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저나..... 편수를 변경해야할것같은 느낌이 ㄷㄷ....
------------------------------------------------------------------
그뒤에 폰을 압수당한 나는 사진만 지워지고 다시 돌려받은것을 다행으로 여겼지만, 은화의 '변태!'라는 소리에 내 정신은 패닉상태였다.
믿었던 은화마저……
그런데 조금…… 안타깝군.
잠시 가만히 있던 나는 1층으로 내려가 내 악기를 모아놓은 곳으로 갔다. 내가 다룰수 있는 악기는 피아노, 바이올린, 기타 이 세가지였다. 다 조금씩밖에 다루지 못하지만, 그 중에서 기타와 바이올린을 좋아했다.
나는 일단 손을 풀겸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리고 나는 베토벤의 월광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피아노라고 해봤자 디지털 피아노지만.
소리를 크게 올리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곧 누군가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그것을 느끼자 약간 부담되었다.
옆에 있는게 은설일수도 있으므로.
나는 1장을 마치고 옆으로 돌아보았다. 다행히도 은화가 있었다.
"은화구나? 왜?"
"그냥요……. 잘 치시네요?"
나는 은화의 말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냥 칠 수 있을 뿐이야. 아직 내 감정을 넣는게 안돼. 그게 가장 중요한데……."
나는 다시 피아노앞에 앉았고, 이번엔 간단한 미뉴에트를 연주했다. 연주를 마치자 이번에는 은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삼류수준이군."
은설의 말은 틀린것에 없어서 순순히 수긍했다.
"응. 아직 감정이 들어가지 않으니까……."
내 말에 은설이 은화에게 다가가 말했다.
"은화. 니가 잘 치는거 쳐줘."
은설의 말에 은화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에? 제가요? 저 못해요."
은화가 피아노를? 왠지 듣고 싶은데?
"어이. 너도 듣고 싶지?"
은설의 질문에 나는 바로 대답했다.
"응 너무나도 듣고 싶어."
"저 못치는데……."
은화는 자꾸 거절했지만 우리가 계속 간청하자 어쩔 수 없이 피아노 앞에 앉게 되었다. 곧 은화의 연주가 시작되었고, 곡은 내가 좋아하는 곡들 중의 하나인 '즉흥환상곡'이었다.
은화의 손가락은 매끄럽게 건반위를 뛰놀았고, 나는 그런 은화를 넋놓고 바라보고만 있었다.
은화의 환상적인 연주가 끝나고 나는 잠시 우두커니 서있었다.
"저…… 못하죠?"
은화가 조심스럽게 나에게 물었다.
"아니, 환상이었어."
내 가슴은 감동으로 두근거렸다. 왠지 나보다 피아노를 잘 치는 사람을 처음만난건 아니지만, 이렇게 두근거리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 때문이랄까, 은화가 왠지 더 아름답게 보였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나는 피아노를 연주하던 은화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우우우웅
"……?"
갑자기 내 핸드폰이 울렸다.
"엥? 국제전화? 엄마는 이런걸로 전화 안하시는데……."
잠시 받을까 말까 고민하던 나는 고민끝에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어? 그거 김강꺼 핸드폰 아닌가요? -
상대는 20대 초반의 목소리 같은 여자였다.
"맞는데요?"
- 그럼 목소리가 하나도 안변했단 말이야? 푸하핫! -
갑자기 그 여자는 웃기 시작했다. 안그래도 며칠전의 학교의 일 때문에 기분이 안좋은 나로써는 좋았던 나의 기분을 언짢게 만들었다. 그래도 나는 꾹 참고 물었다.
"저기, 누구신데요?"
그 여자는 내 물음에 목을 가다듬더니 말했다.
- 흠,흠…… 나…… 니 심장의 주인. -
"……!"
나는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2층 내방으로 다급히 뛰어올라갔다.
"그럼 니가 예슬이란 말이야?"
나는 방문을 닫으면서 물었다.
- 응, 그새 내 목소리도 잊었어? -
3년만에 듣는거니…… 잊을 수도 있지……. 하지만…… 조금 변했는걸?
- 그런데 왜 니 목소리는 하나도 안변했니? 나는 좀 더 멋있는 목소리를 기대했는데……."
그것 참 미안하군.
나는 내 본심을 드러낼수 없는 나를 한탄하며 물었다.
"근데…… 왜 이제야 전화했어?"
- 마지막 번호 누를 용기가 나질 않았어…… 근데 번호는 안바꿨네?" -
"아, 응……."
'네가 전화걸까봐'란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할 수 없었다.
잠시 우리사이에는 침묵이 흘렀다.
- 있잖아 나……. -
다시 예슬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 다시 돌아가 -
"한국으로?"
- 응 -
예슬이 돌아온다는 말에 나는 잠시 공황상태에 빠졌다.
- 나 4시간 뒤면 비행기에 타 있을거야. -
"……."
- 그럼 아마도…… 11시에 인천에 도착할걸? -
"내일?"
- 나와줘. -
"뭐?"
- 공항으로. 너 보고싶어. -
그 말을 하는 예슬이 그 동안 왠지 쓸쓸히 지낸것 같아 내 마음이 아파졌다.
"알았어. 내일 봐."
나는 그 때문에 단숨에 승낙했다. 내가 승낙하자 예슬은 조심스레 내게 물어왔다.
- 나 못알아보면…… 안돼? -
"물론이지."
뭐 니가 성형이라도 했겠니? 안해도 이뻤지만.
- 그럼 끊어……. -
"응."
예슬은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내일이 무슨 요일이지?"
- 다음날
다행히 오늘은 토요일이었고, 나는 1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했다.
"출발지가 뉴욕이고…… 도착시간이 11시…… 저거인가?"
나는 예슬이 탄 비행기를 확인하고 공항내의 의자에 앉았다.
진짜…… 오는걸까?
솔직히 실감이 나질 않았다. 예슬이 돌아온다는게. 예슬이 떠나간 때와 똑같이말이다.
기다리는 시간은 정말 지루하게 흘렀다. 평소에는 금방 지나가던 시간이 오늘만은 심각한 교통체증에 걸린듯, 정말 느리게 흘러가는것 같았다.
밤새도록 예슬이 돌아온다는 말에 뒤척이면서 별로 자지 못한 나는 잠시만 눈을 붙이기로 하고 눈을 감았다.
돌아오는 예슬을 기다리며.
"야, 김강. 일어나."
누구지?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부르면서 나를 깨웠다.
"일어나라니깐!"
"응……. 앗!"
정신을 차린 나의 눈 앞에는 예슬이 서 있었다. 나는 믿기지 않아서 눈을 부비면서 말했다.
졸리기도 했지만.
"언제…… 왔어?"
그 말에 예슬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방금! 넌 맨날 자냐? 그리고 날 기다린다는 놈이 이 모양으로 날 기다려?"
나도 예슬의 미소를 보자 왠지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네가 온다고 하길래…… 밤 새 잘 못잤어……."
잠시동안 우리는 말 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먼저 말문을 연것은 예슬이었다.
"많이…… 변했구나……. 그 목소리만 빼면."
"너도…… 좀 더 여성스러워졌다고 해야…… 하나?"
그 말에 예슬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오~ 네가 그런 말도 할 줄 알어? 많이 발전했네?"
나도 빙긋 웃으며 예슬의 말에 대답했다.
"사실대로 말한것 뿐이야."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나는 다시 예슬을 바라봤다. 좀 더 바라보던 나는 예슬의 미묘한 변화를 알아차릴수 있었다.
"너…… 안경은?"
"아~ 렌즈꼈어. 이러니까 더 이쁘지 않아?"
그래서 예슬이 더 여성스러워진건가?
"뭐…… 난 상관없어."
"뭐야! 안어울린단 말이야?"
내 말에 예슬이 발끈하여 말하자 나는 예슬을 진정시키기 위해 황급히 덧붙였다.
"너는 다 어울리니까."
나는 안경이 더 예쁜것 같지만.
"정말?"
나의 임기응변이 먹혔는지 예슬은 웃으면서 말했다.
후…… 다시는 못 볼것 같았는데……
"강아!"
"응?"
"근데 언제까지 여기 있을거야?"
예슬의 말에 나는 우리가 계속 같은 자리에 (나는 앉아있고, 예슬은 서있다)있었다는 것을 알아챘다.
"아…… 나가야지?"
나는 바로 일어나서 예슬의 짐을 들었다.
"이리줘."
"히힛. 고마워."
내가 자신의 짐을 들어준다는 것이 고마운지 예슬은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나는 밖으로 나가서 택시를 잡을 생각을 했다.
"저기…… 택시탈거야?"
"응?"
예슬이 내 속마음을 읽었는지 정확히 물어오자 나는 당황했다.
"택시탈거냐고."
"어…… 그래야겠지……."
"나 지하철 타고 싶어."
예슬은 자기가 들고 있던 손가방을 툭툭 차면서 말했고, 나는 그 말을 하는 예슬이 너무나도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왜 웃어?"
갑자기 내가 웃는것을 보자 예슬이 내게 물었다.
"니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내 말에 예슬이 뾰로퉁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아닌것 같은데……."
예슬은 자꾸 의심이 가는지 그 표정을 풀지 않았다.
예쁜건 변하지 않았구나……. 3년이나 지났어도.
나는 예슬의 말에 따라 지하철을 타기로 하고 일단 버스를 탔다. 그리고 지하철로 갈아탔다.
"내가 떠나기 전의 모습보다 엄청 변한것 같아…… 여기가."
지하철을 타고 자리에 앉자 예슬이 말했다.
"뭐…… 3년이란 시간이 흘렀으니까."
우리는 당분간 말이없었다.
"저기…… 유학은 어땠어?"
나의 물음에 예슬은 약간 뜸을 들이더니 말했다.
"음…… 그저 그랬어……. 역시…… 세계는 넓더라고."
"……."
갑자기 예슬이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나, 유학가서 되게 많이 생각했어."
"뭐…… 를?"
그리고 예슬은 나를 똑바로 바라보더니 말했다.
"너…… 를."
"……."
쿵…… 쿵…… 쿵…… 쿵……
3년전에 멈췄었던 심장이 제 주인을 만난것을 안듯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유학가서 힘들때, 아플때…… 네 생각만 나더라.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어."
"……?"
"이럴때 니가 내 옆에 있었으면…… 나에게 분명 무슨 기운나게 하는 말을 해 줬을 거라고."
"……."
예슬은 정말 나를 믿고 있었구나…….
나는 예슬의 말을 듣고 뭔가 울컥 하고 치솟는게 느껴졌다.
저렇게 힘들었는데…… 바보같이…… 아무말도 못해주고…….
"그래도, 이것만은 너에게 먼저 보여주고 싶었어."
예슬이 가방에서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고, 곧 상패같이 생긴것이 들려져 나왔다.
"상패야?"
끄덕끄덕
예슬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고 나에게 그 상패를 보여주었다.
"읽을수 있어?"
"……."
도리도리
나는 고개를 저었다. 예슬이 내가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것을 보고 빙그레 웃더니 나에게 말해주었다.
"미국내 청소년 음악경연 콘테스트 2nd."
"2등?"
나는 믿기지 않았다. 미국 내에서 2등을 하다니……
나는 예슬의 상패를 멍하니 바라보며 말했다.
"정말 열심히 했나보네……."
"운이 좋았을 뿐이야."
예슬은 그렇게 말하고 상패를 집어넣었다. 그 후로 우리는 다시 말이 없었다.
나는 예슬에게 미안했다. 외국에서 혼자서 힘들었을텐데……. 나는 전화라도 해 줄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내가 원망스러웠다.
첫댓글 ㅋㅋ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