일본에서 열차사고 난 영상이 있는데 너무 과한 교육으로 이런 문제가 터진것으로 판명 됬습니다.
이 글을 뒷받침하는 댓글이 될지, 딴소리를 하는 댓글이 될 지 모르겠지만, 일본의 게이큐같은건 우리나라에서 아무리 공사, 국토부 공무원들이 의지를 가지고 해도 불가능한겁니다. 만성적자와 그로 인한 인력 부족과 인재 영입의 어려움으로 소프트웨어적인 뒷받침을 하기 굉장히 어려울 겁니다. 안전문제가 바로 그렇죠. 각역정차와 쌩쌩 다니며 완급결합하는 일본철도의 환경은, 막대한 수익과 그를 채워주는 비싼 운임, 그리고 인력에 대한 유연성 (사회에서 받아들이는 분위기) 없이는 안될일이죠. 꼭 일본을 따라야 한다는게 아닙니다. 지금 우리나라 현실적인 여러 문제가 있으면 일단 이 정도 최선에서 최적화 시킬 방법도 중요하죠.
한국도 비싼 운임을 받으면 되지 않을까요? 그만큼 서비스가 좋아진다면 못할게 없죠. 꼭 한국만의 방법이 있다. 그 한국만의 전통이 있는 것이니 그를 따라야 한다 식의 논리는 발전과는 영원히 거리가 멀어지게 하지 않을까요
@아기공룡돌리 최근 거의 10년 가까이 철도운임이 거의 변동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은 어느 수준인지는 모르겠지만 5~6년 전쯤에 우리 나라의 국민소득 대비 철도운임은 영국과 일본에 이은 OECD 3위였습니다. 지금은 거의 OECD 꼴등 수준까지 떨어졌을지 여부는 최근 OECD국가의 철도 운임에 관한 자료를 다시 얻어서 최근 국민소득 대비 운임으로 다시 계산해서 확인해봐야겠지만 제 생각으로는 5~6년 전과 큰 변동은 없지 싶고요. 저는 운임이 낮다는 것은 핑계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