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예능 프로를 보다 보면 영상 자막과 출연자들의 과도한 리액션에 웃음이나 감동을 강요받을 때가 많다. MSG로 조리한 음식을 먹은 후의 느낌과 비슷하다고 할까. 무한도전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로부터 회자돼도 ‘토토가’가 뭐예요? 라고 질문하던 나였다.
오늘 아침 무한도전 영동가요제 때문에 그 지역이 온통 쓰레기로 가득 찼다는 뉴스를 보았다. 지난 번 ‘토토가’가 뭐냐고 물었다가 약간 민망한 경험이 있었던 터라 가요제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지난 회(15일 방송분)를 다운 받아 보았다. 가요제는커녕 그냥 해외에 사는 사람들에게 배달 봉사한다는 단순한 컨셉이었다.
무한도전 멤버 중에서 가장 못 웃기는 정준하가 수행한 미션은 가봉 대통령 경호원으로 근무하는 분에게 고국의 어머니께서 손수 만드신 음식을 전달하는 것이었다.
경호원은 직업상 그런 것인지 모르지만 출연자 표정은 매우 절제된 사람으로 보였다. 정준하도 그림 나오게 하기 위해 억지 웃음을 팔지 않았다. 오히려 기존의 예능 프로에 익숙한 시청자가 ‘퐝’하고 터져 줘야 할 것만 같은 출연자의 리액션을 기대하며 보았다가 너무 밋밋해서 불안하게 만드는 상황들이 이어졌다. ‘뭐야. 무한도전 그림 안 나와서 애 먹었겠네’ 싶은..?
하지만, 멈칫 멈칫 장면마다 베어나오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 억지스러운 자막도, 과도한 리액션도 없이 담담히 나열된 영상들, 마지막에 '이 미꾸라지 같은 놈아' 하며 어머니 품을 전하는 그 부분에서 나는 티비 앞에 앉아 '꺼이꺼이' 울었다.
글. 김용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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