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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득, "롯데 성적 떨어지면 죽을 맛" | |||
부산지역 민방 KNN의 이성득 해설위원(54)은 지난해 5월 4일 1천 경기 라디오 중계 해설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시즌을 마쳤을 때는 1,104경기. 그것도 롯데의 전 경기 연속 해설이다. 시즌 내내 한 팀을 전담하는 해설가가 있다는 건 야구도시 부산의 특징이랄 수 있다.
야구 유니폼을 벗은 지 오래됐지만 아직도 한 시즌 절반을 원정 다니고 있다.
이젠 습관이 됐다. 선수들과 똑같은 기분으로 일한다.
해설에 신경 쓰는 선수들도 있을 것 같은데.
2군에 있는 선수들은 많이 듣겠지. 1군 선수들도 주위에서 얘기를 듣기도 한다. 전날 좋지 않은 말을 했던 선수라면 다음날 눈빛이 좀 다르다(웃음). 내가 야구 선배다 보니 어려워서 말은 잘 못한다. 2년 전에 포수 강민호가 와서 ‘여자친구 구한다고 말 좀 해 주세요’라고 했다. 바로 ‘얼짱 강민호 애인 구함’이라고 마이크 앞에서 말했지.
청취자들에게 항의 받은 적은 있나.
지금은 둘 다 한국을 떠났지만 롯데 펠릭스 호세와 한화 제이 데이비스를 비교한 적이 있다. 호세는 다혈질로 알려져 있지만 화를 낼 상황에서 화를 낸다. 하지만 데이비스는 자기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화를 낸다는 식으로 말했다. 다음날 한화팬들에게 항의 전화를 받고 방송에서 해명했다.
전 경기를 중계하다 보면 선수단과 밀착할 수 밖에 없을 텐데.
원정 때 숙소는 따로 쓰지만 가끔 강병철 감독이 부르기도 한다. 내가 가끔 훈수꾼 노릇을 하긴 하지. 상하 관계에 있는 코치들 외에 가끔은 외부인의 시각이 필요할 때가 있다.
어떻게 방송을 시작하게 됐나.
1998년 후반기부터였다. 방송국에서 제안이 왔다. ‘해설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다. 하지만 목소리가 탁하고 경상도 사투리가 강해 주저했다. 부산 지역 방송이라 청취자들이 너그럽게 봐 주는 것 같다.
해설가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시즌은.
아무래도 구단이 잘할 때지.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1999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지역 방송은 불편부당한 해설을 해야 하는 부담이 없다. 성적이 좋으면 마음 놓고 기뻐해도 된다. 다만 성적이 떨어지면 죽을 맛이다.
1999년 뒤 롯데의 몰락 이유를 찾는다면.
선수들에 대한 관리나 지원이 허술했다. 프런트 행정도 치밀하지 못했다. 체계도 약했고. 선수 스카우트 실패, 코칭스태프의 기술적인 역량도 모자랐다고 본다. 유망 선수를 덜컥 뽑아놓기만 하면 어떡하나. 관찰하고 조언을 해야 하는데 그게 잘 되지 않았다. 모기업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구단주가 야구장에 한두 번 얼굴 내미는 구단과 그렇지 않은 구단의 차이는 크다.
롯데에 필요한 것은.
팀을 이끌 수 있는 스타다. 박정태가 은퇴한 뒤 팀의 구심점이 사라졌다. 지금은 투수에 손민한, 야수에 이대호가 있다. 스타는 꾸준히 활약해야 스타다. 선수들에게 삼성 양준혁 이야기를 자주 한다. 단체훈련이 끝난 뒤에도 단거리를 15~20번 가량 뛰는 게 인상적이었다. 그냥 뛰는 게 아니라 기록을 세우려는 듯이 뛴다.
올시즌 전망은 어떤가.
지난해보다 힘이 붙은 것 같다. 이원석, 정보명, 이승화 등 젊은 선수들이 좋다. 밤에 단골로 특타를 치는 선수들이다.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사람이 있는데 난 그렇게 보지 않는다. 송승준과 최향남이 가세하면 포스트시즌 진출도 가능할 것이다. 강병철 감독은 첫해에 자기가 만족할 만한 훈련량을 지시하지 못했다. 지난 동계훈련 때는 소신대로 강훈을 밀어붙였다.
부산에서 왜 야구가 인기 있다고 보나.
고교야구에서 뿌리를 찾아야 한다. 고교야구는 1970년대까지 전국적인 인기였지만 부산은 남달랐다고 본다. 고(故) 장태영 선배가 경남고를 이끌고 1940년대 청룡기를 2연패, 황금사자기를 3연패했다. 그 뒤로 야구는 부산을 대표하는 스포츠가 됐다. 명문고들이 모두 야구부를 운영했다. 나는 경남고에서 뛰었는데 부산고와의 라이벌 의식은 대단했다. 어느 대회에서 진 뒤 선수들과 학생들이 ‘우리가 모교의 명예를 더렵혔다’며 단체로 학교에 가 운동장에 꿇어앉은 적도 있었다. 비가 내리고 있어 선생님들이 ‘이러지 말라’고 만류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비평준화 시절 아닌가. 지역사회 여론을 이끌게 되는 사람들이 학창 시절 야구에 미쳐 있었던 셈이다.
고교야구가 침체기다.
그렇다. 부산만 하더라도 초등학생 선수들이 없다. 호남 지역에선 야구선수를 지망하는 어린이들이 많다던데 부럽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나섰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