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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자유주의 저격수, 타깃은 `좀비 아이디어`
좀비 아이디어가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불러오고 기업들을 파산시킨다면 큰 문제가 아닐까. 호주 출신 유명한 경제학자 존 퀴긴은 전 세계를 향해 정신 똑바로 차리고
우리 사회를 갉아먹는 경제 이론의 진실을 직시하라고 이야기한다. 그의 책 `경제학의 5가지 유령들(Zombie Economics)`은 지금
세계가 버려야 할 경제학의 오래된 좀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매일경제신문 MBA팀은 단독으로 존 퀴긴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노벨상 수상자인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한 번 아이디어가 생겨나고 사람들 뇌리에 박히게 되면 그것이 틀리고 위험하다고 입증되더라도 다시 살아나는 성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충분한 근거하에서 폐기됐기 때문에 살아 있는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좀비(Zombie)` 아이디어로 취급된다.
문제는 세상에 이런
좀비 아이디어가 즐비하다는 것. 특히 대안이 없을 때는 좀비 아이디어들이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면서 사람들을 괴롭힌다. 많은 사람은 일반적으로
학창 시절 배웠던 이론을 평생 동안 사실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자신은 절대 입증되지 않은 것은 믿지 않는다고 말하는 실용주의자들조차 가끔은 어느
죽은 경제학자나 철학자의 정신적 노예일 수도 있다. 누구에게나 이런 좀비 아이디어는 존재한다는 얘기다.
존 퀴긴은 자신을
소개하기도 전에 바로 좀비 아이디어들을 털어 놓았다.
"나는 호주
경제학자다. 1950년대와 1960년대 호주가 완전고용 시기를 지낼 때를 경험했다. 1970년대를 기점으로 호주에 완전고용 시대는 끝났고 그후로
나는 줄곧 어떻게 하면 다시 완전고용 시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해왔다. 그러다 보니 1970년대 주류를 이루던 경제 아이디어들은 틀린
것이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실제로 경제에서 좀비 아이디어들은 1990년대 아시아를 휩쓸었던, 그리고 2008년 전 세계를 휩쓸었던
금융위기를 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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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의
5가지 유령들`을 집필한 이유는 무엇인가.
금융위기가 시작되고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블로그 활동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경제학에 대해 쓰기 시작했고 경제학자로서 얼마나
쓸데없는 경제 이론들이 많은지에 대한 것들을 썼다. 초반에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시장자유주의(Market Liberalism)가 부인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신경제학자들의 죽은 아이디어`라는 제목으로 책을 써볼까 고민했다. 하지만 2009년 금융위기를 야기했던
아이디어들이 다시 살아나는 것을 관찰했고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정치가들은 마치 눈먼 장님들처럼 문제가 되었던 아이디어들을 다시 끄집어 내서
정치하는 데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죽어야 하는데 자꾸 다시 살아나는 아이디어들을 보면서 좀비 같은 존재들이라고 느껴서 좀비라고 이름 붙였다.
그리고 이들을 설명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함을 깨달았다.
자본주의
붕괴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떻게 보는지.
자본주의는 우리와
아주 오랫동안 함께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자본주의가 될 것이냐다. 우리가 본 자본주의의 붕괴는 금융 부문 한 곳이었다. 우리는 1945년
선진국들에서 일어났던 사회 민주주의 버전의 자본주의를 부활시키고 현대화시킬 필요가 있다. 이것은 정부가 더 많은 위험요소들을 차단해 사람들을
지키고 더 큰 서비스를 제공하며 경제 안전을 주도하는 모양이다. 이러한 자본주의는 지금 모습과 다르지만 더 나은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오늘날
자본주의는 지속 가능성이 없다. 지속될 수 있는 틀 안에서 시장과 개인 기업들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책에서
언급한 다섯 가지 유령들에 대해 설명해 달라.
사실 내 책 한 권은
다섯 가지 유령들에 대한 설명으로 끝난다. 세분화하면 하염없이 많은 설명을 해야 할 것이다. 아주 간단하게 다섯 가지를 정리하겠다. 세부적인
부분은 책을 참조해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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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대안정기`다. 이것은 1985년 이후 유례없는 거시경제 안정기였다는 생각을 가리킨다. 둘째, `효율적 시장 가설`이다. 어떤 투자든 금융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이 그 가치의 최적 근사치라는 생각을 말한다. 셋째, `동태확률일반균형`이다. 거시경제 분석은 무역수지나 부채 수준 같은 경제지표가 아니라 미시경제적인 개인 행동 모델에서 나와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넷째는 `트리클다운 경제학`으로, 부자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이 결국 모든 이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리킨다. 마지막으로 `민영화`인데 이는 정부에서 하는 일을 사기업에 맡기면 더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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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적 시장 가설과
동태확률일반균형은 전문적인 경제 이론이다. 경제학을 전공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민영화는 추상적인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고
대안정기와 트리클다운 경제학은 위기가 있기 전까지 경제가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보여주는 이론들이다.
이들을
좀비라고 부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다 죽어 마땅한
이론들이기 때문이다. 죽어야 하는데 자꾸 다시 살아나서 경제를 망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다시 살아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불합리하고
비윤리적인 탐욕 때문이다. 이들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고 부자들이 하는 거짓말 가운데 대표주자인 트리클다운 경제학에 대해 설명하겠다. 애덤
스미스와 존 스튜어트 밀 같은 경제학 대가들은 누진 과세를 통한 소득 재분배를 지지했다.
하지만 부자가 더
부유해질 수 있도록 돕고 그 이익이 가난한 이들에게 흘러가도록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해온 소위 `트리클다운 지지자들`은 역사의 긴 세월
동안 언제나 존재했다. 2차 대전 이후 서양국가들이 완전고용과 번영을 구가하면서 불평등이 줄어들고 중산층이 압도적으로 많아지자 이 같은 목소리는
주춤하는 듯했다. 하지만 곧 1980년대 불평등 시대가 다시 도래했고 이런 불평등을 옹호하는 지식인들도 부활했다. 부자 감세가 모든 이를 더
부유하게 만들것이라는 주장이 부활한 것이다. 1990년대 경제 번영 시기에 사람들은 확실히 더욱 부자가 되었고 이런 이야기가 현실화하는 듯
보였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오히려 양극화를 경험하게 된 대중은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역시 아직도
우리 주변을 서성이는 트리클다운 경제학은 마치 높은 파도가 모든 배를 밀어올릴 수 있다고 믿는 것 같았다. 트리클다운 경제학이 인기를 다시 얻게
되면서 소득 재분배에 대한 정부 기능을 제한하는 정치적 우파들이 부활했고 세계는 글로벌 금융시스템으로 바뀌었다. 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이 상위
20%에 속해 있는 경제학자들은 이 좀비 이론의 수혜자로서 그들 입을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금융 부문 성장, 나아가
고위 경영자 보수의 막대한 증가는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 주는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경제를 만들지는 못했다. 많은 이들 믿음을 갉아먹은
트리클다운은 하지만 아직도 우리 곁에 있다. 여전히 부자들은 트리클다운을 향한 신념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 그들이 수혜자기 때문이지만 말이다.
더 이상 사실이 아닌 것을 알면서 여전히 우리 주변에 있는 트리클다운은 좀비다.
사실
당신이 꼽은 다섯 가지 좀비뿐만 아니라 많은 경제학 이론들은 현실적이지 않다. 경제학이 현실적으로 변화하려면 어떻게 돼야
하는가.
경제 전문가들은 이제
가설을 세우고 이론을 만들어내는 데 신경을 그만 써야 한다. 그보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정치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강력한 정책을 만드는 데
힘써야 한다. 트리클다운 가설에서 대중이 믿도록 강요당한 것은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로 인한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가설은 실패했고 오히려 불평등만 낳지 않았는가. 우리는 소득세의 진보를 바라봐야 한다. 현실적으로 경제를
나아지게 만들 수 있는 방안들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별히
경제에 뜻이 있는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가.
우선, 역사 공부를
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고 지난날 가설들이 무슨 이유에서 생겨났고 어떻게 실패했는지 자세히 들여다보기 바란다. 역사적으로 어느
시점이든 간에 항상 그 시점에 우세한 아이디어가 있다. 너무 지배적이어서 반대 의견을 낼 수 없었던 것들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 그런
아이디어들은 `결국 틀렸다`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에 모두가 동의한다고 해서 동의하지 마라.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이들도
무조건적으로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습관이 있다. 아이디어들은 도전해야 하는 것들이다.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심각하게
따져보고 현실적인 증거들을 토대로 이론들을 바라봐라. 아마 많은 좀비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내가 보는 시각이
맞다면, 한국은 어떤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그보다는 현실적인 방법들을 우선시하고 이를 그대로 실천하는 것 같다. 그것이 앞으로 한국에 더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서양에서 잘못 시작된 경제적 이론들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좀비를 가려낼 줄 아는 한국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도
계속해서 강한 나라로 성장하고 있지만 앞으로 서양국가들보다 더 좋은 미래가 앞에 놓여 있는 만큼 경제적으로 우세한 나라가 되길 바란다. 내 책에
많은 관심을 가져 주어서 감사하다.
■
He is
호주 국립대학에서 예술과 경제학
학사를 받고 같은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를, 뉴잉글랜드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교 방문교수, 퀸즐랜드 대학교
경제학 교수, 메릴랜드 대학교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경제학논문학회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500` 중 한
명이기도 하다. 미국 영국 등 정치ㆍ경제학자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블로그 크루키드 팀버(Crooked Timber) 정기 기고자로도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