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로 온 시집 감상평 8
- 이서연 시조집 『산사에서 길을 읽다』
이 시집은 내게로 온 지 6개월 쯤 된 시집이다. 이서연 시인의 이 시조집 『산사에서 길을 읽다』은 가로 120mm X 세로 170mm 아담사이즈 포켓북으로 344페이지나 되는 두께까지 옛날 삼중당문고판 책을 연상케 한다. 이 시집에 들어있는 220여 편의 시조들은 모두 이서연 시인이 전국의 사찰을 돌며 발품을 팔아 쓴 시로써, 어떻게 여류시인의 몸으로 저리도 많은 사찰을 순례할 수 있었는지 경이롭기까지 하다. 경상남도를 시작으로 멀리 제주도까지 도별로 분류를 정하고, 제목의 가나다순으로 정리한 이 시집은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정리돼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보통 같은 감정을 되풀이하면 시어의 자기표절에 빠지기 쉬운데, 이서연 시인은 불교용어에서의 협소한 시적 환경을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자유로운 시상을 범종의 소리처럼 넘나들어 우리들 가슴속으로 향내처럼 침잠한다. 사려 깊되 난해하지 않은 시, 뭔가 느끼지만 가르치려 들지 않은 시, 시조에 있어 그런 현학취 풍기지 않는 시를 쓰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이서연 시인의 얼굴이 어찌 저리 편안할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시조집을 읽기를 마치고나니 전국을 수십 바퀴 돌고 나서야 펴낼 수 있었던 이 시조집이, 그녀의 내공을 바위처럼 갈아 앉히며 해탈의 미소를 뿜어낼 줄이야. 불자라면 이 시집의 일독을 권한다. 삼가 합창하노니 나무아미타불! 그녀가 부처로다.
- 김순진(문학평론가 ‧ 고려대 평생교육원 시창작강사)
- 알토란북스 / 344페이지 / 값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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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산의 미소
- 미소사
이서연
어떻게 사는 것이 밝음일까 궁금할 때
무엇이 밝음일까 그 존재가 의문일 때
방장산 산신이 숨긴 미소사로 가보자
몇 번을 화해하고 보듬어야 웃을까
얼마나 더 비우고 빌어야만 닿을까
극락전 부처께 묻고 미소화답 붙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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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연 시인
이서연(호, 매강梅綱)은 불교계 언론사와 설볍연구원 편집부장으로 근무하였으며 1991년 박재삼 시인의 추천으로 시조 등단, 《문학과 의식》에서 평론으로 등단하였다. 작품이 작가와 한몸, 한 영혼이 되어 살아가는 삶을 추구하고 성찰을 표출하는 작업에 집중하면서 한국문인협회 감사, 세계한인작가연합회 수석부회장, 《문학과 의식》 작가위원장,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국제펜한국본부 회원, 종로문인협회 이사, 나래시조 회원, 산림문학회 회원, 영축문학회 회원, 현대불교작가회 회원, 통일불교문학관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시조집 『내 안의 나와 마주 앉아』, 시집 『사랑, 그 언어의 무늬』, 에세이 『바람난 산바라기』, 『그리움으로 가는 편지』(Ⅰ,Ⅱ,Ⅲ권)이 있으며 평생교육사로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