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우리의 빛!
여름 땡볕에 정릉 수녀원 언덕을 오르는 건 고생스럽지만 일단 조용한 마당에 들어서면 수녀원 자리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합니다.
교통이 편리하다던가 대형 쇼핑몰이 주변에 있다던가 이런 것을 포기하는 대신 조용함과 자연을 얻는다는 나름대로의 계산이랄까...
요며칠 점심을 먹고 바로 사무실에 앉아 일을 하기 보다 몇 분이라도 혼자 옥상에 올라가 주변을 잠시 바라봅니다.
스치는 바람에 움직이는 수녀원 앞 잣나무들의 움직임도 보고
모두들 평온히 잘 살고 있는 듯 느껴지는, 그러나 집집마다 무언가 고민거리를 안고 있을 우리 이웃들의 고만고만한 집들과
어디론가 바쁘게 움직이는 도로들의 차들과...
그리고 멀리 북한산 한자락이 보입니다.
저 산을 밟은지도 꽤 오래되었지만 산에 가보겠다고 선뜻 마음을 먹지 못하고 멀리서 눈길만 줍니다.
언제부터 저 산은 저 자리에 버티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대형 빌딩숲이 아닌 산이 보여서 참 좋다는 것도 내가 여기에 살기에 누리는 행복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멀리서 사진 한장 찰칵!
아래 두사진은 이틀 차이를 두고 옥상 같은 자리에서 찍은 북한산 자락이에요.
직접 바라보면 참 아름답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데
사진에 들어오는 시야가 제한되어 있어서 기대에는 못미치지만 아래 올려봅니다.
같은 사진이지만 다르게 보이는 것은 왼쪽 사진은 수요일, 오른쪽 사진은 금요일에 찍은 사진이라서 그래요.
그날 날씨를 그대로 보여주는듯...
수요일에는 흐린 날씨 그대로 사진도 뿌옇게 보이지만
목요일 밤부터 비가 오고 바람이 많이 불어서 금요일에는 전혀 다른 시야를 갖게 되었습니다.
금요일 뚜렷하게 보이는 북한산을 보며 내 마음도 저렇게 투명하고 선명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리고 떠오르는 성서 구절.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얼굴을 볼 것이다. (마태 5,8)"
하느님의 얼굴을 보는 행복을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른쪽 선명한 사진처럼 있는 그대로 말이죠.
그러려면 먼저 마음이 깨끗해지도록 렌즈부터, 마음부터 닦아야겠네요. ^^
첫댓글 오랜만에 들어와 봤습니당..^^ 수녀원 옥상에서의 이 멋진 광경.. 정말 많이 그립네요.. 그렇지만 여기는 늘 하늘이 한국의 가을하늘처럼 높고 맑아요~ 이 사진을 보고 순간적으로 댓글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예전 입회전 수녀님의 글귀를 참 흥미있게 읽었는데~~~ 여기서도 가끔 찾아들어올께요^^ 수녀님!! 지난번 안나 수녀님 통해서 편지와 간식^^ 잘 받았어요..^^ 감사합니다~
가끔 들어와서 필리핀 소식 전해주면 안될까요? 혼자 이 까페를 지키는게 너무 심심해서...^^ 지난번 관구회의 갔다가 메르세데스 수녀님 편에 미카엘라에게 편지를 보낸다는 게 봉투에 <이미카엘라>가 아닌 <김미카엘라>라고 잘못 쓴게 뒤늦게 생각이 나서 어찌나 미안하던지... 분명히 미카엘라 얼굴을 떠올리며 쓴 거니까 봐주세요~ 건강히 잘 지내구요. 기도 중에 함께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