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발표난지 열흘정도가 되어가고, 축하인사도 꽤많이 있었지만 아직도 솔직히 합격한 걸 실감하지 못하겠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합격이란 말은 나와는 인연이 참 없는 말인 줄만 알고 있었다.
올해 마지막날에 나의 수험생활을 정리하는 측면에서 합격기를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소수직렬이라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합격수기가 되기는 힘들겠지만, 이런 합격자도 있구나 하는 정도로 생각해 주면 좋겠다.
공부경력을 말하자면, 1999년 정도부터 시작해야 되겠지만 행정고시에 합격한 만큼 행시에 관련된 경험에 주로 한정해서 말하는 게 좋을 것 같다.
2. 사법시험 준비기간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했으나, 1998년말 군대 제대후 나의 진로는 사법시험으로 잡았다.
이후 전공은 졸업에 필요한 최소학점만을 들었고, 전공 공부는 중간 기말고사 이외엔 전혀 해본 적이 없게 되었다.
2002년 대학졸업과 함께 사시 1차를 합격하게 되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나름대로 꽤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자부하고 있었고 합격에 대한 자신감도 상당히 있었다.
그러나, 2003년 재시로 친 시험에선 그해 불어닥친 행정법과락 폭풍으로 시험에 실패하고 말았다.
그리고, 연이어 2004년 이번에는 1차시험마저도 실패하고 말았다.
더이상 떨어질 곳이 없을 것 같은 심각한 충격에 빠졌다.
공부를 시작할 때 목표로 세웠던 서른살이 이젠 되어버렸고, 난 다시금 원점으로 돌아와 있었다.
새로운 목표를 만들어야 했고 작년 9월 법원행정고시 1차에 도전했고, 결과는 또 실패였다.
그러나, 그때 두달정도 공부한 한국사가 올해 합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그때 어떻게 생각할 수 있었을까?
3. 입법고시 도전과 행정고시, 그리고 사법시험
사실 처음부터 무모한 일이었는 지도 모른다.
올해 1월 30일에 있던 입법고시부터 2월 25일 행정고시, 2월 27일 사법시험까지 모든 1차시험을 치기로 마음먹은 것은 말이다.
결심한 것은 작년 12월 중순 정도로 생각된다.
한국사(통합한국사-정재준 저)는 여름에 테이프로 강의를 2번 정도 들을 상태여서 다시 책만 반복해서 보면 그냥그냥 괜찮을 듯 싶었고, 문제는 PSAT였다.
입법고시까지는 1월 반정도 남은 상태였고, 지식은 전혀 없었다.
어차피 사법시험과 병행하면서 시간을 내기엔 너무 부족하였으므로, 기출문제만이라도 봐야겠다는 생각에서 한권짜리로 된 기출문제집(여청구 저)을 구입했다.
그때부터 하루에 오전공부시간 3시간 중에서 1시간 반은 PSAT(피셋)에, 나머지 1시간 반은 한국사에 투자했다.
막상 모의실험평가를 풀어보고 든 생각은 많이 푼다고 고득점을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반복해서 기출문제 전부를 2번 풀었고, 그때부턴 틀린 문제만 풀기로 하였다.
막상 입법고시 시험장에서 접해본 피셋 문제는 상당히 쉬웠고, 시간과의 싸움이란 생각이 들어서 최대한 문제를 빨리 푸는데 치중했다.
채점해 보곤 왠지 붙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언어 87.5, 자료 77.5, 평균 83.12)
4. 사법시험과 행정고시 사이에서
입법고시를 치루고 나서부터 사법시험에만 전념하기로 했다.
행정고시 1차는 사시와 이틀밖에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도전하기엔 너무나 부담스러운 시험이었다.
그러나, 왠지 가벼운 마음에서 시험을 치고 오면 그리 부담스럽지 않을수도 있단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한참을 고민한 후 행시 1주일 전에 시험보기로 결심을 했다.
그래서, 다시 한국사와 피셋 책을 빠르게 반복해서 남은 나흘동안 하루에 1시간씩 2시간을 공부했다.
행시 1차 문제는 입시와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어려웠다.
피셋도 상당한 수준이었고, 한국사는 과락을 걱정할 정도였다.
그것보다 더 문제는 가벼운 마음에서 친 행시 시험때문에 몸이 너무 지쳐버렸다는 것이었다.
시험 후의 피로감은 예상보다 너무 컸다.
이틀 뒤로 다가온 사시 최종정리에 투자할 시간을 거의 확보하지 못하게 되었다.
결국엔 사법시험은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되어 버렸다.
5. 입법고시 2차 시험과 사법시험 1차 불합격
행시치기 전날에 입시 1차를 합격했다는 공고를 봤다.
사시가 끝나고 나서 3월 중순부터 있던 입시 2차 시험을 나름대로 준비했다.
그러나, 원래 목표이던 사시에 대한 불만족감이 입시까지도 타격을 준 면도 있겠지만, 결국엔 실력 부족으로 입시 2차도 떨어지게 되었다.
점수는 전과목이 고만고만한 수준이었고, 선택과목이던 민사소송법이 최저였다.
사시 1차 발표일이던 4월말까지도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있었고, 사시 2차를 준비하던 후배들과 행정법(김연태 저), 상법(임재철 저), 민소법(박승수 저) 등에 대한 1시간짜리 케이스 스터디를 진행했고, 이 스터디는 5월 중순까지 계속되었다.
결과는 역시 불합격이었다.
6. 행정고시 2차 시험 준비
(1)행정학에 대한 도전
나름의 어설픈 추측으로 행시 1차엔 왠지 붙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필수과목인 행정학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교재에 대한 고민이 있었지만, 시간과 능력상 기본서를 본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5월 2일부터 20일까지 법과목과 공부를 병행하면서 하루에 3시간정도를 투자해서 복습은 전혀 하지 않고 행정학 서브(이승혜 저)에 대한 강의 테이프만 2번 들었다.
행정학에 대한 대충의 감은 잡힐 듯 싶었으나, 그 방대한 분량의 서브를 가지고 현재의 수준으로 시험을 친다는 건 자신이 없었다.
그러던 중 예상대로 행시 1차에 합격하였다.(언어 80, 자료 62.5, 국사 47.5, 평균 68.75)
결국 5월말에 있던 행정학 단기 특강(정경호-6회)을 듣기로 했다.
목차 중심으로 전체 틀을 잡아주던 강사의 강의도 많은 도움이 됐지만, 무엇보다도 강의교재로 구입한 200쪽정도의 서브가 맘에 쏙 들었다.
그 책을 반복해서 공부하면 충분할 것 같아 보여서 그때부터 더이상의 보충은 별로 하지 않고 서브에 있는 그대로를 가지고 복습했다.
(2)마지막 정리기간
6월 1일부터를 마지막 정리기간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시험과목이던 민법(지원림 저), 민소법(이시윤 저), 행정법(장태주 저), 상법(임재철 저) 기본서를 각각 4일씩을 투자해서 공부했다.
단권화는 이미 사법시험 공부를 하면서 어느정도 되어 있었고, 교과서 전체를 통독하면서 흐름을 잡는데 치중하였다.
예전 시험 실패의 원인으로 생각한 것이 기본서의 기본 내용을 등한시하고, 강사들 보충자료 등에 너무 욕심을 낸 것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험문제는 결국 교수님 기본서에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이 나오고, 그에 대해서만 충분히 기술하면 합격이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행정학(정경호 서브)은 매일매일 하기로 했다. 6월 중순까지는 하루에 2시간, 이후엔 하루에 1시간씩 공부했는데, 나중엔 1회독하는데 시간이 많이 단축되어서 결국 6월말까지 서브를 한 5회독 정도 한 듯 싶다.
7. 행정고시 2차 시험 기간
시험은 7월 1일부터 6일까지였고, 시험과목은 하루에 하나씩이었다.
하루에 두과목씩 4일만에 끝나던 사시 시험 기간에 비해서 길었기 때문에, 한편으론 공부시간이 충분히 확보되기도 했지만, 상당히 지루하단 생각이 계속 들었다.
2차 시험문제를 직접 풀면서 이번 시험은 왠지 운이 좋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행정법 문제에서 기속력에 관한 단문(25점)은 재작년 사시에서 과락으로 떨어질 때 케이스 문제로 나왔던 것이었고, 민소법의 현대형 소송에 관한 케이스(50점)는 내가 일순위로 찍어서 수없이 입으로 되내이던 문제였다.
또한 가장 걱정스럽던 행정학 문제는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전 문제가 중요하게 찍히던 문제였다.
행정학 답안은 처음부터 총론, 인사, 재무, 조직, 행정개혁 등의 주제별로 서론과 결론에 쓸 내용을 준비하고 있었다.
내가 공부하고 준비한 행정학 공부내용이 원래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다지 큰 욕심은 없었고, 짧은 지식으로 원없이 답안을 작성하고 나니 5분 정도가 남은 듯 했다.
그래서, 남겨둔 1쪽 분량에다가 현정부의 행정개혁에 대한 평가를 보론으로 추가 작성하기까지 할 수 있었다.
왠지 행정학 점수는 좋을 듯 싶었고, 결국 이번 시험 합격에 커다란 공을 세웠다.(61.66점)
지금 생각해 보면 행정학 과목에서 선방할 수 있었던 것에는 철저히 답안지에 쓸 분량만을 공부한 점도 있고, 알게 모르게 대학시절에 참 귀찮아했던 중간, 기말고사 덕도 일정부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8. 나오며
시험합격에는 실력은 당연히 있어야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운도 많이 작용한다는 것을 이번 시험을 통해 다시한번 실감했다.
물론 그 운이란 것도 준비되지 않은 경우에는 불가능하지만 말이다.
실력에 비해서 이번 시험 합격은 너무나 과도하게 운이 좋은 듯 싶다.
공부를 하면서 내가 선택한 길에 대해선 본인 스스로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지나간 것에 후회하기보다 현재 주어진 기회를 잡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기회는 자꾸 주어지지 않는다. 기회가 주어질 때 그 기회를 잡으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 같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면접시험에 대한 경험들과 전반적인 공부방법에 대해서도 언급해 보고 싶다.
사실 이까지 언급하는 데에도 2시간 정도 걸렸다. 지친다...지쳐...
혹시나 궁금한 점들이 있으신 분들은 메일을 보내주시면 부족하나마 경험한 점을 답변드리겠다.
첫댓글 감솨~~역시 행정학이 문제인데....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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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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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나네요
멋있는 합격수기 정말 감사합니다. 법무행정직 합격 수기 보기 힘든데 말이죠^^., 역시 사시랑 병행하는 게 좋겠군요.
좋은 게시물 , 스크랩 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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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학과 피샛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네요. 운이 많이 따랐다고 하지만 정말 축하드립니다-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좋은 게시물~~ 퍼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