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버스펙이란 over specification으로
필요로 하는 것보다 더 과다하게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을 말합니다.
인터넷이나하고 간혹 MS워드나 쓰는 사람이, 최신 3D 그래픽 카드를 쓰는 것도 오버스펙의 일종이겠죠.
2.
그런데 요즘 철도공사의 전철들을 보면 오버스펙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이러한 오버스펙의 역사는 서울도시철도공사때부터 슬슬 시작되어온 게 아닌가 합니다.
1기 지하철 건설후, 지하철이 인기를 끌어 많은 사람들이 이용을 하게 되자,
지하철의 용량 부족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여기서 용량이란 수송능력, 전동차 크기, 역사 공간 등을 복합적으로 말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도림역 역사 공간이나 2호선 신도림->강남 구간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용량부족 사례라고 볼 수 있겠죠.
따라서 2기 지하철때는 1기 지하철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애초부터 역사를 크게 건설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2기 지하철을 다 짓고나니, 오히려 1기 지하철보다 이용 승객은 더 적은데, 역사는 더 큰 아이러니가 생겨나게 됩니다.
비단 역사 뿐만 아니라 8호선의 경우, 전동차를 필요보다 더 많이 도입하는 등의 오류도 있었습니다.
3.
이러한 오버스펙은 철도공단/철도공사 시절에 와서 더욱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1) 분당선 선릉-죽전 구간은 10량 1편성 승강장으로 건설하였으나, 죽전 이남은 8량 1편성으로 승강장 길이 축소
2) 분당선 선릉-수서 구간: 지나치게 큰 역사, 개포동역 같은데를 가보면, 쓸데 없이 남는 공간이 너무 많습니다.
이런 곳이 많을 수록 토목공사비, 유지비(공조, 조명, 청소) 등이 많이 들어갑니다.
3) 경원선 의정부 이북, 상당히 많은 역에 대피선을 설치해놓고서는 급행운행을 거의 안함
4) 중앙선 청량리-덕소 승강장은 10량으로 건설해놓고, 결국 8량으로 축소 운행
4.
즉 제 생각에 지금의 철도공사비가 너무 부풀려져 있는게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지나치게 고규격(넓고 길고)으로 전철을 건설하다보니 비용이 많이 들어, 타당성이 떨어져서 전철 건설이 힘들어집니다.
또한 예산을 구하기 어려워, 사업이 지연되기도 합니다.
애초에 전철을 건설할때 예산을 절약하고, 규모도 적게 하여 건설하면 더 많은 곳에 전철을 지을 수 있을 것입니다.
5.
물론 장기적으로 보면, 크게 지어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장기가 언제 올지도 모를뿐더러, 국토구조의 변화로 아예 안올 수도 있지요.
따라서 제 생각으로는 처음부터 너무 크게 만들게 아니라,
나중에 확장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후에 처음에는 최소한으로 지어야 한다고 봅니다.
대피선의 경우에도, 대피선을 설치할 공간만 두고, 궤도나 전차선 부설을 미뤄두는 방법도 있습니다.
또한 일단 상대식으로 건설하되,쌍섬식으로 확장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두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안산선은 상당히 모범적인 사례라고 생각됩니다.
현재는 그냥 복선수준이지만, 각 역의 구조가 향후에 쉽게 확장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경원선이나 중앙선도 이런 식으로 처음에는 최소규모로 짓고 차후에 선로를 추가하거나,
승강장 길이를 늘리는 방법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6.
이렇게해서 철도건설예산을 최소로 아끼면, 비용도 절감할 수 있고
특히 이렇게해서 아낀 예산으로 정말 꼭 필요한 곳에 설비 개량도 할 수 있습니다.
사실 현 시점에서 대피선이 정말 필요한 곳은 경원선보다는 경부선 구로-수원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경원선의 오버스펙을 사전에 방지하여 예산을 아끼고
이런 예산을 모아서, 구로-수원간 대피선을 추가하는데 썼다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철도공사 등에 구로-수원 대피선 추가 같은 이야기를 하면 늘 돌아오는 이야기는 '예산부족'인데
정작 요즘 신설되는 곳들은 오버스펙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에 이런 글을 써보았습니다.
첫댓글맞습니다. 일본의 도시철도 (JR, 사철, 공영 모두) 를 보면 대부분의 시설이 우리의 서울 1호선에 비해도 옹색합니다. 하지만 정말 몇분 사이에 수만명이 몰려들지 않는 한 (가끔가다 종합운동장역에서 벌어집니다) 차량 배차가 충분히 원활하다면 역이 혼잡하지는 않은 것을 줄곧 보아 왔습니다. (이는 상시 혼잡한 강남이나 교대역에도 적용됩니다) 광명역을 본다면 어떻습니까. 한 열차에 기껏해야 300명이 타는데, 폭이 10미터는 족히 되는 플랫폼을 설치할 필요는 없죠. 그 부지에 선로를 하나 더 놓는 게 옳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렇습니다. 승객을 수용할 차량은 폭 3미터짜리인데, 그렇다면 3미터 폭의 플랫폼 (안전상 공백 제외) 이 가득차도록 승객을 모아 놓아서야 그 승객을 차량이 수용할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요새 개통되는 도시철도는 거의 예외없이 플랫폼 폭이 그 배는 되며 (오히려 6호선에서는 넓은 플랫폼이 필요할 법한 월드컵경기장 역이 가장 좁더군요) 그 외에도 각종 완충구역이 터무니없을 정도로 박혀 있더군요. 이래서야 중국에서 말하는 (^^) 全日空 상태를 면할 수 없습니다.
광역전철에서 수요도 별로 없는 곳에 역사를 너무 크게 짓는 경우(승강장 길이가 문제가 아니라 역의 규모나 외관...등등 말이죠) 도 비일비재해 보입니다. 수요를 보면 그렇게 크게 지을 필요가 없고 정말 간이역(까지는 아니더라도) 수준으로 지어도 될텐데 너무 역을 크게 지어 쓸데 없이 예산 낭비를 하는 듯.
첫댓글 맞습니다. 일본의 도시철도 (JR, 사철, 공영 모두) 를 보면 대부분의 시설이 우리의 서울 1호선에 비해도 옹색합니다. 하지만 정말 몇분 사이에 수만명이 몰려들지 않는 한 (가끔가다 종합운동장역에서 벌어집니다) 차량 배차가 충분히 원활하다면 역이 혼잡하지는 않은 것을 줄곧 보아 왔습니다. (이는 상시 혼잡한 강남이나 교대역에도 적용됩니다) 광명역을 본다면 어떻습니까. 한 열차에 기껏해야 300명이 타는데, 폭이 10미터는 족히 되는 플랫폼을 설치할 필요는 없죠. 그 부지에 선로를 하나 더 놓는 게 옳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렇습니다. 승객을 수용할 차량은 폭 3미터짜리인데, 그렇다면 3미터 폭의 플랫폼 (안전상 공백 제외) 이 가득차도록 승객을 모아 놓아서야 그 승객을 차량이 수용할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요새 개통되는 도시철도는 거의 예외없이 플랫폼 폭이 그 배는 되며 (오히려 6호선에서는 넓은 플랫폼이 필요할 법한 월드컵경기장 역이 가장 좁더군요) 그 외에도 각종 완충구역이 터무니없을 정도로 박혀 있더군요. 이래서야 중국에서 말하는 (^^) 全日空 상태를 면할 수 없습니다.
1호선 전구간 급행화가 가장 시급하죠. 쾌속, 급행, 쾌특 등 다양한 열차 등급이 존재하는 일본의 광역전철에 비하면 한국의 광역전철은 기어다니는 수준입니다.
오버스펙의 이유는 일부 주민들의 핌피현상과도 관계가 있어보입니다. 인천지하철 2호선을 무조건 중전철로 해야한다고 주장하듯이 말이지요.
그런 점에서 신정지선 역들도 예외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광역전철에서 수요도 별로 없는 곳에 역사를 너무 크게 짓는 경우(승강장 길이가 문제가 아니라 역의 규모나 외관...등등 말이죠) 도 비일비재해 보입니다. 수요를 보면 그렇게 크게 지을 필요가 없고 정말 간이역(까지는 아니더라도) 수준으로 지어도 될텐데 너무 역을 크게 지어 쓸데 없이 예산 낭비를 하는 듯.
세마역, 지제역, 양정역 등이 대표적인 사례죠.
반면에, 정작 중요한 '차량의 스펙'은 아직도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점이 없다는 점은 아쉽기도 합니다.
경부선을 제외하면 현재의 표준전동차 스펙이 모자라거나, 심지어 개선이 먹히지도 않습니다. 선로가 우선이고, 그 중에서는 역 배치가 중요한 문제가 되죠.
글쎄요. 본문에서 언급되었듯 역사 등에는 소위 '돈지랄'을 하면서도, 차량의 개선 및 개발(근교형/급행형 등)에는 다소 인색하게 구는 부분이 아쉽다는 말입니다만-_-
하드웨어는 상당히 오버스펙인 주제에, 소프트웨어는 정말 하등한 수준이랄까요...-_-; (이래서는 운영 개떡이라고 일본 아이들에게 욕먹어도 할 말이 없습니다)
저는 개방형으로 역사를 지으면 시원하게 느껴짐. 그래서 여름에는 더더욱 개방형 역사를 선호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