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글 솜씨가 없어 주저하다 글을 올립니다. 그렇지만, 제 경험이 다른 분들의 수험과정에 조금이라도 도움되기를 바라며 미흡하지만 간단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1. 수험생활 개요
제 수험의 시작은 2001년 초부터였지만(영어 위주로), 본격적인 공부는 2001년 7·8월 1차 강의(국사, 헌법, 행정법)를 들으며 시작하였습니다. 세 과목의 기본강의만 수업을 들었음에도 운이 좋게 2002년 행시 1차(평균 90점)와 입시 1차를 합격하였습니다. 행시 2차는 2002년부터 2005년 4번을 보았습니다. 어려운 집안 사정상 2002년까지는 1차와 2차 모두 과외와 수험을 병행하였고, 2003년에는 2차 시험 후에도 석달 과외를 하여 2004년 2차에 소요되는 비용 상당부분을 충당하였습니다. 수험생활은 누구나 힘들겠지만, 어려운 집안 여건은 언제나 제게는 큰 부담이 되었습니다. 7급 공무원의 병행도 이러한 집안 사정 때문입니다.
한달 생활비는 고시원 15만원, 독서실 5만 5천원, 식비 14만원 등 약 35만원이었고, 학원수강의 많은 부분은 H학원의 정원준 선생님과 김석배 과장님의 도움, 학원아르바이트를 통해 할인가 또는 무료로 수강할 수 있었습니다.
합격의 비결이라면 무엇보다 끈기와 성실이라 생각합니다. 2001년부터 2004년 7월(직장 생활 시작 전)까지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하루 14시간 이상 공부하였고, 2005년 3월부터는 직장생활 속에서도 하루 평균 7시간의 공부시간을 확보하려 하였습니다.(퇴근 후 6시간, 일찍 출근하여 1시간 등)
2. 2004년 48회 행시 낙방 후 다시 2차를 시작하며..
2003년 41회 7급 시험에 합격하고 행시 2차를 이유로 발령연기를 요청하여 시험 직후인 2004년 7월에 공정거래위원회로 첫 발령을 받았습니다. 2004년 48회 행시에 낙방하였을 때, 수험생활을 끝내기로 결심을 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직장생활(7급 공무원)과 수험을 병행할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행시 2차에서 총점 2점이 안 되는 점수 차이로 낙방한 것을 알고, 또한 보이지 않는 고시와 비고시의 차별을 경험한 후, 다시금 행시를 시작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이러한 결심에는 여자친구, 직장 7급 동기 등 주위의 힘이 컸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업무는 크게 정책, 지원, 사건의 업무로 나눌 수 있는데, 지원, 사건 업무는 고시와 비고시가 공존하지만, 정책 업무는 비고시가 배제된 채, 고시출신 위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다른 부처보다는 고시와 비고시의 차별이 거의 없다는 것이 공정위의 장점입니다. 그렇지만, 공정위의 조사관(6, 7급)은 사건·조사 업무를 담당하면서 대외적으로 국민(민원인)에게 영향력이 큰 역할을 하고 있으나, 무엇보다 정책 업무의 배제, 과행정업무(성과와는 관계없는 보안, 자체감사 등의 잡업무)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고시와 비고시의 차별이 존재합니다. 또한 임용 이후 승진상의 불이익도 있습니다.
3. 직장생활과 수험의 병행
2004년 11월 말부터 PSAT를 대비하기 위하여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였습니다. 시간의 한계 때문에 기본강의만을 인터넷으로 수강하였습니다. 수강은 새벽에 출근하여 아침 7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 업무 후 8시부터 11시까지 들었고, 부족한 부분은 주말을 이용하였습니다. 앞으로 있을 2차를 대비하여 수면시간은 6시간 이상을 확보하였습니다. 또한 헌법, 국사 등 암기 과목은 주로 주말을 이용하여 보강하였습니다. 암기 과목은 비교적 잘하는 편이어서 짧은 기간이었지만 쉽게 과거의 실력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2월 말 1차 시험이 끝난 후 3월 중순까지는 한 동안 전혀 공부를 하지 못했습니다. 1차 가채점 결과, 개인적인 채점 오류로 평균이 68점이 나왔고, 낙방할 것이라는 걱정으로 한 동안 좌절하여 공부에 손을 못 댄 것입니다. 그러나 3월 중순 채종 답안이 나온 후 가채점을 다시 했을 때, 자료해석과 국사에서의 매우 큰 채점오류를 발견하였고, 최종 결과는 헌법 90, 국사 72.5, 언어논리 77.5, 자료해석 57.5점 등 평균 약 73점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때가 전환점이 되어 본격적으로 2차에 매진하게 되었습니다. 즉 올해 2차는 약 3개월 정도만 하였습니다. ‘고시합격은 실력 50%, 운 50%’라는 말이 있는데 돌이켜보면 올해는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작년에는 공부에만 올인하였어도 낙방했는데, 올해는 약 3개월 반 정도의 2차 공부로 합격하였던 것을 보면 말입니다.
처음에는 4월부터 단기 휴직(병가)을 할려 하였으나, 병가의 어려움(없는 병을 만들어야 한다는 어려움)과 과장님의 만류(만약 병가 후 고시를 실패할 경우, 이후의 복귀상의 문제와 승진상의 불이익), 어려운 집안 환경 등의 문제로 휴직을 포기하고 직장과 공부를 병행하기로 하였습니다.
공부는 평일에는 7시간, 휴일(주5일제)은 14시간 이상을 확보하려 하였고, 주경야독을 6월 중순까지 계속하였습니다. 말로 하지 못할 정도의 과장님과 직장동료의 보이지 않는 많은 격려와 도움이 있었습니다.
휴가를 이용하여 미리 시험 장소인 고대 근처에 방을 구하여 중앙광장 도서관에서 공부하며 시험을 대비하였습니다. 시험 기간에는 긴장도 많이 하고 실수(경제학 3번 계산을 거의 대부분 틀렸습니다. 오늘 확인한 결과 경제학이 50.66점이더라구요..)도 하였지만, 주위 선배님(실력 있는 선배님들이었는데, 감사와 죄송한 맘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의 도움과 격려로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짧은 기간이지만 2차 수험 기간은 정말 힘든 시기여서 개인적으로 다시는 되풀이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공부 중에도 계속하였습니다. 코피도 여러 번 흘리고... 처음에는 독서실만 가서 앉아 있는 것을 목표로 하였는데 실제로 며칠간은 저녁 8시에 독서실 의자에 앉아서 졸다가 12시에 깨어 고시원으로 돌아가는 생활을 되풀이 하였습니다. 보름 정도가 지나니 조금씩 적응이 되었고, 이후에는 새벽 1시까지 독서실 시간을 늘리고 점점 잠을 줄이며 공부 시간을 확대하였습니다.
직장과 공부의 병행은 무엇보다 주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제 경우, 가족과 여자친구, 과장님을 비롯한 과 동료의 격려와 지원이 중요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합격이라는 영광은 반은 제 노력이요, 반은 주위(하느님을 포함한)의 격려와 지원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4. 행시를 공부하는 사람들과, 합격자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
제 경험상, 행시와 7급 신규 공무원간에는 (행시 2차 과목의 학습에서 얻어지는) 기본지식과 교양의 차이만 있을 뿐 실제 능력의 차이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실제 능력은 업무 가운데서 길러지는 것입니다. 7급 공무원도 5급 공무원처럼 책임성이 요구되는 정책 업무를 처음부터 계속 맡게 된다면 5급 공무원보다 오히려 뛰어난 능력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7급과 5급 간의 학벌의 벽도 IMF 이후에는 무너지고 있습니다. 공정위 동기(41회 7급 공채) 8명 중 2명이 고대생이고, 제 1년 선배(40기 7급 공채) 중에는 서울대, 연대 출신도 있습니다.
제가 능력, 학벌 등을 언급한 것은 고시출신들 중 적지 않은 분들이 지나친 권위 의식(자부심일 수도 있습니다)에 사로잡혀 6·7급 직원들을 하인 부리듯이 하는 경우를 여러번 보았기 때문입니다. 부탁&당부 드리고 싶은 말씀은 공직에 들어가시면 모든 분들을 동료라는 입장에서 좀 더 겸손하게 대우해 달라는 것입니다. 국민에게 봉사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직장 동료에게도 봉사하는 맘과 동료라는 소속감을 가지고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또한 앞으로 높은 고위관료가 되신다면, 고시와 비고시로 이분법적으로 구별짓기 보다는 능력과 조직에 대한 그간의 기여도를 고려하여 인사업무를 공정하게 수행하였으면 합니다.(제 개인의 다짐이기도 합니다.)
간단히 드리고 싶었던 말씀이 너무 길어졌네요. 공직에 있다보니 언제나 깨닫고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행정고시는 공부할만한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믿음 또한 직장과 공부의 병행하게 한 원동력이었음을 끝으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합격하신 모든 분들 축하드리고, 행정고시를 준비하시는 모든 분들의 합격이라는 영광 얻기를 빕니다.
이번 행시에 운이 좋게 합격하여 이렇게 기쁜 마음으로 글을 남길 수 있음에 감사드리고, 미흡하고 부족한 제 경험담을 읽어 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공부하시는 모든 분들께 도움되기를 다시 한 번 희망하며, 부족한 합격수기를 감히 올립니다.
교우님...마음이 고달플때마다 이 글을 읽게 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