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 가상칠언 7 “아버지, 제 영혼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 (루카 23,46)
예수님은 마지막으로 아버지께 당신의 영혼을 맡겨 드린다고 말씀하시고 숨을 거두셨다. 이 말씀도 당신의 전 생애를 아름답게 요약하고 총합한 말씀이다. 우리에게 영성과 성화의 극치는 ‘맡겨 드림’이다. 나는 나의 생명과 생활과 몸과 마음,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전부를 하느님께 맡겨 드리며 산다. 하느님이 나의 창조주, 소유주, 주님이시며 매순간 내 존재를 지탱하시고 내 생명을 떠받치시고 나에게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하시며 나를 당신의 목숨만큼 아끼시고 보살피시기 때문에 나는 기꺼이, 전폭적으로 그분께 신뢰하고 감사하며 나의 전부를 맡겨 드린다. 맡기지 않는 사람은, 모든 일을 자기 힘으로 하려는 ‘자기중심적인 자세’로 살며 늘 불안하고 초조하고 원망하며 살지만, 맡기는 사람은 늘 안정되고 기쁘고 평화로우며 모든 일에 감사와 찬양을 드리며 살게 된다.
맡기는 것은,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그냥 되는대로 내버려둔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성과 힘을 다하는 것도 포한한다. 정성과 힘을 다하는 것도 하느님이 주시는 은총임을 확신하며 하느님께 신뢰하고 의지하는 것이다. 이 ‘정성과 힘을 다하는 것’과 하느님께 대한 ‘신뢰’와 ‘의지’가 ‘조화’있게 ‘하나’ 된 것이 ‘맡겨 드림’이다.
하느님께 신뢰하고 의지하며 정성과 힘을 다하여 일했기 때문에 아무 불안도 초조함고 원망도 없이 오히려 안정되고 차분하고 침착히 일을 해나갈 수 있다. 사실, 어떤 일이든지 그 일을 잘 해내려면 그 일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방법을 잘 아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그 일을 하는 마음자세가 안정되고 차분하고 침착한 것이다. 바로 그 안정되고 차분하고 침착한 마음자세가 하느님께 대한 신뢰와 의지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이다.
일을 ‘성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일의 ‘결과’도 ‘하느님께 맡겨 드리’기 때문에 두렵지도 불안하지도 걱정하지도 않다. 성공했다고 해서 교만하지도 않고 자기도취에 빠지지도 않으며 모든 공을 하느님께 돌려 감사드린다. 실패했다고 해서 실망하지도 좌절하지도 않고 의기소침하지도 않으며 그 일을 다시 시도하든지 다른 방법으로 하든지 신중히 식별한다. 하느님을 위해, 하느님께 의지하고 맡기며 한 일은 실패한 일도 전부 나의 성장과 구원을 위해 진실로 값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