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일을 앞두고 어제 아내가 물었다 생일에 뭘 해 주면 좋겠느냐고... 난 아무 것도 안 해 주고 가만 두는 게, 내 생일선물이라고 말했디 욕심 없는 마음, 아내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배려심의 표현인데 정말 아내는 내 말을 곧이 곧대로 들었다
아침 아홉 시가 되어도 깨우질 않고, 딸과 함께 소리 죽여 식사를 하느라, 식탁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작게 들린다 어디서 전화가 와도 작은 목소리로 "지금 주무시고 계세요." 하고 연결해 주지 않고 그저 자고 싶은 대로 자도록 내버려둔다
난 벌써 깨서, 오늘 생일상을 어떻게 차렸을까 궁금하면서도, 고상한 척 생일축하를 원천차단한 탓에, 혼자 속으로 답답해 하고 있다가, 화장실 가는 척 하고 문을 열고 나갔다 그랬더니 배가 안 고프냐고 묻는다 어제 한 말이 있어서 아무 거나 달라고 했더니, 그냥 지나가기 서운해서 장만한 반찬들이, 하나 둘 나오는데 진수성찬이다
진작 달라고 해서 먹을 걸, 뭘 그렇게 고상한 척 하고 생으로 굶다가 이제야 이런 식사를 한단 말인가? 아무리 천천히 먹으려 해도 손이 거지 손처럼 바삐 움직이는 통에, 체면 다 구기고 급하게 먹어치우고 바로 소화제 그거 집에 없으면 어떡할 뻔 했노?
첫댓글 ㅎㅎ "왕초 님" !
참 행복하십니다. 생일 살뜰하게 챙겨주시는 마님이 계시니까.
게다가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척 하는 "낭군 님" 속마음 꿰뚫고
진수에 성찬까지 ~~~
저는 가정가진 남매가 제생일에 모두 모여 식사하는게 연례행사가
되었네요 (제 생일이 X-mas 공휴일이라 그 덕도 보는 것 같애요)
출가한 남매들이 꼭꼭 찾아와서,
아버님 생일 챙겨드리는 것,
흐뭇한 일이고 복이지요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이
인간으로서는 복입니다
늘 행복한 삶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