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주로 독일어 책을 많이 번역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고충을 겪습니다. 원문에 대한 충실성과 정확한 해석이 번역의 가장 중요한 임무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정확한 번역이라고 하더라도, 내용이 한국 독자들에게 분명히 전달되어 이해되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번역자는 번역문체의 딱딱함과 이해의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우리의 문법과 어법, 정서에 맞게 잘 번역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제 자신의 번역도 완전하지 못하듯이, 남의 번역에서도 종종 잘못된 경우를 보게 됩니다. 하지만 한국인의 정서상 번역자에게 이를 지적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그러므로 이 난에서 본인은 종종 일어나는 번역의 오류를 소개하고, 나름대로 개선방안을 제시하려고 합니다.
1. 수동태를 능동태로
우리의 말에는 수동태가 자주 나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 말에는 수동을 표현하는 문장이 잘 발달되어 있지 않으며, 수동태의 모양도 통일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에서 수동태가 문법적으로 중요한 기능을 갖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 말에는 수동태가 흔하지 않으므로, 외국어의 수동태를 능동태로 바꿔주는 것이 자연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특히 복잡한 문장일수록 수동태를 사용하기가 어려워지므로 능동태로 바꿔주는 것이 좋습니다.
내가 많은 영향을 받은 그가 오고 있다. → 내게 많은 영향을 준 그가 오고 있다.
나에 의하여/나에게 감동을 받은 학생에 의하여 고안된 물건 → 내가 감동을 준/나에게 감동을 받은 학생이 고안한 물건
2. 관계대명사/관계부사가 오는 문장
외국어의 복잡한 문장은 대개 관계대명사 혹은 관계부사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말에는 관계대명사나 관계부사가 없으며, 더욱이 문장이 길어질 경우 이해하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이럴 때에는 물론 문장을 여러 개로 나누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나누어서는 안 될 문장에서 우리는 많은 애로를 느낍니다. 여기에서 번역의 오류가 종종 일어납니다.
내가 거기로부터 꽃을 따온 그곳은 매우 아름답다. → 내가 꽃을 따온 그곳은 아름답다.
내가 거기서 태어난 그 고향에서 온 사람. → 내가 태어난 고향에서 온 사람
내가 오늘 여러분에게 그로부터 공산주의 사상이 유래하였다고 여겨지는 칼 맑스를 소개하고 싶다. → 내가 오늘 여러분에게 공산주의 사상의 시조로 여겨지는 칼 맑스를 소개하 싶다
→ 내가 오늘 여러분에게 칼 맑스를 소개하고 싶다. 그는 공산주의 사상의 시조로 여겨진다/공산주의 사상은 그로부터 유래하였다고 여겨진다.
→ 내가 오늘 여러분에게 칼 맑스를 소개하고 싶다. 왜냐하면 그는 공산주의 사상의 시조로 여겨지기 때문이다/왜냐하면 공산주의 사상은 그로부터 유래하였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3. 확실성을 나타내는 "화법조동사"가 있는 문장
확실성을 나타내 화법조동사(Must)가 들어있는 문장을 번역한 경우, 종종 "... 임에 틀림이 없다. ...임이 분명하다."는 문장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번역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우리 말로서는 조금 어색한 번역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음과 같이 고쳐 봅시다.
저놈은 호랑임이 틀림이 없다/분명하다. → 저놈은 분명히/확실히 호랑이다.
그는 오늘 우리에게 올 것이 분명하다/확실하다. → 그는 오늘 우리에게 분명히/확실히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