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장애인, 노약자 등의 교통약자의 이동권과 이들에 대한 편의시설이 주목받게 되면서
신설 철도에 대해서는 관련 설비의 확충 (일본에서는 '배리어프리'라고 하는)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설은 단지 극소수 교통약자들의 이동권을 보장해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반 여객들에게도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시설이기 때문에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에 있어
큰 역할은 한다고 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주목은 긍정적인 변화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과도기적' 변화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이겠지만 간혹 과도하게 오버한다고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 경원선 거의 전 역에 대피선이 설치된 것도 급행열차 도입기로 넘어가는 과도기 상황의 숙명이 아닌가 하구요 ^^)
예를 들어 이번에 개통한 중앙선 팔당역입니다.
정작 완공된 팔당역에 가본 적은 없지만,
다행히 공사중일 때 철도시설공단의 도움으로 팔당역 공사현장을 견학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당시 흥미로웠던 것은 텅텅 빈 주변도 주변이지만, 그에 걸맞기 않게 호화로운 각종 시설들이었습니다,.
특히 용산방향과 용문방향 2개 승강장 모두에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를 모두 갖추고 있는데.
E/S나 E/V는 작동 형태와 적재능력만 조금 다르다 뿐이지 기본적으로는 동일한 시설이죠.
역의 규모와 주 이용자층을 생각하면 이해가 되지 않는 모습입니다.
(1) 효용성의 문제
현장 관계자분의 브리핑에 의하면, 전철 팔당역은 5~10년후 "일간 3천명"의 승객이 이용할 것을 예상하고 지어졌다고 합니다.
장기적으로 3천명이라고 하는데, 지금의 이용승객 수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겠습니다.;
(참고로 양정역 같은 경우는 현재 1일 700명이 이용합니다. - 출처:철도통계연보)
미래의 3천명이라고 해도, 이 정도 승객을 위해서 굳이 이런 값비싼 시설들을 지어야 했을지는 크게 의문시됩니다.
에스컬레이터/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 뿐 아니라 앞으로 그것을 돌리는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물론 노약자 등을 위한 편의시설은 아무리 작은 역이라 하더라도 필요하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팔당역과 같은 마이크로 규모의 역에는
큰짐 승객, 노약자, 장애인, 휠체어 등등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 로 단일화 해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2) 감가상각비의 문제
동일한 시설이 사실상 쓰지 않을 '용문방면 승강장'에도 이루어졌다는 것 역시 낭비소지가 있는 대목입니다.
중앙선 전철의 용문 방면 연장은 2010년 개통예정이라고 하는데 항상 그렇듯 한 1~2년은 지연이 되겠지요.
대략 3~4년간은 쓰지 못할 시설인데 미리 지어진 셈입니다.
이런 경우 굳이 지금 당장부터 설비를 넣지 말고, 공간과 기초만 확보해 두었다
나중에 확장하는 형태가 적절하지 않은가 하고 지적해볼 수도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당장 크게 필요치 않은 것을 설치해 두어 봤자 감가상각비와 그동안의 유지보수비만 손해볼 뿐입니다.
편의시설에 대한 투자는 분명 긍정적인 일이지만,
이번 도심역, 팔당역에 대한 시설투자는 보면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투자를 하였다기 보다는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를 완벽하게 설치하였다." 라는 정치인의 "업적"을 강조하기 위한 성격이
매우 짙어보입니다.
매우 기본적인 Value Engineering 의 문제이긴 합니다만. '정치적인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앞으로는 이용승객 규모 몇인 이하에는 E/V만 설치하게끔 한다든가 하는
어떤 표준화된 설계지침 등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댓글 여담삼아 얘기하자면 도심역에서 치뤄졌던 개통식 행사에서 경기도지사, 남양주시 국회의원, 남양주 시장 세사람이 축사내용마다 "이거 다~ 국비로 지었습니다~"라며 자랑을 하더랍니다. (특히 도지사는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같은 편의시설을 아주 강조하면서) 뭐... 경기도민을 위한것임에는 틀림없습니다만 이 모든것을 전부 철도운영기관이 떠안고 있어야 하는 시설인지라 축사를 들으며 매우 불쾌한 느낌까지 들더군요
운영기관이 적자가 나든말든 지방자치의회나 단체장이나 그런사람들은 걍 악세사리로 보일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