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이도 추운 날 밤이었다.
날은 도무지 풀길 기미따윈 보이지 않았다.
그 누구하나 입을 열지 않았다.
굴러가는 눈알과 부드럽지 않은 분위기.
그것이 첫만남이었다.
모두들 말했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고. 안쓴다고.
세상은 내가 바라보는대로 내 시선으로 내 생각으로 이뤄짐을 이제야 깨달았을까.
내가 죽는 순간. 이 세상은 단 하나의 촛불이 꺼지 듯 모두 어둠으로 휩싸이게 되는데
작은 촛물하나 꺼진다고 뭐가 달라지겠냐만은 그것이 '나'이고 내 전부였음을 깨닫는 순간.
나는 아주 중요하고 모든 것은 내가 보는 세상이었음을.
같은 공간, 같은 시간, 같은 시대, 같은 행동, 같은 생각.
그것들이 현시국과 같은 상황을 만들었다.
모두 같이 같은 것은 끄적였을 때부터 알았어야 했을까.
모두가 반대하던 그 약속은 깨져버렸고 그 믿음까지 더럽혀졌음을.
우리는 이제야 깨닫고 돼지, 닭, 오리 등과 같은 가축들과 같이 생매장 당하고 있다.
차라리 소리없는 죽음처럼. 나의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차라리 보이는 것이 징그러웠더라면, 위협적이었다면. 그 죽음은 좀 더 아깝지 않았을까.
모두 죽고 있는 이 시국에서. 누구하나 나서지 못하고 침묵할 뿐이다.
또 앞으로는 계속 이와같은 식으로 흘러갈 것이다.
절대적으로 그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불안와 기만의 종식. 그 중심에선 구시대 방식의 사고에 박혀 허우적, 아니 아예 가라앉아 버리곘지.
새의 날개를 부러트려 내 가까이에 안전히 놓고.
새장에 갇혀놓고 평생 키우다 이제야 날아가길 바라다니.
그 어리석음과 거만함에 혀를 찰수도 탄식할수도 그 어느 것도 하기엔 너무나 늦었고
기운이 빠지는 일이니까.
어찌 이리 어리석었을까. 앞으로도 그럴까.
몰아세우듯 패배자를 양성시키고 결국 책임을 떠넘기는 역겨운 짓이 반복될까.
어찌보면 무지하고 멍청하고 몰아세우는대로 떠넘겨졌기에 이러한 결과를 맞이한 것일지도 모른다.
거만함과 허세 그리고 기대와 기만. 그것들이 모든 것을 만들었다.
편하게 살았지. 하긴 그걸로도 충분히 그럴만 했다.
쓰레기 양성소. 버려질 것들이 떠돌아다녀 시궁창이 되어 오물만 가득할 뿐.
탓하기엔 너무나도 늦어버렸고 기대하기엔 너무나도 이른 이 곳.
이 곳에서 살아남기엔 우리는 너무나도 허약하다.
개같은 세상아, 왜 나를 이 곳으로 보냈냐고 하기엔.
너무나도. 복에 겨운 소리. 멍청한 소리. 병신같은 소리.
몰아세움의 끝엔 모두 절벽에 서있고
따라가기 급급했던 이 곳엔 전부 쓰레기 밖에 없는데
나는 쓰레기가 될 것인가. 재 활용이 될것인가.
그것은 내 선택이겠지. 파도의 흐름을 타지마라.
결국 휩쓸려 죽게 될터이니. 절대. 아무도 . 믿지마라.
믿지말고 의심하고. 따라가지마라. 너의 길을 찾아라.
절대. 믿지마라. 따라가지마라. 따라가지마라. 따라가지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