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우리의 빛!
어제는 일이 있어서 명동에 간 김에 오랜만에 헌혈을 하러 가기로 했습니다.
수녀원을 나서기 전 헌혈의 집을 검색해서 지하철 몇 번 출구에서 어디로... 하고 길을 적어 가긴 했지만
정작 명동한복판에 섰을 때는 어디로 가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질 않았어요.
순간 명동에서 길안내 봉사를 하시는 분들이 생각나 그분들께 다가갔습니다.
"저기...여기 헌혈의 집이 어딨나요?" 라고 묻는 순간
빨간 옷을 입고 앞을 주시하고 있던 젊은 여자분이 인터넷 검색어를 친것처럼 바로 대답해주시더라구요.
"저기 위로 한 블럭 올라가셔서 왼쪽으로 세블럭 올라가시면 OOO 라는 신발가게가 있는데 그 가게 4층입니다."
명동에서 헌혈의 집을 찾는 사람이 많은 걸까요?
어쩜 그렇게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 빠르고 정확하게 가르쳐 주던지...
어떤 다른 가게를 물어도 바로 술술 대답해 줄 것 같은 그 태도에 감탄했습니다.
사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숙련된 자세로 전문가적인 모습을 보이는 사람을 많이 만납니다.
은행을 가면, 병원을 가면, 여러 가지 서비스 업에서...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자는 사랑의 실천에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말이죠.
그 말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지난주 오후 신촌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길에서 교회에 다니라고 열심히 전단지를 쥐어 주고 계시는 분을 보았습니다.
'예수 믿고 천국 가세요!'
저에게도 그 전단지를 들이 밀길래 왠만한 전단지는 받아주고 지나치지만
그 전단지까지 받고 싶진 않아서 '괜찮아요.' 하고 지나치니 그분이 저에게 하시는 말씀.
'괜찮은 게 아니에요. 예수 믿어야 천국가요!'
수녀에게 예수 믿어야 천국간다며 그 전단지를 꼭 쥐어주려고 하는 그 분은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건지...
내가 그리스도교 신자라고 굳이 표를 내며 다닐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내 삶의 태도에서 "나는 사랑의 실천에 전문가" 라는 것이 배어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내일은 성베드로, 성바오로 두 사도의 대축일.
2000년을 이어온 우리 교회의 역사는 단순히 예수 믿으면 천국간다는 이야기에만 힘입어 지탱되어 온 건 아닐거에요.
예수님에 대한 증언과 함께 행동으로 계속 이어진 사랑의 실천이 그 힘이 되었겠지요.
앞으로 이 교회가 2000년을 이어나가려면 바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그 역할을 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