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태어날 때부터 지체장애를 가진 고등학생이다. 어느 날부터인가 장애를 인식하게 되면서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짐을 느꼈다. 중학교 3학년이던 작년 여름방학 때 물리치료를 받기 위해 근처에 있는 장애인 종합복지관을 찾았다. 운동치료를 받기로 하고 한 분의 선생님을 뵙게 되었다. 세상의 모든 일이 마찬가지겠지만 무척 힘들고 어려웠다. 그런 나를 선생님께서는 변함없이 지켜봐 주셨다.
그 후 올 여름 복지관에서 주관하는 캠프에서 정상인 또래들과 함께 어울리게 되었다. 나는 운 좋게 개회식 때 선서도 하고 조장도 맡게 되었다.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런데 일이 꼬였다. 레크리에이션 시간에 게임을 하다가 그만 넘어졌다. 나는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그런 내게 선생님은 꾸중부터 하셨다.
“너에게 실망했다. 그 정도의 정신력으로 어떻게 하려고 그래!”
나는 친구들 앞에서 자존심도 많이 상했고 그래서 울음을 터뜨렸다. 다음날 선생님은 내가 일어나기도 전에 일찍 가셨다. 완전히 혼자 남겨진 그 날, 프로그램은 전날보다 더 힘겨웠지만 난 이를 악물고 버티면서 캠프를 마치고 돌아왔다.
그 후 솔직히 선생님에 대한 서운함이 남아 있었다. 이런 내 마음을 아셨는지 어느 날 나를 부르셨다. “수진아, 선생님이라고 그날 기분이 좋았는 줄 아니…? 자존심도 많이 상했겠지, 그 점은 미안하구나. 다른 사람들은 아마도 네게 직접 충고하지 않고 뒤에서 수군거릴 수도 있었겠지만, 선생님은 그럴 수가 없었어.”
그렇다. 때로는 “잘한다, 잘한다” 하는 듣기 좋은 칭찬보다 생각할 수 있는 꾸중 한 마디가 더 마음에 깊이 와닿을 때가 있다. 늘 열등감을 느끼고 있던 내게 또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선생님. 힘들어하는 제자의 마음속에 환한 희망의 등불을 켜 주신 선생님이 내게 보여 주신 그 큰 사랑을 늘 소중히 기억하며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