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사연
제 이름은 나빛나 입니다.
주변 사람들은 제게 넘치는 끼와 재능을 타고났다고도 하고, 지성과 미모를 모두 갖춰서 완벽하다고 추켜세우기도 합니다.
저는 소위 일류대를 나와서 20대에는 아나운서로 대중에게 주목을 받았고,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직장에 다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
남들의 눈에는 완벽해 보일지 모르지만, 저는 수년째 같은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제가 열정을 쏟고 싶은 꿈과는 상관이 없는 일이라는 거에요.
겨우 이 정도의 일을 하려고 지금껏 힘들게 살아왔나 싶습니다.
제 삶이 의미 없고 하루하루가 건조하게 느껴집니다.
남들은 배부른 소리한다고도 하고, 욕심이 너무 지나치다고도 하겠지만
지금 하는 일에서는 저의 존재가 하찮게 느껴지고, 그저 평범하게 의미없는 시간만 보내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끝도 없이 뭔가 부족한 것 같은 결핍을 느끼고 있고 매사에 불만이 가득합니다.
행복해야 하는데.. 행복하고 싶은데 .. 나도 내 삶도 눈부시게 빛나고 싶은데.. 왜 이렇게 살고 있는거지?
정말 의미있고 행복한 삶, 내 모습, 내 일은 뭘까?'
어느새 30대 후반이 된 제가 지금이라도 새로운 꿈을 가질 수 있을까요?
아무리 혼자 생각하고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구하며 답을 찾아봐도 나를 빛나게 해 줄 꿈이 보이지를 않습니다.
지금의 저에게는 모든 일이 이룰 수 없는 일이고 되지도 않을 힘든 일 같아서 이내 포기하고 맙니다. 남은 것은 우울과 짜증뿐이에요.
정말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T.T
나빛나씨께
먼저 거꾸로 질문을 드려보고 싶습니다.
삶의 이유와 의미를 꼭 찾아야만 하는 이유는 뭘까요? 그래야만 만족과 행복이 있기 때문일까요?
무엇인가를 찾는다는 것은 그 결과에 모든 것을 걸지 않았을 때에만 즐기는 여정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삶의 이유와 의미를 찾는 여정이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한 나머지 거기에 모든 것을 겁니다.
당첨확률이 낮은 복권에 모든 것을 걸어놓은 사람처럼, 그렇게 모든 것을 건 사람의 여정은 오히려 불행한 여정이 됩니다.
내가 기대하는 답이 반드시 나와야만 행복할 것이라는, 근거도 없는 공식을 스스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내 삶에 이유와 의미를 찾는 여정에서 비껴서보세요. 잠시 공식을 내려놓는 겁니다.
그리고 그냥 지금의 내 삶에 단 1분이라도 여유를 더할 수 있는 순간을 있는 그대로 느껴보세요.
가령 내가 가진 것 중에 한 가지를 주변의 꼭 필요한 누군가에게 나눠줍니다. 그리고 그 눈빛을 만나보세요.
잠시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왜일까? 왜일까? 자꾸만 이유를 캐묻는 것은 나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합니다.
왜냐구요? 이해해야만 행복하다는 공식이 또 만들어졌거든요.
공식 가지고 문제 안 풀면 안 되나요? 꼭 풀어야만 행복할까요?
때론 이유를 붙일 수 없어도 행복하고 의미 있는 것이 있습니다.
'이해해야만 행복하고 의미가 있다'는 공식 너머에도 너무나 많은 세상이 있습니다.
그냥 '아..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것도 의미가 있네.. 이렇게도 행복하구나'라고 감탄하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혹시 눈치채셨나요?
나빛나씨의 모든 고민이 생각 속에서만 다 완성되어 버렸다는 것을.. 그 생각을 공식이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을..
공식을 꽉 쥐고 있으면 그런 순간이 눈 앞에서 휙 지나가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공식을 내려놓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보이는 것을 그냥 보면 됩니다.
공식으로 문제를 풀고 이해해서 의미와 행복을 얻으려고 하지 말고, 그냥 보이는 것을 보세요. 느껴지는 것을 느끼세요.
공식 바깥의 진짜 삶은 거기서부터 리얼하게 시작됩니다.
공식 바깥의 진짜 의미와 행복이 뜻 밖의 손님처럼 찾아옵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손님이 지금 찾아온 것이 아니고 지금까지 '공식'이라는 문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 공식의 또다른 이름은 '신념'입니다.
'신념'을 알아차리고 놓아버리면, 신념 바깥의 새로운 삶이 나에게 찾아옵니다.
모두를 위한 더 깊은 이야기
나빛나씨의 숨겨진 믿음: 완벽하고 우월한 내가 되어야만 의미있고 행복할 수 있다.
완벽주의를 가진 사람이 반복되는 문제를 계속 경험하다보면 '반드시 OO을 해야한다. 절대 OO을 하면 안된다.'라는 단단한 믿음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그 믿음이 절대적인 신념이 되어버립니다. 그런 신념을 갖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 내용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완벽주의적인 사람들이 이 신념을 알아차리고 깨닫기가 쉽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
아이러니하게도 그 신념이 꽤 쓸모있게 사용될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신념이 매우 바람직하고 희망적인 답을 줍니다.
그런데 현실의 삶에서 그런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그런데도 늘 신념이 답을 줄 수 있다고 믿고 자기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그것을 강요하게 되면 돌아오는 것은 실망, 좌절 뿐입니다. 실망과 좌절은 부정적인 신념을 다시 만들어냅니다.
현실과 신념 속의 이상적인 모습 사이에 더 많은 간격이 생겨서 그만큼 더 실망하고 좌절합니다. 어느새 신념은 진짜 삶의 일부가 되어서, 내면 깊숙이 자리잡습니다. 눈이 눈을 볼 수 없는 것처럼 내면에 자리잡은 신념은 알아차리기가 어렵습니다. 나 자신과 신념이 구별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신념을 알아차릴 수 있을까요?
먼저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합니다.
Q. 마음이 힘들 때 나는 왜 나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요구할까?
구체적인 질문의 예를 들면,
Q. 마음이 힘들 때 나는 왜 나 자신에게 타인보다 우월하고 지배적인 위치에 서 있으라고 요구할까?
Q. 마음이 힘들 때 나는 왜 부모나 남편이 다른 사람의 부모나 남편보다 우월하고 지배적인 위치에 서 있기를 원할까?
이런 질문을 자기 자신에게 던지는 겁니다.
그러면 감춰져 있던 신념이 서서히 드러납니다.
그런 요구를 했던 이유는 다음과 같은 신념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신념: 나는 타인에게 항상 완벽한 사람으로 보여져야 한다. 그래야만 행복하다.
내 가족은 다른 사람의 가족보다 항상 우월해야 한다. 그래야만 행복하다.
자, 어떤가요? 이 신념은 삶에서 채워질 수 있는 신념인가요? '항상'이라구요? 정말 이것이 가능하다고 믿으세요?
실제 삶에서 내가 '항상' 타인에게 완벽한 사람이 될 수는 없습니다. 내 가족이 '항상' 다른 사람의 가족보다 우월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이미 이 신념은 잡을 수 없는 그림자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럼 과연 이 신념이 실제 내 삶에 도움은 되고 있는지 제대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봅니다.
우연히 고른 작품이 공전의 히트를 하면서 스타가 되어 정상에 오른 한 연기자가 있습니다.
정상에 오른 기쁨에 도취된 연기자에게 어느새 이런 신념이 자리잡습니다.
'이제 나는 대중에게 항상 완벽한 연기자로 보여야 한다. 그래야만 인기가 사라지지 않고 행복할 수 있다.'
이 신념이 중심에 자리잡는 순간, 삶은 오히려 불행해지기 시작합니다. 도움이 전혀 안 된다는 것이지요.
대중들이 항상 이 연기자를 완벽하게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때로는 많은 비난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인기가 계속 유지되지도 않습니다. 혼신의 연기를 해도 잘못된 작품을 만나서 거품처럼 인기가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결국 이 신념은 발행되자마자 부도가 난 수표처럼 한 사람의 삶을 망가뜨리게 됩니다.
정말 삶의 변화를 원한다면 이런 비현실적인 신념을 내려놓고 유연한 삶의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신념을 놓으려고도 애쓸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 애씀이 '신념을 버려야만 행복할 수 있다'는 신념을 또 만들어내고 마니까요.
그냥 알아차리기만 하세요. '아, 내가 이런 신념을 마치 변함없는 진리인 것처럼 꼭 쥐고 있었구나'
이런 고백을 하는 연기자들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 인기가 사라지면 어쩌나 정말 두려워했습니다. 그런데 한동안 인기도 시들해지고 극심한 슬럼프를 겪고 나니, 마음을 비우게 되더라구요. 그동안 내가 왜 이렇게 인기에 목을 매고 있었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대중들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하고 싶은 연기만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하고 나니 주변에서 제 연기가 훨씬 깊어졌다는 얘기를 듣기도 하네요. 저도 인기에 목 맨 예전보다 지금이 훨씬 행복합니다.^^'
꼭 이렇게 바닥을 쳐야만 신념을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정직하게 나 자신에게 질문해도 신념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알게 되었다면 그것을 극복하려고 하거나, 억지로 놓으려고 하지도 말고 그냥 두세요.
그리고 신념 바깥에서 새롭게 보이는 진짜 삶의 경험들에 주목하기만 하면 됩니다.
어느새 그 신념은 내 삶의 유일한 출구가 아니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완전히 새로운 길이 열린 것을 바로 지금, 여기에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첫댓글 아침에 창을 열고 가입신청했는데,,, 좋은글로, 마음의 위안이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