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명 중에 99명 이상이 다른 당에 투표한 것으로 드러난 그런 정당들에서도 투표를 꼭 하라고 현수막 잔치를 벌였다. 망사스타킹을 쓰겠다든가, 삭발을, 무슨 춤을,,, 한국의 젊은 사람들이 그런 우습지도 않은 유혹에 넘어가서 대거 투표에 참가한다면 그것이 우스운 일이다.
투표율이 높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야당후보 당선에 유리하다는 것 외에 다른 의미가 있는가. 투표율이 높으면 백만 원대 맞벌이 부부들이 대세인 이 나라를 바꿀 수 있는가. 학벌사회의 그늘에서 몸과 정신이 죽어가는 한국의 청소년들을 살려줄 수 있는가. 버스정류장에서 버스 오는 방향을 일제히 쳐다보며 20분을 서 있는 저 사람들을 웃게 할 수 있는가.
누굴 찍으면 그렇게 되는가. 누구를 찍으면 그런 쪽으로 가까이나 가는가. 1번? 2번? 아니면 7번?
민주당 집권 10년에 대한 심판으로 MB정권이 압도적 표를 얻고 들어섰다. 그렇게 국민들에게 심판받은 사람들이 MB 심판을 외친다. 이들에 대한 심판으로 저들이 들어서고 저들에 대한 심판으로 이들이 들어선다.
이 나라 정치는 늘 심판만 부르짖는다. 심판은 묵시록에 나오듯 인류의 종말에 하게 될 것이니 오늘 각자 저 할 일만 말하면 된다. 이쪽저쪽 진영이 번갈아 심판을 말하는 지난 6년 동안 영세 자영업자인 내 소득은 절반의 절반으로 줄어간다.투표율이 낮은 원인이 따로 있는데 망사스타킹만 둘러 쓸 일이 아니다. 폐수가 흘러나오는 저 배수구를 틀어막지 않고 물을 맑게 할 도리가 있는가.
일요일에도 투표장에 몰려나오는 프랑스 사람들에 대한 첫 생각은 철학 교육이다. 정규 교육 과정에서 배우는 논리학은 저 후보의 당선이 나와 내 주위의 여건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따지게 한다. 그리고 후보들에게 집요하게 묻는다. 목표를 구체적으로 말하고 어떻게 목표를 이룰 것인지 세세하게 말하도록 요구한다. 그 시간에 한국의 후보들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잘 부탁합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이 사람이 당선되면 시내버스 기다리는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저 사람이 당선되면 승용차 몰고 다니기가 수월해진다는 것이 분명해지면 투표를 빼 먹기가 힘들어진다. ‘주민의 머슴’, ‘발전의 적임자’, ‘강력한 추진력’. 이런 표현으로는 그 후보에 대하여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유럽 다수 나라에서 실시하는 결선투표제도가 부럽다. 한국처럼 총선 기간 내내 단일화 타령만 하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저들끼리의 단일화 타령에 유권자는 점점 멀어진다. 결선투표제가 있으면 1차 투표를 통해 유권자들이 단일화를 만들어낸다. 사표심리 때문에 지지하는 후보를 바꾸지 않아도 된다.
사진설명: 한국의 모 연예인이 투표 독려 퍼포먼스 모습 →각자 저마다의 색깔을 짙게 드러내면 된다. 1차 투표가 끝나고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 2위 후보는 탈락한 후보들의 지지자를 향해 2주일 동안 구애운동을 펼친다. 당신들의 이런 주장을 내가 채택하겠소, 당신이 지지했던 그 후보에게 이런 도움을 요청할 것이오, 군소정당 지지자도 대접받는 선거다. 두 번의 선거는 모두 일요일에 치러진다.
오늘 한국인이 겪는 고통과 우리의 선거가 동떨어져 노는 것이 답답하다. 말기로 접어드는 이 정권은 기대가 없었으니 실망할 것도 없다. 고통만 커져간다. 적과 아군을 한 칼에 자르고 욕하고 조롱하는 풍조도 불편하다. 김대중 노무현을 계승한다는 그 정당 외에는 선거에 출전하기조차 쉽지 않은 한국에서 소수자로 사는 것이 쓸쓸하다. 투표율이 높으면 깨춤을 추겠다는 사람들 마음도 이해한다. 오죽하면 그러겠는가.
작성: 2012. 04. 24
글: 주영경 보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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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처럼 밝게 치러지는 선거가 부럽더군요 우리나라도 언젠가는 그런 축제분위기속의 선거 문화가 자리 잡겠ㅈㅣ요
투표 안 하면 주민등록 말소시키기 운동이라도 할까요?.....투표 안해도 손해 보는 일이 없으니 식상한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것 아닐까요.
투표안하면 벌금 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