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거대한 시골역(?)들을 보며 저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곤 합니다. 아무리 '미래를 대비한다'고는 하지만 몇십 년이 될지. 아니 그날이 오기는 할지 싶은 이용현황과 역사규모를 대조해본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_-
그런데, '수십년 후 미래의 수요 증가를 대비하여 역을 크고 웅장하고 호화롭게 짓는다.' 라고 하는 이야기도 뭔가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앙선 팔당역의 경우 '1일 승하차 승객 수가 10년 후에는 3천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 하고 지어진 역입니다. 통상 이해당사자들에 의해 뻥튀기되는 교통수요예측을 감안하면 3천명이 이용할지도 사실은 의심스런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 규모는 다른 역들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크게 불어났으며, 승강장에는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까지 풀옵션으로 깔려있습니다.
사실 가치공학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는 '교통약자 및 이용자의 상하층 이동을 편리하게 한다'는 동일한 기능을 하는 것이고. 단지 용량의 차이이기 때문에 용량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는 둘 중 하나만 취사선택하여도 큰 지장이 없습니다. 팔당역과 같이 극소수의 이용자가 예상되는 역에는 다용도로 쓸 수 있는 엘리베이터만 설치하고 '대용량'을 주목적으로 하는 에스컬레이터는 생략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팔당역의 사례에서도 보듯이, 현재 지어지고 있는 거대 시골역들은 정말로 장래성이나 계산된 경제성을 갖고 지어졌다기 보다는 외압이나 어떤 단순무식한 원칙에 의해 쫓기듯이 덩치가 불어났다는 의혹을 지우기 힘듭니다.
의심할 수 있는 것들로서는 아무래도 철도시설공단이나 기획예산처 등이 갖고 있을 '표준설계안' 또는 '지침'에 가장 큰 원인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역의 건설비는 몇억원' 이런 식으로 정해진 계산공식 또는 지침이 있고 거기에 맞춰 예산을 다 쓰다 보니 쓸데 없이 역이 커졌을 가능성 (예산집행은 참 웃기는 것이라... 남기면 안됩니다. 절약해서 남기면 처벌받고, 낭비하더라도 다 쓰는 쪽이 칭찬받습니다.) 이 있겠고. 교통약자시설이나 스크린도어 같은 '옵션'의 경우는 유행(?)을 따라가다 보니 실제 필요한 양보다 크게 오버해서 설치하는 케이스도 있습니다.
뭐 어느 쪽인지는 높으신 분들만 알 일입니다만... 지역주민 입장에서 '대도시 같은 폼나는 역' 지어준다는데 싫어할 이유도 없고... 큰 문제제기가 없는 한 궁전 간이역의 문제는 앞으로 계속 반복되지 싶습니다. 한 30~40년 후에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철도건설에 불어닥친 글래스팰리시즘 사조' 라는 식으로 건축평론가들이 이 시대를 평론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
첫댓글 첫차긴 했지만 운길산역에 혼자 내렸을때의 그 느낌이란...에스컬레이터는 정말 생략해도 되고, 만든다면 올라가는 방향만 만들어도 무관할텐데 말이죠. 장래수요라 해봤자 신도시가 들어서지 않고 단순히 택지지구 하나 들어서는 정도로는 지금과 같은 큰 규모의 역은 사실 필요가 없죠. 승강장에 전부 지붕이 있을 필요도 없고. 차라리 배차간격이 긴 곳에는 승강장에 바람 막을 작은 방이라도 있음 좋으련만 정작 그런건 또 없고;; 어쨌든 지침 대로 가야한다면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갈 수 있도록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렇게 돈을 허공으로 날리구선 공사비가 부족해 개통 연기합니다라는 소식을 들을 때면 조소가 절로 나오죠^^.......
ism뒤에 사조를 붙이는건 의미 중첩이지요^^;; 시골역은 정말 시골역다운 이미지와 풍경, 정취가 정말 좋았는데 그런 것이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_
글래스팰리시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웃겨요
정말 운길산역.... 고가역사라서 그럴까요.. 주말에 등산객 말고는 이용객 거의 없을듯한 역인데 역 외관이 지나치게 화려하다는...
예산발의>심의>집행>건축 프로세스상에 결함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결함이 고스란히 예측과는 다른 결과물을 끊임없이 양산해 내고 있구요
편의를 빌미로 규모가 커지고, 다시 커진 규모 때문에 불편해지고, 이에 시설이 덧붙고... 악순환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불행한 건, 그 후예들이 전국 방방곡곡에 꼬박 줄을 서 있다는 것이겠지요.
역의 외관에 철도에 대한 의식이 조금이나마 바뀌지 않을까요.. 그렇지만,, 너무 큰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